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 응급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지자체가 손해배상해야”
“정신보건 응급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지자체가 손해배상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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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해 위험 판단할 상세한 매뉴얼 부재가 문제
응급상황에서 연락하고 출동할 시스템 역시 없어
정신질환 사고의 예방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에 있어
응급대응 체계의 주체와 역할 상세하게 규정돼야
위험성 높을 경우에도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약물에 대한 정보 제공해 본인 동의 받아야
강제입원의 경우에도 병원 내 옹호서비스 들어가야
강제입원 100% 실행돼도 범죄 막을 수 없어
급성기에 전문가들 투입돼야 하고 신뢰로서 접근해야
전문요원이 위험성 판단해도 경찰이 반대하면 응급입원 못 해
당사자·가족·전문가 대화 위한 원탁회의체 만들어져야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를 주제로 한 긴급좌담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 안인득(42)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계단을 내려오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명이 사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24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고교 중퇴생 A(18)군이 자신의 윗층에 사는 할머니 B(75)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한 사건도 일어났다. 이어 25일에는 경북 칠곡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자 C씨가 같은 병원 입원자 D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사망케 했다. 안인득과 A군은 수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제를 맡은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주 사건에서 응급입원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타해 위험은 규범적으로 판단되는 것이고 이를 판단할 상세한 매뉴얼이 없었다”며 “이 상태에서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적극적 대처보다 소극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응급정신건강서비스 제공에서 응급은 24시간 대응해야 한다”며 “응급 상황에 직면한 이가 연락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고 그 연락을 받고 바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과거 정신보건법과 비교해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있다. 이 이념에 기반에 강제입원은 최소화시켜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강제입원이 안 된다는 원칙이 도출된다.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렇지만 응급상황에서 이 이념은 잘 작동됐는가.

제 교수는 “경찰의 직무집행법에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이 있을 경우 경찰력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119신고까지 들어갔고 정신건강복지법에 경찰이 해야 될 일을 규정해 놓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진주 사건의 1차적 책임은 범인 안인득에게 있고 사고를 예방할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에게 있다고 말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그 역할과 의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사고의 원인가 책임을 지적하는 이유다.

제 교수는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는 것은 입법의 어떤 부분에서 실패했고 집행의 어느 부분에서 실패했는가를 알기 위한 것”이라며 “그걸 규명해 내야 실패하지 않을 응급대응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대응 체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와 역할, 기능, 책임 등을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언론은 정신질환자의 정보가 관리되지 않았고 강제입원 등 강제적 관리가 됐으면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질책을 쏟아냈다. 제 교수는 이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위기대응 시스템이 왜 작동이 안 되는지를 먼저 규명해야 하는데 엉뚱한 얘기를 하면서 관심을 돌리게 한다”며 “이는 세련된 방식의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해결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다”며 “무엇이 위험한가를 성찰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대응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대응 체계는 정신적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굉장히 우울해 질 수 있고 분노가 갑작스럽게 치밀어 올라서 위험상황으로 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개입할 수 있는 응급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 교수에 따르면 응급대응 시스템에서는 자기결정권과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곧 비례의 원칙이다. 응급대응에서 위험성이 없는 사람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물론 위험할 경우 자기결정권은 상당 부분 침해가 된다. 그렇지만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도 일정한 수준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국도를 걸어가던 정신질환자를 응급팀이 개입해 플로리다 주립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 정신병원 정신건강전문요원은 환자의 응급상황이 지난 후 자의입원 동의서를 받는다. 5개월 후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는 자의입원 사인을 할 당시 판단 능력이 없었으며 병원 측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병원을 고발했다. 고발의 핵심 내용은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였다. 연방법원은 이 사건을 기본권 침해로 인정했다.

또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강제입원하게 된 용의자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후 약물 복용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의사가 주사기를 통해 강제적으로 약을 주입했다고 법원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뉴욕주를 넘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들 두 사건은 강제입원이 된 상황에서도 약물 복용의 원칙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알리는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하고 본인의 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 강제로 약을 주입시킬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본인이 거기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알려줘야 한다. 즉 강제입원이 됐더라도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강제입원과 강제투약을 경험한 당사자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 강제적 치료 대응이 옳을까.

제 교수는 “좋은 환경에서 당사자를 충분히 설득하고 그가 약을 복용하지 않아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며 “실패할 기회를 통해 본인 스스로 약을 복용하도록 설득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응급대응 체계는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

제 교수는 공공이 이용하는 쇼핑센터나 대중교통에서도 위험 상황을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 신고할 수 있는 의무를 부과해야 하려면 이들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즉 정신질환의 의심 정황을 알고 자타해의 위험성을 교육해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당사자가 극심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가족이나 제3자가 전화를 할 수 있는 응급대응체계가 꾸려져야 하며 이 일을 하는 이들은 심리상담가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훈련 받은 이들이 투입돼야 한다.

