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장우석의 편지] 동료지원가는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당사자 장우석의 편지] 동료지원가는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 장우석 기자
  • 승인 2019.05.1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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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자세와 인성이 제일 중요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생활관리·자기관리가 잘 되는 것이 필수
감사와 용서를 경험한 사람이 상대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회복된 주체가 삶의 방향 알아
병 가운데 갇힌 삶이 아닌 삶 속으로 들어가야 타인 도울 수 있어
(c) 장우석
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동료지원가 강연 중인 장우석씨 (c) 장우석

'동료지원가'는 이미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회복된 당사자이며 위기 당사자를 대상으로 돕고 자기 삶을 온전히 영위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정신질환을 직접 경험한 이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동료지원가는 자신이 질병을 먼저 이겨내고 극복한 과정을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위기 당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며 위기 상황과 치료 과정에 대해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훈련된 당사자다.

현대인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이 40%가 됐다. 성인 10명 중 4명이 겪는 흔한 질병이 정신증이다. 이런 많은 분들과 그 가족에게 동료지원가는 큰 도움과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지역사회 인프라의 연계와 국가적인 지지와 활성화가 필요하다.

동료지원가로서 갖춰야 할 것을 정리하자면 아래에 있는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세와 인성이 중요하다. 어떤 기술과 방법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귀하고 보배롭다. 사람 그 자체만으로 고유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 사람이 질병이 있고 지능이 떨어지고 위생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한 인격체로 대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그 사람을 나보다 낫다고 여겨야 한다. 내가 먼저 회복되고 극복했다고 우월의식을 갖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공감하고 격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자세가 되었을 때 누군가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

둘째, 누구를 도와주는 관점보다 상대를 더욱 섬기고 함께하며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기 당사자를 존중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의 기질과 성격, 가정 배경과 현 상황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재활와 재기 관점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기에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또 나의 경험만을 강조하고 내 방식대로 섣부른 조언과 간섭을 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하고 경청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힘든 점, 그리고 가족 간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의료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외래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의료진에 대한 불신은 약물치료를 부정하는 태도를 불러온다. 그래서 예방관리에 차질을 불러오기도 한다. 동료지원가는 이 같은 맥락에서 반복적 재발을 야기시키지 않고 신뢰를 형성하는데 좋은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신증에 대해 주관적인 지식과 더불어 객관적인 지식을 이용해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고 환자 본인이 병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한 중요성을 꼭 언급해야 한다.

정신증은 특징상 점점 현실감을 잃어가고 자아경계가 손실돼 가면서 발병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 지점에서 환청과 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부분이 좋아지고 점점 회복되는지에 대한 이해와 자기 경험도 필요하다. 다각적인 도움으로 의료진과 가족, 당사자와 지역사회 지지 체계가 연계될 때 회복의 길로 갈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와 가족관계성, 공동체의 지지 체계는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당사자와 가족을 자조모임과 가족교육에 연계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초발 환자의 경우 조기 발견과 초기 치료가 중요하며 퇴원 후 첫 생활은 대상자에게 일생이 걸린 중요한 시기가 된다. 이 시기에 병에 대한 바른 지식과 올바른 이해가 부족해 자기 편견에 빠지면 재발이 다시 올 수 있다.

병식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동료지원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 도와줄 때 위기 당사자도 의료진을 탓하거나 가족을 원망하거나 사회를 탓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그리고 정신적 질환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책임진다는 마음을 갖고 생활을 규모있게 해 나가고 질병을 반복할 수 있는 악습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이 시기에 책임 전가나 원망과 후회는 결과적으로 인생을 점점 망가지게 하고 질병의 늪에서 못 나오게 하는 자기 올무가 되기 때문이다. 질병이란 자신의 참모습을 살펴보게 되고 진정한 자기 성장과 인생의 가치관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넷째, 관계 속에서 감사와 용서를 경험한 사람이 남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으며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회복을 맛본 사람이야말로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동료지원가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아가서 상대방에게 긍정과 밝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회복은 감사에서 시작하기에 감사가 생활 속에서 습관화돼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감사는 자신과 화해하게 하고 가족과 지인들과도 용서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감사가 없는 삶은 슬프고 불행하며 어두운 삶이다.

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동료지원가 강연 중인 장우석씨 (c) 장우석
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동료지원가 강연 중인 장우석씨 (c) 장우석

회복을 경험한 사람이 먼저 질병을 통한 삶의 의미를 찾고 다른 당사자와 아픔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빛을 반사하는 등대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내가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 기본 바탕이 질병의 온전한 이해와 삶의 의미찾기다. 삶에 대해 감사와 사랑이 나오고 그를 통해 용서를 경험한 사람이어야 진정으로 위기 당사자에게 희망과 유익과 의미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회복을 맛본 사람이야말로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존재하며 서로 부대끼고 어울리는 가운데 스스로의 인격이 다듬어진다. 좋은 공동체 경험은 위기 당사자를 지역사회와 연계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의 당사자와 가족모임 같은 자조모임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건강한 가족과 공동체를 통해 건강한 인격이 형성되고 성장하고 자기고백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다섯째, 병에 갇힌 삶이 아닌 삶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참으로 도울 수 있다. 질병은 삶의 한 일부분이다. 질병은 전체로서의 내가 아니라 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위기 당사자를 도울 때, 지금 당장의 문제만 도와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 대상자도 질병 속에 갇히지 않고 삶 속에서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먼저 동료지원가가 그런 자세로 사는 사람이 돼야 한다.

사회에서 만든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목과 평가에 영향받지 않고 살아가려는 마음의 자세도 있어야 한다. 편견이 있다면 삶에서 도전하고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세상은 나와 다른 것을 틀렸거나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공격한다. 그래서 편견과 선입견을 만든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자기 성찰에서 출발한다면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사람을 목적으로 이해하려 한다면 편견은 사라진다. 삶 속에서 살아가며 적극적으로 인생을 대처하고 영위한다면 걸림돌은 디딤돌이 되고 동료지원가로서 위기 당사자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

동료지원가는 먼저 회복을 맛본 사람들로서 위와 같은 태도와 가치관으로 살아갈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 경우 병원을 나와서도 고통받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진정한 응원의 도구가 될 것이다.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자 장우석 사회복지사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자 장우석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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