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조치방안’ 발표…정신장애계 “대책 미흡”
정부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조치방안’ 발표…정신장애계 “대책 미흡”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1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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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요원 일인당 사례관리 대상자 25명 수준으로 낮춰
정신보건예산, 광역에 주면 시도가 자율적으로 집행
광역센터에 24시간 응급대응 체계 유지
24시간 진료 가능한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급성기 특성 반영한 수가 개선 검토
병원기반사례관리 다학제팀이 방문 서비스 제공
낮병원 설치·운영 활성화해…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비자의입원제, 치료필요성·환자 인권 고려해 방안 마련
동료지원가 양성 표준교육 과정 개발·보급
정신장애계, 정신병원 치료환경 개선 대책 전무
낮병원·병원중심사례관리 대책 외에 실질적 변화 없어
필요한 예산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15일 발표했다.

우선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3년에 걸쳐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충원 예정인 785명의 인력을 앞당겨 충원하고 전문요원 일인당 60명 수준인 현재의 사례관리 대상자를 25명 수준으로 개선한다.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집중사례관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정신보건 사업 예산을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묶어서 내주면 시도가 지역 여건에 따라 자원 배분을 조절하고 자율적으로 기획·집행할 수 있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각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내년 중 설치하고 24시간 정신응급 대응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문요원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서 위기상태를 평가하고 대상자에 대한 안정을 유도하거나 응급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건강보험 수가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복지부는 의료자원과 서비스 투입량이 많은 급성기 특성을 반영해 수가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을 할 경우 저소득층에게 치료비를 지원한다.

발병 초기 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도 지원한다. 복지부는 정신장애 인식개선과 자가관리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학교, 주민센터, 경찰 등 지역사회 민관 정신건강 단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발병 초기 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지속해서 치료를 지원하는 조기중재지원 사업을 도입하고 저소득층 등록환자는 발병 후 5년까지 외래 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퇴원 후 치료 중단과 재입원 방지를 위한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꾸려져 일정기간 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사례관리,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복지부는 당사자와 가족이 소통하고 교육과 자조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회원에 대한 방문사례관리 및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과의 연계 서비스도 강화한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역 내 정신재활 수요를 파악하고 연계시설이 없는 경우 확충 전까지 직접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낮병원 설치·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도 하반기에 시행한다. 낮병원은 사회복귀의 중간시설로 주간만 환자를 수용 진료하고 야간은 귀가시켜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각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지역 정신응급 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 정신건강관리의 총괄 임무를 수행하도록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경찰, 보건, 복지 담당자가 발견하는 특이 민원사례에 대한 정례평가를 도입하고 반복되는 문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며 보건·복지 통합사례회의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와 조기발견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정신재활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정신재활시설은 전국 348개소가 설치돼 있으나 각 지역의 수요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지속 확충할 계획이다. 또 거점 정신재활시설을 지정해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복지부는 비자의입원 제도의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의 정신질환자 범죄 사건들을 분석해 제도적 결함에 따른 치료 누락 여부, 환자의 인권 보호, 치료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 제도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회복된 당사자를 동료지원가로 양성해 정신질환 경험자가 서비스의 대상에서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고 일자리를 확대한다. 동료지원가는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만 할 수 있으며 환자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 위기사항이나 치료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훈련된 당사자를 말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표준교육 과정을 개발·보급해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을 이수한 경우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사례관리, 응급개입팀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로 정상생활이 가능하며 자·타해 위험 상황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우선 조치 방안으로 일시에 정신건강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국가를 구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의료 관련 매체에서 일하는 손모 기자는 “응급개입팀이 출동해 응급실까지 이동시키는 것은 나아지겠지만 응급실 도착 이후에 지금과 똑같다는 게 문제”라며 “비자의입원이나 보호자 책임을 벗어나게 해주는 객관적인 시스템으로의 판단이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을 했지만 환자가 방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약을 먹어야 하는데 환자가 먹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박환갑 사무총장은 “정신병원의 치료환경 개선에 대한 대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 지역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의료계는 수가를 통해 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는 요원하다”며 “오히려 지역사회 복지까지 의료계의 관리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신장애계 활동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병원과 관련된 사업들만 더 확대되고 견고해지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 어느 정도까지 사업의 내용이 구체화될 지 불확실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대책에서는 예산이 확정되지 않는 탓에 일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 추가 확충안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예산 관련 논의 진행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예산 규모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예산 당국의 인식도 바뀌었고 적극적으로 응해주고 있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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