정신과 전문의 입원진단서 없이 한 강제이송·입원은 위법
정신과 전문의 입원진단서 없이 한 강제이송·입원은 위법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22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이 요청한 강제입원이라도 정신과전문의 진단 있어야
서울고법, 응급환자 이송센터 직원들에 집행유예
주거침입죄·감금죄 요건 모두 충족해
응급센터, “정신과전문의 진단 없는 게 관행이었다”

가족의 강제입원 요청이 있더라도 전문의 입원진단서 없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이송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응급입원을 제외하고 정신과 전문의 대면 진단 없는 강제입원은 불법이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최근 주거침입과 감금죄로 기소된 사설 응급환자 이송센터 업자 박모 씨와 직원 이모 씨에 대해 각각 징역 10월과 6월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박씨 등은 지난 2017년 9월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오모(여) 씨를 동생으로 둔 오빠 A씨가 오씨의 강제입원을 전화로 부탁하자 경기도 화성시의 오씨 아파트로 찾아가 강제로 끌어내 차량에 태워 이송했다.

박씨 등은 오씨를 화성의 한 정신병원에 데리고 갔으나 병원이 피해자에 대한 입원을 거절하자 다시 구급차량에 태워 인천 남동구의 정신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켰다.

이들은 강제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처음 찾아간 정신병원에서 보호자 한 명만 동의를 받았고 이후 인천 정신병원으로 가는 동안에 다른 보호자 1인의 동의를 받았다. 박씨와 오씨는 이 이송 과정에서 오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법원은 박씨 등의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침입한 점, 피해자를 구급차량에 태워 행동의 자유를 구속한 점 등 주거침입죄와 감금죄 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봤다.

법원은 헌법 10조가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과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의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을 인용해 당사자 자의에 의한 입원이 권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경우에도 정신질환자가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입원과 이송을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가 정한 보호의무자 2인의 신청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한 입원과 이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강제 응급 이송이) 보호의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이송서비스 업체의 업무 관행이었다고 해도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를 충족하지 못한 점은 정당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환자 이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박씨 등이 보호의무자의 요청에 의한 입원 시 필요한 법령상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강제 이송에 나선 자신들의 행위가 적법한 행위였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행이 잘못인지 알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에게 특별히 위해를 가할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와 이씨는 “그동안 가족들로부터 정신질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해 달라고 요청받으면 관행적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요청이 있는지만 확인했고 따로 전문의 진단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고 감금의 고의도 없었다”고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