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너무 참담한”…청와대 청원글에 실린 정신질환시설 혐오 목소리들
“참담한, 너무 참담한”…청와대 청원글에 실린 정신질환시설 혐오 목소리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02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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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Nimby)로 점철된 정신시설 혐오 청원글들
‘공동생활가정이 왜 주택가에 들어오나’ 항의 청원
'범죄 일어날 확률 낮아도 주민은 불안해' 호소
'혐오시설 설립은 주민 안전 고려 안해' 반발

정신질환자의 공동생활시설 설립과 정신병동 입주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달 29일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시설 건립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 A씨는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초등학교 및 주택가가 조성돼 있는 저희 마을에 정신질환자 여성 6명을 수용한다고 한다”며 “정신질환자를 보호·관리할 시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하필 장소가 주택가 지역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A씨는 “공동생활가정은 병원에서 상당 기간 치료했지만 독립해 생활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들”이라며 “(관계자는 환자들이) 대부분 치료가 돼 강력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능성이 없다’가 아닌 ‘가능성이 적다’라는 말은 범죄가 일어날 단 몇 퍼센트의 가능성 있다는 것”이라며 “그럼 주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2022년까지 각 구·군에 정신질환자 공동생활가정 8곳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주택가 밀집 지역에 수용 시설을 건립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일 청원게시판에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126 베드(병상)의 일반병원을 가장한 정신병원이 들어왔습니다’라는 제하의 청원이 올라왔다.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 B씨는 자신이 사는 집 길 건너에 빈 건물로 오래 방치된 건물 면적 600평 정도의 10층 건물이 있다고 소개했다.

B씨는 “그곳에 정신과, 신경과, 내과, 청소년과 등 외래진료와 함께 140 베드 중 10%를 제외한 126 베드가 정신질환자가 사용하는 폐쇄병동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어 “5월 2일 개원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45명 정도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며 “어떠한 홍보 활동도 없고 병원 간판조차 없어 입주민들 몰래 쉬쉬하며 비밀리에 개원한 게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으로 허가 신청을 했으며 법적으로 문제 없이 허가가 됐다고 한다”며 “정신과 외에 다른 진료과목이 있고 10%의 일반병동만 있으면 일반병원으로 개원이 된다는 법을 악용한 건 아닐까”라고 적었다.

그는 “병원 건물과 저희 아파트 광장은 서로가 한 눈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이며 시야를 가리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며 “가까운 동은 병원 안이 다 보일 정도이며 입원환자들이 저희 단지를 매일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망상증 환자가 퇴원 후 매일 보던 저희 단지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생긴다”며 “입원하는 환자들이 모두 위험한 건 아니겠지만 외래진료가 아닌 폐쇄병동의 환자들이 어던 위험요소가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 C 씨는 ‘학교 옆 정신질환자 수용소 설립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혐오시설 중 하나인 고위험 환자 폐쇄 정신병동을 설립하면서 주민 동의나 고지 기간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안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반민주적인 절차”라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 승인 허가서 상에 일반 진료 과목이 일부라도 포함되면 일반병동으로 허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90% 정신병동, 10% 일반진료로 상신해 허가를 받아냈다”며 “이는 법을 우회해 이득을 챙기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곳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그 위치가 굳이 주택가·학교 근처여야만 하나. 설립 안을 철회해 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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