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절차 어렵게 해서 사건 터진다는 언론 지적은 본질 왜곡”
“강제입원 절차 어렵게 해서 사건 터진다는 언론 지적은 본질 왜곡”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24 1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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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성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카미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초안 발표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한 집행 미비·예산 지원 없는 게 문제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 서비스 법에 명시해야
급성기 증상 완화와 빠른 일상 복귀 돕는 치료의 연속성 갖춰야
정신건강복지법 1항에 ‘탈원화에 이바지’ 명시해야
정신요양시설은 집중회복센터로 기능 변환해야
24시간 위기대응센터 설치를 신설해야
장애인복지법의 장애등급판정 기준 개선해 빠른 치료 받도록

조현병 당사자들이 지역에서 살 수 있기 위해 지역사회 위기서비스체계를 만들지 않았던 정부가 이번 안인득 사건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위기서비스체계는 정신질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정신보건전문가가 협력해 급성기 증상을 완화시켜야 하지만 이 같은 치료의 연속성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권오용 카미(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과 함께 작성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초안을 <마인드포스트>에 보내왔다.

앞서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입주자 안인득(42)의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계단을 내려오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여 명이 사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전에도 주민들은 안인득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 수차례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안인득을 응급시키지 않고 내버려두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 교수는 “이번 (안인득 사건의) 결과는 응급입원과 행정입원 같은 비자의입원을 허용하는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했다는 언론의 지적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법이 존재함에도 법을 집행하는 경찰과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역량 부족과 실질적 예산 지원 등의 방안 미비가 근원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과 관련해 오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응급입원 및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는 위기서비스 체계를 제시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접근들을 명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8만여 명의 정신질환자들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다. 나머지 42만여 명의 정신질환자는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 교수는 “더 많은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탈원화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이 제공하는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 서비스는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필수적으로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급성기 증상 시 정신질환자가 신속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위기 서비스 체계를 추가했다. 위기 서비스 체계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신건강증진사업 공급자들과 경찰, 비(非) 정신보건 전문가가 협력해 급성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치료의 연속성을 갖춘 체계를 의미한다(제3조 4항).

이어 급성기 혹은 초발 정신질환자의 증상 완화와 빠른 지역사회 복귀, 가족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일주일 내내 운영하는 위기대응센터 설치를 신설했다(제15조 4항).

서비스 제공은 위기대응센터가 책임을 지되 정신질환자, 가족, 제3자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응급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경찰과 119구급대가 직접 동행하도록 했다.

현행법에는 급성기 서비스체계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명시돼 있지 않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이어 “탈원화가 정신건강증진 서비스의 목표임을 구체화하기 위해 법의 목표에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제1조 1항)”고 주장했다.

현행법에는 기본 이념이 담긴 제2조 5항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 이외에 탈원화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 기본이념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치료 과정에서 치료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5항에 기본이념으로 ‘정신질환자는 치료의 연속성을 갖춘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증진서비스를 통해 최선의 치료를 받고 극히 필요한 경우에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원 또는 입소한다’고 정의했다.

정신질환자 중 정신장애인 판정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1항의 정신질환자 대신 정신장애인의 정의를 제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신속히 정신장애인 판정을 하도록 명시했다(제4조 5항).

이어 제11조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 등의 조항은 정신건강상 문제의 조기 발견 및 정신장애인 판정으로 개정하도록 했다.

오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장애등급 판정기준’은 상당한 논리적 오류를 갖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장애인등급 판정을 받아서 사회복지서비스들을 이용해 빨리 회복돼야 하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급여 대상자로 최대한 빨리 인정이 되어야 신속한 병원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20%에 달하는 자기 부담금으로 인해 저소득층 초발 정신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합리적인 정신장애인 판정기준을 정해 중증정신질환자를 지원하도록 개정법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 27조에 정신재활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오 교수는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로 구분돼 있는 현행 정신건강증진시설의 기능(제3조)과 역할을 세분화해 정의하고 그 서비스의 내용을 의료재활, 사회재활, 직업재활, 주거서비스, 가족 및 기타 지원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서비스 제공과 정보 공유를 위해 지자체 주민센터와 연계 체계 강화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정신요양시설의 장기 입소를 줄이기 위해 기관의 일부를 임시거주 혹은 쉼터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집중회복센터로 기능을 변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탈원화를 위해서는 정신재활시설이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이 다양해야 하지만 현행법 제27조는 재활훈련 시설에 대한 기능과 역할, 서비스, 서비스 대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 거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유형과 서비스 목적,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개정안은 정신병원에서의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현행법 제19조에 정신의료기관의 탈원화를 위한 입원 및 외래를 신설해 탈원화를 위해 정신의료기관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명시하고 이를 제공하지 않을 시 벌칙을 받도록 했다.

또 정신건강증진서비스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현행법 제31조 정신건강증진 시설의 평가를 개정해 시설, 장비, 인력, 업무의 내용, 결과 등을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환자들이 받는 서비스의 효과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제31조에 정신건강증진서비스를 위한 의료보장제도 수가지급 기준을 신설하도록 했다.

오 교수는 “정신건강증진서비스 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증거기반 실천을 토대로 서비스 개발, 그리고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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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4-24 21:34:52
기득권과경찰청장행안장관사과 ㅡ재발방지약속ㅡ기초수급자들사회저항못함.돈없이장례ㅠ
국가시스템 문제 개인의문제아님
의료권력반성.의료모델복지모델로변화.국공립병원활성화.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정립.탈원화목적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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