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하나 둘 셋
[당사자의 시] 하나 둘 셋
  • 곽한나
  • 승인 2019.05.14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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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Amber Boardman, Double Jointed Pre-date Jitters, 2018. Oil on canvas and polyester, 45 × 34 in (114.3 × 86.4 cm). (c) Amber Boardman
Amber Boardman, Double Jointed Pre-date Jitters, 2018. Oil on canvas and polyester, 45 × 34 in (114.3 × 86.4 cm). (c) Amber Boardman

 

한가지 접고 내려놓으니

다른 한가지가 걸린다

한가지 욕망이 부끄러워선지

다른 한가지를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다 포기할 수도 둘다 건질 수도 없는

자신과의 싸움

 

우리는 서로 아무 일도 없는양

계속 욕망들 속에 길들여져 있고

고개 숙이고 살고 있었다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지만

남이 내가 될 수 없음을

그들도 이런 아픔들로 버겁게 지금까지

걷고 있었음을...

 

버리기를 주저하며

더 큰 실수투성이 나를 되묻고

되새기며 밤을 지새고 있음을

 

나부터 죽 걷고 있다보면 뒤에서

따라오겠지

나부터 고쳐 먹으면 한명 두명씩

버티고 일어서겠지

어차피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살고 있으니. 그런데

 

내 눈엔 왜 이런 엉터리만

보일까

때론 내가 괜한 걱정을 하며

매여 있었나

 

어쩌면 산다는 게 다들 달라야

멋져 보이고 성공했다고 느껴지고

 

그냥 조금씩 올라서볼까 우리

하나, 둘, 셋...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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