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가족 칼럼] “청소년 정신질환 의심시 부모 동의 없이도 전문가 상담받도록 해야”
[당사자 가족 칼럼] “청소년 정신질환 의심시 부모 동의 없이도 전문가 상담받도록 해야”
  • 배점태 심지회 부회장
  • 승인 2019.05.08 21: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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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점태 심지회 부회장 기고
조현병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병…조기치료 필요
정신증 미치료 기간 길어 초기 회복에 걸림돌
사회적 낙인으로 부모도 병에 적극적 대처 안 해
교사도 학생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 낮아
초발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대응시스템 없어
정신건강증진사업에 정부 조례 마련 등 후속 조처 안해
조현병 치료에 가족 부담 덜게 국가가 책임져야
학교에서 조현병 관련 교육도 의무화해야
당사자와 가족 (c) HuffPost Canada
당사자와 가족 (c) HuffPost Canada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조현병의 전체 만성질환자의 4분의 3은 24세 이전에 발병한다고 한다. 즉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병한다는 의미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초발 조현병 환자의 평균 정신증 미치료 기간(DUP·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의 경우 한국은 약 120주(2.5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비 4배 더 길다고 한다.

정신증 미치료 기간이 오래될수록 치료가 더 힘들어져 병이 만성화될 확률이 높다. 만성화가 되면 본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관련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또 만성화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이 병은 조기 및 적기 치료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10대 조현병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병의 특징 중 하나가 환자의 병식(病識)이 없다는 것이다. 병식이란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병은 많이 아플 경우 환자 스스로 좋은 병원에서 치료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일수록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치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이 병에 대한 부모들의 무지 및 사회적 낙인과 편견 등으로 인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아이의 발병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국가에서 적절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조기에 치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다.

셋째, 학교 및 군대에서 상담을 전담하는 관련 협력자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최일선에서 만나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 정신질환과 관련한 교육이 부족해 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위치에서 조기발견을 할 수 있는 학교 및 군대에서 간과하여 조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넷째, 학교 등에서 발견되는 이상 징후가 있는 학생에 대해 국가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학교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학생을 발견하더라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적절한 치료를 할 수가 없다. 부모가 치료를 거절하면 학교에서 설득 이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

다섯째, 이 병을 가진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군 복무를 할 때 많이 발병된다. 그런데 군에서 발병하면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조기 제대 처리해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따라서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법으로 조기 발견 및 학교 등에서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시행령 등 관련 법령 제정 등을 통해 후속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식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10대 조현병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해당 법은 조현병 관련 조기 발견 및 학교 등에서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령을 추가 제정해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당국은 관련 예산을 확보해 조현병 관련 조기발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에서 이상 징후 학생을 발견 시 부모의 동의 없이도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자동으로 이첩해 전문가의 판단에 의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부모의 동의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바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셋째, 학교 선생님 및 군 관련자에 대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을 매일 접촉하는 모든 교사들에게 ‘안전 교육’ 또는 ‘다문화학생 이해 교육’과 같이 조현병 관련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교육청 단위로 정신과 전문의 및 정신건강복지사를 고용해 학교에서 조현병이 의심되는 학생의 전문적 상담이 필요할 때 즉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현재 전국 초·중·고교에서 해마다 ‘학생 정서 행동 특성 평가’를 실시한다. 여기에 조현병의 주요 증상인 망상 및 환청과 같은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또 학교에 간단한 체크 매뉴얼을 보급하고 홍보를 강화해 교사 등 관련자의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군에서 발병할 경우 바로 조기 제대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군에서 치료를 해서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제대 조치해야 한다. 즉 조현병 치료를 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우선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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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점태 2019-05-09 21:45:52
인랑제수민님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제가 제안한 문제들과
그에 대한 대책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하여 심지회에서 노력하고자 합니다.
물론, 향후에는 마인드포스트도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인랑제수민 2019-05-09 20:17:11
배선생님 좋은 의견 감사. 모두 국가가 먼저해야할 일 같습니다. 실제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다보면 성적우선 경쟁구도 때문에 부적응학생 모두 가정쪽으로 돌려버립니다. 가족에 책임있다는 거죠. 군대서도 의가사제대가 병제대가 되며 보훈당국에서는 전혀 혜택없습니다. 이제 혜택없슴만 탓할게 아니라 당사자가 어머니아버지가 연대하여 힘을 모아 대응해야합니다.
배선생님의 제안 중 1가지라도 해결할 전략을 짜야합니다 능력있는 단체와 연대하더라도 입안세력 압력단체로 힘모아 가야합니다. 그곳 중 하나 언론집합 마인드포스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