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기본 이념에 “탈원화를 목적으로 함” 명시해야
정신건강복지법 기본 이념에 “탈원화를 목적으로 함” 명시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29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현성 교수, 한국정신장애연대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보내와
치료의 연속성 갖춘 서비스 공급자들의 협업 필요
24시간 운영되는 위기 핫라인 설치
광역지자체장이 위기서비스 체계 구성·운영해야
건강보험·의료보험 차별 없애야
정신재활서비스 요양급여화해서 활성화시켜야
신속하게 정신장애인 판정 받아 초기 치료에 집중해야
정신재활시설 서비스, 역할, 기능 재정의해야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자신이 활동하는 한국정신장애연대(카미)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률안 완결판을 29일 <마인드포스트>에 보내왔다.

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응급입원 및 행정입원을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는 위기서비스 체계를 제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접근들을 명시했다.

우선 개정안은 급성기 증상 시 정신질환자가 신속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안 정의에 위기서비스체계가 무엇인지를 추가했다.

위기서비스체계는 정신질환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복수의 정신건강 공급자들과 경찰, 비정신보건 전문가가 협력해 급성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치료의 연속성을 갖춘 체계를 의미한다.

개정안은 위기서비스 체계는 급성기나 초발 정신질환자의 증상 완화, 빠른 지역사회 복귀, 가족과 제3자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일주일 내내 운영하는 위기 핫라인 설치, 23시간 안정화 응급정신외래서비스 등과 같은 정신건강증진시설을 비롯해 경찰·응급서비스 공급자 등과 같은 비정신건강증진 시설의 연계 조직을 지칭한다.

개정안은 또 광역자치단체장이 위기서비스 체계를 구성·운영해야 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장관은 광역지자체가 받을 구체적 자원과 정보를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탈원화가 정신건강증진 서비스의 목표임을 구체화하기 위해 법의 목표에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도록 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5항은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이외에 탈원화를 기본 이념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발표된 정신건강솔루션 공동선언문의 15항에는 정부가 탈원화를 정신건강정책의 실질적 목표로 선언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도록 했다. 저소득층 등록 정신장애인이 의료급여를 통해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 차별을 경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의료급여를 가지고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 관련 차별이 치료의 연속성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라며 “이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또 정신질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재활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 필요한 급여를 하도록 명시하도록 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게는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재활서비스가 필요한데도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이들 서비스를 요양급여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2017년 정신건강시설에 한국사회가 지출한 5조372억 원 중 2천13억(4%)만 정신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오 교수는 “당뇨병을 가진 사람에게 인슐린 주사가 질환관리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듯 정신재활서비스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가 살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들이 지역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정신재활서비스를 요양급여화하는 것은 탈원화된 선진사회에서는 필수적인 제도”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치료 과정에서 치료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본 이념에 ‘정신질환자는 치료의 연속성을 갖춘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증진 서비스를 통해 최선의 치료를 받고 극히 필요한 경우에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원·입소한다’고 정의하도록 했다.

이는 치료의 연속성을 갖춘 정신건강증진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이들 서비스들이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신장애인 판정 기준도 합리화해야 한다는 부분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따라서 현행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등급 판정 기준은 상당한 논리적 오류를 갖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교수는 “장애인등급 판정을 받아서 빠른 시일 안에 사회복지서비스들을 이용해야 하지만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의료급여 대상자로 최대한 빨리 인정이 돼야 급성기에 신속히 병원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20%에 달하는 자기부담금으로 인해 저소득층 초발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 판정을 정신건강정책과가 주도하고 이를 정신건강복지법에 명문화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어 탈원화를 위해 제공되는 정신재활서비스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제37조에 ‘지역사회 정신재활서비스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설했다. 이는 국가가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거주 및 치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 요양급여에 포함해야 하는 지역사회 정신재활서비스를 제시했다. 이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을 명시하고 급여 수준을 정하는 절차도 명시했다.

이 제안 배경은 탈원화를 위해 정신재활시설이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이 다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이 정신재활시설에 대한 기능과 역할, 제공하는 서비스,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거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유형과 서비스 목적, 대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제시된다. 또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현장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어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단기집중 입원진료, 퇴원 계획 수립,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계를 제공하는 단기입원 정신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을 개정법 제19조2항에 신설하도록 했다.

오 교수는 “장기입원이 가져오는 당사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당사자와 정부 재정의 폐해가 과도하다”며 “정신의료기관들이 신속한 입원, 효과적인 집중치료, 촘촘한 퇴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의료보장제도(건강보험·의료급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정법은 이어 정신건강증진서비스의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31조 정신건강증진시설의 평가를 개정해 시설, 장비, 인력, 업무의 내용, 결과 등을 평가하도록 해 실제로 환자들이 받는 서비스의 효과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오 교수는 “정신건강증진 서비스 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증거기반 실천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과 함께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