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후견인 둔 정신장애인 은행 거래 제한은 차별”
인권위 “후견인 둔 정신장애인 은행 거래 제한은 차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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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킹, ATM 이용 못하게 한 건 차별
100만 원 이상시 후견인 동행 요구는 장애인 권리 제한
장차법·정신건강복지법의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제한

 

한정후견을 받은 정신장애인에게 시중 은행이 평일 대면 금융거래만 허용하는 등 금융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조처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3일 인권위는 “후견 판결을 받은 정신장애인이 금융기관 이용 시 후견인 동행 요구 관행과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ATM 등 비대면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해당 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장에게 개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정인 A씨는 한정후견 결정을 받은 피해자 B씨가 시중 은행을 이용할 때 100만 원 미만은 창구거래만 허용하고 100만 원 이상 거래 시 반드시 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은 “한정후견인의 동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동행을 요구했다”며 “장애인 비대면 거래를 허용할 경우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피한정후견인의 비대면 거래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현행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가 금전 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하거나 배제, 분리,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7항은 정신질환자가 원칙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피해자 B씨의 금융거래에 대해 법원이 30일 이내 100만 원 이상 거래 시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결정했으므로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충족됐을 때는 일정 요건 이상의 금융거래가 자유로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해당 은행이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고 100만 원 미만의 거래 시에도 은행에 직접 와서 대면 거래 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의 금융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금융사고 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해 휴일 등 대면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ATM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이번 진정 사건은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진정을 각하하되 다른 금융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5호는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인권위는 그 진정을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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