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의 고령화…정신병원 입원환자의 열에 일곱은 50대 이상
정신질환의 고령화…정신병원 입원환자의 열에 일곱은 50대 이상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10 0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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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 주최 토론회 개최
입원 의료급여 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의 95배
회복은 내가 나를 돌보고 관리하는 것
회복 지향의 정신보건 시스템 갖춰져야
병원과 지역사회가 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게 방향성
외래치료지원제도는 치료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
당사자가 치료 과정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해야
수도권과 지방의 정신보건서비스 형평성 불균형
정신건강시설 자유로운 환경으로 고쳐야
거버넌스에 당사자, 가족, 전문가들 참여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인구의 66%가 50대 이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이 주최한 정신건강 가족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미경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은 “2018년 정신건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병원 입원자 중 50대 이상이 66.3%였다”며 “20대 초반에 많이 정신질환이 발생하는데 병원에 50대 이상이 많다는 건 만성화돼 입원한 환자수가 많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의료보장형태 중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비율도 61%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건강보험 환자는 49명인데 반해 의료급여 환자는 4천 명이 넘는다.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율이 95배나 많은 수치다.

이 협회장은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의료기관에 맡겨놓고 있는 상태”라며 “50대 이상의 의료급여 1종인 분들이 불필요하게 입원해 있는 대표적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이 협회장은 이어 “회복을 볼 때 결과로 볼 것이냐, 과정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생긴다”며 “회복은 내가 나를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회복”이라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고 그 삶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정신질환으로부터의 회복이다. 과정이라는 회복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래서 회복을 얘기할 때 각 개인에 따라서 (회복의 의미는) 다르다. 회복은 다 다르다.”

그는 이어 “회복에서 핵심은 의미인데 그 의미는 일일 수도 있고 관계일 수도 있고 정치적 활동일 수도 있다”며 “회복의 과정은 내가 잃은 것을 되찾고 앞으로 나가고 내가 만족하는 삶을 선택하고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활도 있어야 하고 안녕도 있어야 한다”며 “나의 건강한 생활도 함께 보장되는 정신건강 서비스들이 이뤄질 때만 회복지향의 정신보건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정신질환자의 치료의 중심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지역사회에 있으면서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병원과 지역사회가 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게 방향성”이라며 “초발·만성 정신질환자들은 각 특성별로 지원을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만들어서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성화된 경우 응급관리를 높이고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위험한 시기에는 위기 환자에 신속해 개입해 증상을 빨리 가라앉히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자기주도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초발환자와 위험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만성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것, 또는 동료지원 서비스와 인식개선 사업을 지원하는 건 환자 스스로가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자발적으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치료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병원들은 입원밖에 관심이 없었고 퇴원 이후 당사자가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안적 서비스로 그는 ‘병원 기반 사례 관리’를 제시했다.

조 과장은 “퇴원 환자의 지속적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을 병원 안에 설치해 초발환자나 위험 환자에 대해 사례관리 시스템을 작동시키겠다”며 “퇴원하고 정기적으로 내원을 시키거나 팀이 방문을 해서 일정 기간 집중적인 병원 기반 사례 관리를 한 다음에 지역사회 센터로 연계하고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외래치료지원제도와 관련해 “기존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는 보호의무자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였다”며 “보호의무자의 비용 부담 없이도 입원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관리받다가 증상이 심해 관리가 필요하면 국가가 치료비를 지원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인 절차보조인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자가 입원 치료 과정에서 치료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절차보조에서 정신질환자가 치료 과정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8개월짜리 시범사업이지만 1년 더 연장될 것 같다”며 “연장까지 포함해서 절차보조 시범사업 결과를 가지고 본 사업으로 향후 만들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돌봄서비스)는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보건과 의료, 복지를 지원받는 제도다. 탈원화의 이념적 방향과도 목적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자의 돌봄 서비스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조 과장은 “커뮤니티케어가 지역사회에서 치료 받고 복지서비스도 받는 등 포괄적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정신질환에 있어서 보건 서비스와 사회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의 한 방식으로 자립체험주택을 강조했다. 이는 현재 커뮤니티케어 정신질환 부분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가 대표적이다.

조 과장은 “갈 데가 없어서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이들의 탈원화를 돕기 위해서 주거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독립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 단계의 거주시설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신건강 서비스 형평성의 차이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강원도는 경기도 수원보다 인구가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정신재활시설은 수원에 13곳이 있는 반면 강원도는 6개에 불과하다. 정원도 수원은 266명이지만 강원도는 60명 수준이다.

황 시설장은 “지역적 균형이 많이 안 맞고 지역은 정신건강 서비스의 빈곤의 악순환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사회 돌봄 현장 자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병원에 있는 엘리트들이 지역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정신건강복지센터 비상근으로만 있지 말고 상근으로 나와서 더 많은 일을 해주면 지역사회가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카미) 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에 권고한 정신건강모델의 지역사회 전환을 강조했다.

권 사무총장은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모델은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원의 입원·입소로 평가된다”며 “OECD 국가들처럼 한국도 지역사회 보건 모델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 입원 중심의 정신건강 케어 모델에서 커뮤니티로 이행하는 게 OECD의 권고사항”이라며 “이 서비스에 당사자와 가족이 참여하고 감시 역할을 증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입원이라는 건 목표가 있는데 목표 없이 그냥 데리고 있고 장기입원시키는 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신건강시설을 자유로운 환경으로 고치고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2000년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정신의료 서비스의 개혁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린다. 곧 회복 관점에서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그건 한 부분이고 사람이 살아갈 집과 소득, 직업재활과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이 개입함으로써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조력하는 게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의 목표로 수렴된다.

그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이 돼서 국가가 거기에 대한 모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정신질환을 심리사회적 장애로 규정한다. 장애라는 건 한 사람의 정신에 이상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정신이상이 있더라도 사회에 참여하고 직장을 갖고 의미 있는 삶을 산다면 그건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정신장애를 가지는 경우 이는 사회적 장벽이 되며 사회 참여 역시 제한된다. 권 사무총장은 “그것이 바로 장애”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시행하려면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의 역량이 필요하다”며 “거버넌스는 정부가 정책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인데 여기에 전문가, 당사자 단체, 정신과 의학회 등도 같이 참여해서 의논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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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5-12 21:45:04
조현당사자 거버넌스에 참여하게 해달라. 당사자의 목소리가 단체를 이루어 입안세력이 되게 도와달라. 지원주택이 안전하게 주어지고 삶을 누리게 해달라. 일할 작업장 알바라도 달라.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인권을 보장하라.
그동안 많이 해먹었다 기득권들. 이젠 토해내 당사자를 도우라.
입으로만 정책정책말고. 실천할 때다. 유럽시찰 백번 보다 국공립 병원 하나세우는게 낫다. 실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