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단촐하게 친구 셋이 청계산 매봉에 올라 막걸리 3병, 양주 1병을 청계산 진달래 꽃에 띄워놓고 모처럼 맑은 하늘의 풍류를 바라보며 지지배배 지지배배 한 많고 서러운 인생사를 토해냈습니다.
옳고 그릇됨을 판결하는 게 아니라 지나간 세월을 보듬어 다시금 아름답게 단장하고 색칠했달까요. 어리석고 못다한 설움들은 저 구름에 날려보냈습니다.
각자 생각이 다름을 새삼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던진 돌멩이가 한 생명을 앗아가고, 칼보다 글이 얼마나 더 강한지를 일깨우는 대화가 이어졌지요.
칼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간 아무는 신체에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어떤 말 한마디, 글의 파편은 무수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180도 돌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도 합니다.
그것은 때론 영혼을 파멸시켜 다시는 돌이키지도 못하게 마음을 돌리는 무색무취의 흉측한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옛날, 무심코 던진 누구가의 말과 글의 한마디가 평생 상처가 되어 그 아픔을 부여잡고 살아온 울분을 청계산 저 맑은 태양으로 녹여냅니다.
누군가는 그 아픔을 피와 살로 만들어 한 인간을 역사적이고 운명적으로 전환시켜서 큰 인물이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아픔이 평생이어집니다. 결코 아물지 않는 평생 상처로 남습니다. 그렇게 살아갑니다.
말 없는 침묵은 금이 될 수 있지만, 술 한잔 안주삼아 대자연 속에서 심금을 울리는 편안한 수다는 한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해줍니다. 치유의 약이지요.
모든 사람의 위치와 생각은 다릅니다. 선은 항상 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악은 항상 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오묘한 세상의 진리를 생각했습니다.
산을 내려와 막걸리를 더 목구멍에 부어넣으면서, 시간을 완전히 항복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