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은 우리의 이웃] 정신장애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고?
[정신장애인은 우리의 이웃] 정신장애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고?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18.05.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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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 경험
정신과 환자의 입원치료를 지향해 온 대한민국
사건사고 때마다 강화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편견
이제는 정신장애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편견을 바꿔야 할 때
(c) 서울시복지재단
(c) 서울시복지재단

 

정신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로 폭력적이고 위험한가?

헬조선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무한 경쟁현상'은 유치원에 입학하고나서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좀체 우리의 삶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치열한 경쟁적 구도에서 온전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건강한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 일은 도무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는 '피로사회'를 넘어 '만성 피로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마음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강박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됐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질환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대한민국 국민의 4분의 1이 정신질환자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담배와 술 등 중독질환을 포함했을 때 대한민국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1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지난 1년 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이환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11.9%로 2016년 한해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47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초기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만성 정신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게 바로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이 질환을 앓게 되면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 있다. 물론 환청이나 강박, 망상 등 정신병적 상태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한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질병이나 당뇨병 못지않게 회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정신과 환자의 입원치료를 지향해 왔다.

왜냐하면 정신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제거돼야 할 대상자들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여론도 장기 입원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후 새로운 재활기법과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평생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사회와 격리된 채로 살아온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고작 일상생활을 영위할 기본적인 수준의 능력만 갖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원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정신장애인들을 사회로 복귀시켜 다양한 대인관계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신장애인들은 의사나 간호사,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사 등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받아 왔다. 아울러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신장애계 측에서는 스스로의 삶에 주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때 회복률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라도 사회가 지원하는 방법들이 과연 적절한지, 그리고 정신장애인들이 정말로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럴 때라야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가 빨라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국민의 4분의 1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정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사회에서 낙인 찍혀 취업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장애인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을 이웃이 아니라 적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편견 때문에 초기 치료를 통해 충분히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병원을 늦게 방문하게 되어 치료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강남역 살인사건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머지 정신질환자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정신장애인 범죄율은 0.08%로 정상인 범죄율 1.2%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적시에 치료를 받으면 범죄 위험성은 94%나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잘못된 편견이 오히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가로 막고 있는 셈이다.

조현병 환자였던 괴짜 수학 천재 존 포브스 내쉬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드라마틱한 일생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낭만주의 시대 이후 천재를 정신장애인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천재=광기'라는 등식이 성립되기도 했다. 사실 천재와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은 과학적 증거가 없지만, 정신장애를 천재의 운명으로 신비화하면서 정신장애가 창의성을 고양시킨다는 헛된 망상이 유포된 건 사실이다.

진짜 정신장애인들은 대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들이다. 조현병 환자는 대개 방에서 몇 시간씩 웅크리며 사는 게 보통이다. 바깥으로 나오려고 해도 가스는 제대로 잠궜는지, 잊은 건 없는지 수백 번 확인하는 강박으로 괴로워 하기도 한다. 자폐증 환자나 정신박약자도 영화 '레인맨'에 등장하는 더스틴 호프만과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처럼 착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신장애계 측에서는 착한 사람들이 정신장애를 겪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온다.

 

사회의 편견처럼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위험하고 폭력적인 존재는 아니다.

정신장애인을 병원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로 빨리 복귀시키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OECD 국가 가운데 대한민국만 지난 20년 간 정신과 병상 수가 늘어났으며, 입원기간도 OECD 평균 27.5일보다 4배 가량 많은 116일이다.

 

이제는 정신장애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편견과 강제입원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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