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채널의 ‘대탈출2’ 프로그램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
tvN 채널의 ‘대탈출2’ 프로그램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13 19:05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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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피가 젖어 있는 두려운 공간으로 묘사
정신장애인들을 희화화하고 공포로 이미지 처리해
정신병원 원장이 퇴마사 역할까지 해 편견 조장
혈흔 묻는 복도 바닥을 보여주며 공포감 더 조성
대탈출2는 공식 사과하고 2부 프로그램 중단해야
'대탈출2'의 장면들 (c)tvN 갈무리.
'대탈출2'의 장면들 (c)tvN 갈무리.

지난 13일 케이블 티브이 tvN은 ‘대탈출2’라는 제하의 정신병원 이야기를 다뤘다. 강호동과 김종민을 비롯한 일행 6명은 안대를 찬 채 ‘조마테오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곧장 6층으로 갔고 2인 1실로 병실 3곳에 입실한다.

601호에 강호동 일행이 들어가자 침대에 이불을 덮고 있던 환자가 갑자기 일어난다. 일행은 비명을 지른다. 환자는 자신을 ‘미미’로 소개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노인의 목소리를 낸다. 그는 다중인격자로 설정됐다.

603호의 유병재 일행은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 밑에서 한 환자가 나오는 걸 본다. 환자는 “혹시 필요한 거 없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손에 붉은 케찹을 뿌려 유병재에게 “같이 먹을래요?”라고 권한다.

이어 605호에 김종민 일행. 김동현은 파란색 불빛이 나오는 형광등 플래시를 벽에 비친다. 이윽고 나타나는 글귀: “조마테오 원장을 믿지 마라.”

601호의 강호동에게 환자가 낮게 말한다. “5층 특수치료실에서 원장이 환자들 데리고 이상한 실험을 한다. 약도 먹으면 안 돼. 수면제 섞어 놓은 거 같아.”

그러는 동안 조마테오 원장은 간호사들을 대동해서 강호동 일행의 병상을 문진한다. 조 원장은 강호동이 과식을 한다고 말하자 “그게 문제입니다. 그게 문제여서 정신병원에 오게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유병재에게는 “SNS에 동물 셀카 올린 적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유병재가 “많은 이들이 눌러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그게 문제입니다. 애정 결핍”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이들 일행은 조 원장의 문진에서 모두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환자’들로 분류되고 만다.

잠시 후 강호동 일행은 휴게실을 찾아간다. 휴게실에 있던 환자들은 앉아 있거나 가만히 서 잇고, 혹은 손을 이리저리 돌리며 돌아다닌다. 한 환자가 강호동 일행에게 속삭인다. 그와 동시에 음산한 음향이 흘러나온다.

“여기 사람들 믿으면 안 돼요. 5층 특수치료실이 있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1년 전 살인하고 들어왔는데 자기 친구 3명을 죽였대. 교도소 안 가고 정신병원에 왔어. 그가 여러분을 해칠 수 있어.” 다시 음산한 음향이 흐른다.

이때 한 남성 환자가 등장한다. 그가 걷는 복도 바닥에는 흥건하게 피가 묻어 있다. 음산하고 빠른 비트의 음향이 들리고 이윽고 비명소리가 들린다. 이 얼굴이 피범벅인 남성 환자가 나타나자 남자간호사들이 그를 이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다시 병실로 돌아온 김종민. 갑자기 남자간호사들이 들어와 김종민을 끌고 특수치료실로 이동시킨다. 급박하고 음산한 음향이 흘러나온다. 김종민이 끌려가는 복도에는 걸음걸음마다 핏자국이 찍혀 있다.

남자간호사들은 김종민을 5층의 특수치료실에 남겨두고 나간다. 이윽고 등장하는 조마테오 원장. 조 원장은 김종민에게 “제가 퇴마사이기도 하다”며 “당신은 맑은 영의 소유자이다. 저를 믿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조 원장은 김종민을 이끌고 503호 병실에 들어선다. 한 남성이 누워 있는 침상은 피범벅이 돼 있다. 침대에 묶인 남성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웃는다. 이미지는 붉은 영상으로 처리됐다.

여기까지가 대탈출2의 주요 장면들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정신병원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극한 공포의 공간으로 만든 이유가 뭘까였다. 그렇게 해야 시청률이 오른다고 생각한 걸까. 그러기에 이들의 정신병원 왜곡은 너무나 참담했다.

병원장이자 퇴마사이기도 한 조마테오 원장의 기괴한 종교적 의식들. 병원 5층에 있는 특수치료실의 은밀하고 두려운 설정. 살인을 한 자가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문들. 휴게실에서 드러나는 정신장애인들의 기괴한 움직임들. 발자국에 찍히는 피들. 침대에 묶인 남성과 피투성이의 침상.

이 안에는 이 프로그램 연출자들의 정신병원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들은 이 정신병원의 파노라마가 결코 왜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풍문으로만 들리는 소문은 두려움을 생산하고 그 두려움은 그 두려움의 대상이 ‘반드시’ 그렇게 두려운 존재여야 한다는 일종의 ‘확신’이 담겨 있는 일종의 연결고리다.

물론 정신병원에 한 번이라도 입원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그 안에 인간이 살고 있지 ‘괴물’이 살고 있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나 역시 정신병원에서 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속 정신장애인들은 지극히 온순했으며 또한 지극히 인간적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신장애인은 세계가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가해자가 될 확률보다 높다. 그 피해는 늘 비정신장애인이 규정한 규율과 훈육, 교육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화되며 비정신장애인은 정신장애인의 ‘공포 담론’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학습하게 된다.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청자가 대탈출2와 같은 프로그램을 봤을 때 시청자(주체)는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이며 정신병원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극단적 공포의 공간으로 각인하게 된다.