제 교수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투입할지 말지 위험성을 판단하는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며 “그 매뉴얼에 따라서 위험성이 판단되면 응급대응팀을 현장에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당사자를 진정시키고 정 위험한 경우 강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이나 119구급대를 불러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응급입원을 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가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할 경우 위기쉼터 같은 공간에서 머무르게 하는 ‘전략적’ 선택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응급입원 상태에서도 당사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응급입원 상태에서는 의사 외에는 누구도 만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자의입원으로 병원에 입원할 경우에도 옹호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수시로 병원을 방문해서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절차보조 서비스가 들어가야 한다”며 “응급입원과 절차보조서비스가 작동하면 인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본인과 타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두 마리 토끼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광역에 한 곳씩, 지자체별로 한 곳씩 모두 243개소가 있다. 제 교수는 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능을 권역별 응급대응센터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응급대응센터에는 정신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사회복지사, 동료지원가 등이 배치돼 위기개입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꾸려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응급입원 시 그 입원 장소는 국공립병원으로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위기개입 훈련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는 게 뭔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위험한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진정시킬 수 있는 테크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전문가들은 위기개입 훈련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어디에도 위기개입 훈련이 없는 형편이다.

제 교수는 응급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당사자나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도 정신건강복지법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관련된 손해가 발생하면 국가를 향한 징벌적 손해가 들어간다.

그는 “법에 응급대응 체계가 안 돌아가서 국민이 피해를 입으면 국가가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규정만 들어가면 기획재정부가 알아서 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3조 정의의 부분이 정신질환자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넘어 국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정의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또 법안 제정 후 시행까지 1년의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제 교수는 “미국과 영국법을 보면 스케줄을 만들어 이 법이 시행될 때까지 어떤 경과를 거쳐 법이 시행된다는 걸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며 “시행일을 1년 두면 그 사이에 준비팀을 두는 등 부칙에 법이 빠른 시간 안에 작동할 수 있도록 상세한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정신건강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심리상담사, 인권 전문가가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직속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정신건강위원회를 만들어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전체적 점검을 한 바 있다. 독일은 1975년 정신병원 전수조사를 실시해 새로운 대안 체계를 만들었다.

제 교수는 “위원회를 만들어서 전국 정신병원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그들이 왜 병원을 나와서 왜 치료를 거부하는지, 치료 환경이 어떤지, 수가가 낮아서 의사들이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든지 이런 것들을 전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난 후에 병원에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지역사회에 어떤 게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알고 난 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언론이 치안의 문제로 정신질환자를 몰아간다”며 “정신장애인은 과거에는 범죄자 취급을 하더니 요즘은 살인자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보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응급과 위기대응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과거 정신보건법 시행 시절 강제입원률은 90% 이상이었다. 그는 “정신보건법 시대에는 강력 사건이 없었고 사회가 안전했나”라며 “강제입원이 100%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살인사건을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신질환과 범죄의 메커니즘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개인의 자살 시도나 급성기에는 반드시 외면적으로 현상이 드러나게 돼 있다”며 “여기에 대한 위기대응이 작동해야 하는 것이 정신건강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자꾸 사건을 부각시켜서 치안의 문제로 가져가고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는 동안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병원에 있을 때는 범죄자처럼 형벌을 가하더니 지역에 있을 때는 살지 못하게 한다”며 “장애인의 권리, 신체자유의 권리, 의사를 표현할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 건강을 추구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모두 박탈당했다”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 국민들도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정신장애가 있을 경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고 안 일으킬 수도 있는데 사회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을 부각시켰다.

이 대표는 “이는 정신질환의 메커니즘으로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낮다고 해도 그런 것은 언론이 부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병원에 다녀온 사람은 당사자다. 그 경험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왜 병원을 안 가려 하는지, 왜 약을 안 먹는지, 무엇이 치료인지, 어떤 서비스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기들이 배운 것이 먼저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언제나 예고편처럼 오기 때문에 그 예고편에 개입을 해야 한다”며 “그때는 전문가들이 투입돼야 하며 그 투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또 “위기 개입에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고 어떻게 할까 처리하는 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신뢰를 가지고 마음을 열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인가가 문제의 해결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준희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진주 사건과 관련해 “진주시의 인구 35만 명인데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은 6명뿐이었다”며 “이는 한 명의 인력이 185명을 담당하고 있었던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단순히 정신질환자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치매부터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자살예방 등 ‘곁가지’로 함께 해야 할 사업군이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전 협회장의 말대로 “정신장애 업무 수행 자체가 애시당초 어렵다.”

