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수선화와 군악대
[당사자의 시] 수선화와 군악대
  • 이인숙
  • 승인 2019.05.10 19: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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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c) Healing Pond
수선화 (c) Healing Pond

 

부드러운 문양

유리창 안 후쿠시아 나팔 불듯 하고

행진하는 큰북 수선화 꽃 같이

흔들리고

 

오늘은 군악대 공연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꽃구름

창 밖을 내다보듯이

창 안을 들여다보는

 

수선화, 후쿠시아 행렬

해병대 군악부 노란 수선화

초대받는 군중 속

조현병 한우들의 질서있는 환호

 

수선화 꽃송이 구름을 펼치고 박력 넘치는

카리스마 물들여진 군악대의 퍼레이드

 

금빛으로 빛나는 군복의 단추들

누군가 눈을 쏘는 빛을 얻었습니다

 

슬픔을 먹은

시든 꽃잎은 이제 없습니다

군악대 박진감 넘치는 선율

방해없이

불타오르는 수선화의 향기

군악대 박수받으며 퇴장합니다

 

 

*이인숙 님은...

2010년 '자유문예'로 등단. 2013년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 선정. 2015년 경기도 장애인 문예공모전 입상. 시집으로 '새벽을 바라며', '달에 꽃피다', '상아를 훔친 사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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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5-12 21:20:00
섬에 정신병원에 갇힌 친구가 창 가리막 틀사이로 뻘밭에 내리락 오르락 갈매기들 보았답니다. 그 친구 시를 지었지요. 전혀 외롭지 않다고. 무심한 갈매기만 내려앉았다 올랐다 썼습니다.
인숙님의 창안 후쿠시아 창밖 수선화 모두 군악대의 흥겨운 연주에 즐겁습니다. 그래요 조현 환우들은 내안에 서글픔도 충분히 외부세상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지요. 나도 군악대 행렬에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