그 사유의 끝자락에는 정신장애인은 공동체에서 살아서는 안 되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 등장하며 이 대상을 없애야 하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없다. 두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에서 나는 정신장애인이 위험하지 않으며 온순하고 비공격적인 성격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비정신장애인이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첨예한 모순을 담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정치경제적 지위는 늘 하류인생이자 가치 없는 존재자로서의 위치를 점해 왔고 세계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된 ‘두려움’과 ‘위험성’으로 규정된다.

참담한 현실이지만 너무 긴 시간 이 같은 차별의 시선이 형성돼 왔으니 그 변화 또한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싸움에 대해 기꺼이 동의한 이들이 지금 정신장애인의 정치세력화를 요청하고 있고 일부는 길바닥에서 확성기를 들고 정신장애인 해방운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해방의 길이 아직 너무나 멀어서 나는 가슴이 아프다.

'대탈출2' 장면들 (c)tvN 갈무리.
'대탈출2' 장면들 (c)tvN 갈무리.

이처럼 정치투쟁이 진행되고 어떤 성과물을 가져오기 전에 우리의 투쟁을 짓밟는 세력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이 정신장애에 대한 어떤 원한이 있어서 우리를 왜곡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문화적으로 구성된 위험성 이데올로기, 존재론적 두려움, 제거해야 하는 내부의 불순물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정신장애인이 정신장애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연민’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의 지위에 있지만 시민은 정신장애인을 두려움으로 소비하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해야 할 동지적 관점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번 대탈출2는 그런 맥락에서 예견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 연출자들은 문화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편견을 자신의 신념으로 확신했고 정신병원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집단적 믿음의 근거를 가진 것이다. 거기에 ‘상상력’까지 개입되면 정신병원은 하나의 ‘연옥’으로 구성될 수 있다. 그 믿음과 상상력은 시청률을 높이는 두 개의 수단이 된다.

물어보자. 아무리 잔혹한 정신병원이라도 침대 위에 피가 쏟아져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 대탈출2 연출자들의 사유는 어떤 형태의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상상력 때문일까.

병원 원장이 퇴마사까지 한다는 설정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또 복도에 피를 뿌리며 걸어가는 저 정신장애인 환자의 모습과 목과 얼굴에 피범벅이 된 이들의 이미지는 정신병원에서는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상상’한 당신들의 사유는 어디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가.

최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집에 불을 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창원에서는 10대 남자아이가 윗층에 사는 70대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또 부산에서는 자신을 돌보는 누나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사고는 어떤 시대에서나 그렇듯이 발생할 수 있는 범죄였다.

이 일련의 사건들만 보자면 정신장애인은 지극히 위험한 존재들이다. 이 위험한 존재들이 들어가 있는 정신병원은 이성이 개입될 수 없는 비이성과 무질서, 혼돈의 공간이므로 당연히 복도에 피가 떨어져 있을 것이고 얼굴이 피로 젖어 있을 것이고 5층 특수치료실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형식의 ‘두려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으로 재연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정신장애인은 침묵의 존재, 공포의 존재, 비이성의 존재로 규정되고 소비된다.

대탈출2의 연출자들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들은 정신장애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정신병원을 극한의 공포스러운 장소로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두렵지 않지만 비이성의 존재자들이 고함을 치고 있는 공간이기에 공포 이미지로 처리해버릴 수 있다고 믿어버렸기 때문인가.

만약 두려워서 그렇게 했다면 나는 정신병원이 살인과 난동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비이성의 존재에 의한 광기의 공간으로 확신했다면 그것 또한 왜곡된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8만 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지금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탈출2의 문법을 보자면 이들은 모두 기괴하고 괴상하고 두렵고 모순투성이의 존재자들이며 이들의 공간은 황당무계하고 두렵고 해석하기 어려운 모호하고 두려운 장소가 돼야 할 것이다.

나는 대탈출2 연출자들의 공식적 사과를 요구한다. 당신들은 정신장애인을 다시 수렁으로 집어 던져 버렸다.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더 강화시켜 버린 것에 대해 사과를 바란다. 사과하라. 정신병원에 있는 8만 명이 다 저런 공포스러운 삶을 산다면 오히려 그 안에서 정신장애인은 더 미쳐버렸을 것이다. 사과하라. 그리고 다시는 이런 혐오스러운 프로그램을 생산하지 말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신병원은 회복이 돼 걸어나오는 곳이지 당신들의 설정처럼 ‘탈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c) tvN '방탈출2'
(c) tvN '방탈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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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인 2020-09-03 23:01:52
저는 아스퍼거증후군이자 우울증도 앓고 있습니다. 예능은 예능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창작물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어 강제로 막으려는것은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ㅇㅇ 2019-05-16 23:13:02
기사랑 의견 안 맞으면 지나가라 진정한 프로불편러들아 너넨 화낼 자격 없어 살인이나 저지르는 비질환자들!

김재연 2019-05-15 16:09:55
이거 쓰신분 대탈출 처음부터 안 봤죠???
이게 문제면 여기 나왔던 배경인 곳이 다 문제있다는건데 왜 그 분들은 가만히 있겠어요
그분들은 최소한 프로그램 컨셉을 이해는 하신듯

해이 2019-05-15 16:01:57
응 공감안돼~~ 그렇게 치면 드라마에 나오는 정신병원들 다 문제 있지 ㅋㅋㅋㅋ

생각좀하자 2019-05-14 19:27:42
이런 기획을 한다는 것에 암담하고 끔찍하다.
진짜 기획진의 생각없음에 머리가 멍....
이걸 보고 웃는 비정신질환자들을 바라보는 정신질환 당사자나 당사자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진짜 씁쓸하다.
얼른 사과하자. 그리고 제발 별것도 아닌데 예민하게 군다는 말도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