그는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은 2500건이 넘는다”며 “그러나 경찰이 하는 응급입원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서비스 전달체계를 징검다리로 본다면 돌과 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넓었다”며 “체계가 가동되고 있었지만 체계가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위기대응팀’을 꾸리라며 예산을 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원한 지자체는 단 두 곳이었다. 대다수의 지자체는 그 예산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전 협회장은 “중앙정부가 예산을 주면 지방정부가 그에 걸맞는 예산을 매칭해야 그 예산을 받을 수 있다”며 “진주나 칠곡의 경우 지방정부 예산이 굉장히 적어서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지자체 예산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정신질환 사업의 일환으로 10만 원을 내면 지자체도 그게 맞게 10만 원을 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5만 원도 없을 경우 이 사업은 시작도 해 볼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권한의 한계도 지적됐다.

전 협회장은 “전문요원이 이 분은 조금 입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응급입원을 경찰에게 권유하지만 경찰이 안 들어주면 아무런 조취를 취할 수 없다”며 “경찰은 직무집행법상 경찰에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종의 경찰의 책임 회피다. 따라서 “입원을 시킬 때 경찰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경찰 업무 체계 안에서 경찰에 대한 개인 책임을 자꾸 묻는 구조가 문제”라며 “입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어떤 상황에서 개인의 판단보다 협력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아줄 병원의 협력 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 협회장에 따르면 조현병 증세가 있는 임신한 여성 노숙인을 입원시키려면 하루종일 서울 시내 병원을 돌아다녀야 한다. 병원은 ‘돈이 안 되는’ 정신질환자들을 응급입원시키는 걸 꺼린다. 정신건강 응급입원 체계가 작동되지 않는 현실의 일면이다.

현장에 나가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권한도 정립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전 협회장은 “전문요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이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신질환자는 신분이 안정되지 않은 비정규직 요원들에 의해 공공적 성격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한 기관에서 일하는 평균 근무 근속 기간도 2년 이하다. 이 같은 불안정성이 정신질환자 케어에 어려움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성민 한국심리협회장은 응급대응 서비스 체계의 근원적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 다학제팀, 당사자 단체가 참여하는 심의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원탁에 둘러앉는 원탁 회의체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 회의체에는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지 최종 결정을 할 정도의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신과 전문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지만 사실상 정신보건체계를 의미 있게 개선시킨 게 없다는 지적이다.

조 협회장은 “정신장애인들이 가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며 “그것은 입원이 유지되거나 약물치료가 유지되지 않아서 위험해진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고립되고 그 고립이 장기화되면서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사회치료지원제와 같은 최근 일련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대해 그는 “피포식자의 공격성”에 비유했다.

그는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과 의사들이고 비상근직”이라며 “이들은 까딱 잘못하면 잽싸게 입원시킬 것만 고민하는데 어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센터로 보내달라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한 동물이 궁지에 몰리면 아무나 문다. 그걸 범죄라고 하면 안 된다”며 “이는 피포식자의 공격성”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언론이 (정신장애인에 대해) 치료가 중단됐다고 하는데 이는 위험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치료가 중단됐다고 하는 건 병원에 입원시키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다. 그것만이 치료가 아니다.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로 돌아와서 섞여 살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며 그것이 진짜 치료다.”

조 협회장은 이어 “당사자 스스로 죽는 날까지 스스로 유능한 자기관리자가 되는 걸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보호의 연속성이 살아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진주 사건의 당사자가 (범죄를 일으킨 게) 치료의 중단 때문이 아니라 병원에서 지역사회 케어로 원활하게 연계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인프라 구축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자기결정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단이 넘어와도 센터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을 한다”며 “전인적 회복은 쓰로 안에서 동기가 생기는 자발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발성’이 토대가 된다면 사법입원과 같은 강제적 여건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조 협회장은 “당사자가 가고 싶은 병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지원 서비스, 응급쉼터 등이 다양하게 돼 있으면 왜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지지망에 등록을 하지 않겠는가”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을 해도 지원을 받기 보다 여차하면 입원을 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신의학회의 경우 당사자가 강제입원을 해도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충분히 듣고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자신의 약물을 선택할 경우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약물처방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조 협회장은 “어떻게 자발성을 높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당사자를 예비적 범죄자로 취급해서 격리시킬까만 생각한다면 이는 (한국의 정신보건체계가)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못 벗어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심리상담사의 적극적 활용도 그는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는 4천여 명의 심리상담사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돼 필요한 정신장애인에게 심리상담을 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임상심리사들이 있지만 이들을 채용하는 센터는 적다. 낮은 급여 수준 때문에 센터에서 일하지 않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심리상담가가 등록돼서 당사자가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올 경우 등록된 심리상담사가 가서 치료를 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서비스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심리사회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사회복지서비스법, 의사의 경우 의료법이 있지만 심리사들의 활동할 수 있는 모법(母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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