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정치학"…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는 한없이 강한 ‘당신들’
"혐오의 정치학"…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는 한없이 강한 ‘당신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12 2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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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세교신도시에 P병원 정신병동 들어서면서 문제 촉발
자유한국당 지역구 당원들 “P병원 때문에 주민 불안”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가치에 기초해야
민주당과 기타 당은 자유한국당의 요청에 응하지 말아야

경기도 오산 세교신도시에 들어선 P병원 정신병동 문제와 관련해 이 지역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이 지난 10일 정신병원 설립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권재 자유한국당 오산시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P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23일 개원한 P병원은 전체 140병상 중 정신과 병상이 124개이고 일반 병상은 16개”라며 “일반 병상이 10% 이상이면 일반 병원으로 의료시설을 개원할 수 있다는 법을 악용해 실제로는 정신병원이면서 일반병원으로 개원한 것은 사기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P병원의 의사는 2명에 불과하다”며 “그 중 한 명이 정신과 담당 의사인데 단 한 명의 정신의가 124개에 달하는 정신병동 전체를 감당한 것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산시가 아무런 제재도 없이 병원 허가를 내 준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권재 자유한국당 오산시 당협위원장이 P병원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오산시민신문.
이권재 자유한국당 오산시 당협위원장이 P병원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오산시민신문.

이 위원장은 또 “지금 세교 주민들은 이런 사실들을 다 알고 있어 주민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정신병원 허가를 내준 게 누구냐, 몰랐다고 하는 건 누구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누구냐”고 외쳤다.

또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오산시는 모든 병원 허가 과정 및 병원 허가 취소와 관련된 진행 사항을 낱낱이 공개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P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대표와 오산시 집행부 그리고 민주당 및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특별대책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하고 병원과 직접적인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P병원 문제 해결을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협조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민주당도 이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오산시의회 의원들과 오산 세교 신도시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기자는 이 기자회견을 취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역 신문들이 쓴 기사들에 의지해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게 기사들을 훑어가면서 하나의 의구심이 생겼다.

저 자유한국당 이권재 오산시 당협위원장은 P병원에 대해 어떤 식의 처리를 바라는 것일까. 자신의 입장에서는 문을 닫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것이다. 그건 직접적인 주민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결말이므로.

실제 한 세교 주민은 기자회견장에서 “부모, 자녀, 손자, 손녀들의 안전을 위해 자유한국당에서 함께 해 주실 것은 요청한다”며 “안민석 (지역구) 국회의원과 곽상욱 오산시장에게 우리 주민을 살려달라는 문제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무엇을 살려달라는 것인가. 아주 오래 전 정신가족협회지를 만들 때다. 그때 구 국립정신병원 리모델링을 두고 서울 중곡동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정신병원이 리모델링을 하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공청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치료하라”는 가히 ‘온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문제는 하나였다. 정신병원이 있는 한 ‘땅값’과 ‘아파트값’은 오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정신장애인을 향해 ‘풍경 좋은 곳으로 가라’는 것은 ‘너희들이 떠나야 우리의 재산권이 보존된다’는 경제적 시각이 전부였다.

다행히 국립정신병원은 지금 중곡동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돼 중앙 정신건강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금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아픈 자식을 두고 홀로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 부모들에게 거리로 나서게 하는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들의 어머니들은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울었다.

발달장애인은 이렇게 그들의 슬픔을 대신해 울어주는 가족이 있다. 이 가족들은 절대로 발달장애인 자식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신장애인들은 마치 ‘고립된 섬’처럼 이 세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무도 이들을 위해 울어주지 않으며 아무도 이들을 위해 정치 투쟁을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하지도 않는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온정의 눈길과 손길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을 표상하는 것은 ‘혐오’와 ‘제거’의 대상일 뿐.

두렵다는 것. 그것만큼 ‘온정’을 거부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을까. 정신장애인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자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사회 내부의 적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하나의 희생양으로 상징된다. 정신장애에 의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면 사회는 정신장애인을 주홍글씨로 포장해 자신들의 두려움을 투사하고 이들의 제거와 배제를 옹호하게 된다. 격리시켜야 할 대상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있다는 자체가 ‘혐오스럽다’.

경기도 오산 세교 신도시가 아파트 값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정신병원 개원 자체를 막아서는 저들의 정치적 태도 뒤에는 두려움을 넘어선 ‘아파트 값’의 동반 하락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지향해야 할 정치 세력인 자유한국당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님비’를 외치는 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약자를 향한 억압을 통해 얻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란 그렇다. 내가 살아나려면 남을 밟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 투쟁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면 조금은 성찰해 봐야 하지 않는가. 왜 늘 그런 성찰은 언제나 요청되지도 않고 간과되어 버리는 것일까.

나는 그 성찰의 부족을 ‘정치적 표’와 관련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무자비한 짓밟기’라고 명명하고 싶다. 정신장애인은 정치적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힘은 너무나 미약해 강자가 떠나라면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서 있다는 것이, 그것이 저 약자에게 한없이 강하게 나오는 정치세력의 “떠나라”는 외침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면서,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저 정치세력. 그게 극우의 시작이다.

이권재 자유한국당 오산시 당협위원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정신장애에 걸린다면 그래서 그 자식이 입원해야 할 정신병원이 신도시에 들어와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 그럴 때도 당신은 저 정신장애인들이 살아가야 할 공간을 ‘없애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에게는 ‘정치적 표’가 중요하지만 우리 정신장애인에게는 ‘삶의 안식처’가 필요하다. 힘들고 괴로울 때 잠시 들어가 쉴 수 있는 곳. 그 최후의 ‘진지’까지 훼손하면서까지 당신은 표를 ‘구걸’하지 말기 바란다.

P병원 문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오산시당원들과 일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c)오산시민신문.
P병원 문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오산시당원들과 일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c)오산시민신문.

다행히 세계적으로 정신병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우리가 회복되면 저 P병원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P병원 같은 소규모 병원에서 삶의 회복을 위한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에게 경고한다. 이권재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민주당 및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특별대책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하자”며 “자유한국당은 P병원 문제 해결을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협조를 할 것을 밝힌다”고 했는데 이들의 요청에 응하지 말기 바란다.

또 자유한국당 김명철·이상복 오산시의원들이 “우리끼리 하다가 안 됐으니 여야를 떠나 함께 해결하자”고 외친 부분에 대해서도 응하지 말기 바란다.

적어도 약자의 편에 선 정치를 실천한다면 그들의 극우적 발언을 받아들이지 말기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 아니 그건 극우를 넘어 ‘혐오’의 정치학을 펼치고 있는 세력들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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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5-12 22:12:53
혐오의 정치에서 벗어나자 이권재당협위원장. 이제 연약한 조현당사자들이 의료권력 제약횡포 겨우 버티는데 국회의원들까지 적으로 상대해야하는가? 조현당사자는 국민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극우의 정치 일본에서나 통하는 것, 달창이니 떠들어대는 나의원이나 할 말이다. 도와야할 치료의 대상이 조현환우이다.
오산은 조현인을 많이 도와주고 거처를 주던 온정의 소도시이다. 너무나 감사할 그 마을에 극우정치인들의 땅값지키기 님비에 허가 완료 준공된 병원이 멈춰서다니 해도 너무한 일이다. 짓밟는 법을 먼저해야 표를 얻는다? 우리는 밟히지 않는다.
3년전 국회법사위에 정신건강복지법개정안 통과 때에도 반대하던 국회의원들 손목에 매달리며 손편지를 전하며 우리는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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