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빈 종이 위 분노, 내 감정 보고 웃음만...
[책] 빈 종이 위 분노, 내 감정 보고 웃음만...
  • 류형선 기자
  • 승인 2018.05.2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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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감정이 폭발할 때 꺼내드는 책’

 

2017년 2월 15일 서점 서가에 꽂힌 이 책의 인쇄일자는 작년 2월에 머물러 있다. 1쇄에 그쳤으니 전국에 2천 권이 채 안 읽혔다.

분노조절에 실패한 이들이 뉴스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나오는데도 시끄럽기만 하고 이를 해소할 방법, 대안에 대해서는 시민은 무지하다.

작가 이어령이 그랬다. 차가 올 때 옆으로 비켜서면 되는 데 뒤 쫓아 오는 차를 피해 계속 앞으로 뛰어가기만 할 때가 있다고.

감정이 자신을 몰아갈 때 감정이 지나가도록 작은 감정의 갓길로 비켜서는 여유를 주는 책이 여기 있다. 이 책은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는다. 단지 책의 80%를 빈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그 비어있는 공간에 마음껏 낙서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나는 감히 책에 낙서할 용기는 없었지만 연습장에 적고 적은 종이를 구기고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려보기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언제 할 지 모르는 사내연애를 위해 사무실 평면도에 붉은색으로 데이트하기 좋은 공간을 동그라미 쳐보기, 화장실 문이라고 생각하고 동료에게 해 주고 싶은 악담쓰기, 밉상의 뇌 구조 그리기, 신발 바닥에 상사의 사진을 붙이고 걸어다니기 등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분노가 종이위에 표현되고 그 감정을 보게 되면서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 안에 감정이라는 보물을 발견했고 그 보물을 어떻게 연마할지 고군분투하는 듯하다. 종이 위에 하나씩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현하다보면 이 과도기를 잘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폭발할 때 꺼내드는 책’ (서울: 책이있는풍경, 스테판 리베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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