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국가 관리하고 정책에 환자와 가족 참여 보장해야 …청와대 청원
정신질환, 국가 관리하고 정책에 환자와 가족 참여 보장해야 …청와대 청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08 2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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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치료하면 완치율 높아…한국은 편견 심해 조기치료 기회 놓쳐
가족만으로 치료 감당 못해 …국가 제도적 도움 있어야
퇴원 후 치료, 상담, 재활 프로그램의 지원 제도 마련 시급

조현병의 조기치료를 위해 중·고등학교부터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예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7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또 정신장애인 가족들의 역할과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 정신질환의 국가관리, 정책 결정에 환자와 가족의 참여를 요청했다.

30대의 조현병을 가진 딸을 둔 어머니라고 자신을 밝힌 청원인 A씨는 “9년 전 딸이 발병했을 때 조현병에 대한 인식, 가족들의 대처방법에 너무 무지해서 조기치료가 중요한 정신과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며 “정신질환 환자들이 치료와 재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모든 상황을 가족만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8대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가족이 동반자살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적었다.

A씨는 “조현병 환자들이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기사들을 접한 일반인들은 그들이 무섭고 두려운 괴물 같은 존재로 느껴지겠지만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며 “1년에 1200건 상당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고 조현병 환자의 살인사건은 특히 기사화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이 병을 숨기게 되고 치료받는 데 ‘골든 타임’을 놓친다는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조기발견해 치료할 경우 발병자 7명 중 1명은 완치한다. 2명은 투약을 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2명은 1~2회 재발해 약물을 복용하지만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나머지 2명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A씨는 “통계자료를 볼 때 조기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외국은 발병 후 치료 시작까지 평균 3개월인데 우리나라는 15개월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밝혔다.

최초 발병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기간까지를 통상 ‘정신증 미치료 기간’(DUP·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이라고 한다. 초기 집중치료를 위해서는 초발 정신질환자의 조기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이 병의 발병 시기가 남자 18~25세, 여자 20~30세가 많은데 이 시기가 사춘기와 맞물린다”며 “정신질환 증세가 사춘기 증상과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국가 정신보건 체계 구축과 관련해 A씨는 다섯 가지의 정책 제안을 했다.

우선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성 교육을 필수로 받는 것처럼 학생과 학부모에게 청소년 시기의 정신건강의 중요성, 정신건강 관리와 정신질환 예방, 증상 및 대처법을 알 수 있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게 가족의 역할과 대처방법을 교육해 줄 것을 청원했다.

또 치매를 국가가 관리하듯이 정신질환도 국가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A씨는 “젊은 나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20대부터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치매보다 더 힘들고 잔인한 병”이라며 “치매와 마찬가지로 가족들만 감당하기에 너무도 힘들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또 대중매체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필요 이상의 자극적 기사나 과장된 표현으로 일반 국민이 정신장애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갖게 하는 보도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정신질환의 예방과 대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의 제작 보급을 활성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에 환자와 그 가족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A씨는 강조했다.

A씨는 “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재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누구보다 환자와 가족들이 잘 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약을 투약하는 것 외에 삼당치료나 재활 프로그램들이 너무나 열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퇴원 후의 치료, 상담, 재활 프로그램의 지원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외국의 경우 환자들의 환청을 선별해서 들으며 그 점을 또 다른 능력으로 연구해 가는데 우리나라는 약 기운으로 증상을 약화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정신질환이) 격리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일반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돼야 한다”며 “정신질환 예방 및 치료가 지금보다 원활하게 되고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원하는 안전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장애 쪽이 다른 장애 쪽보다 시스템, 환경, 처우 등이 좋지 않은 이유가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이 모여서 한 목소리로 요청해야하는 과정 자체가 없는 상황 때문”이라며 “저부터라도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해 청원할 용기도 내고 주변 지인들에게 아이의 병을 오픈했다”고 적었다.

그는 “조현병은 (인구) 1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고 있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생각보다 흔한 병이란 걸 알려야 한다”며 “조현병 환자가 모두 무섭지 않다는 걸, 격리만이 답이 아니란 걸, 잘 치료받으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이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8일 현재 1100여 명의 동의가 올라왔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국민청원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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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5-09 20:28:30
정신장애인 관련 청와대 청원이 10개 오르고 있지만 참여 인원이 적은것 같습니다. 홍보와 확산에 좀더 애써야 합니다.
좁은 대인관계 속에 생활하는 조현 당사자들이지만 담당선생님께 부터 친지들에게도 알려 나가야합니다. 나부터 오픈하고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영원히 우리문제는 우리 안에서만 메아리입니다.
대학동창들에게 오해도 받지만 오픈했습니다. 그래 지나보니 내가 정신질환이었다 라고.

약자가 연대하면 그들도 언젠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함을 알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