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정부는 ‘게임장애’의 국제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해야”
문화연대, “정부는 ‘게임장애’의 국제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22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HO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통과될 우려 표명
정부가 ‘추가연구 필요로 통과 타당하지 않아’ 입장 밝혀야

한국 비정부단체 문화연대가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입장을 묻는 성명을 22일 발표했다.

문화연대는 “한국에서 게임은 그동안 이중적 잣대로 판단돼 왔다”며 “중독물질이라는 보건·의학적 관점과 게임은 현재와 미래 한국 산업의 성장 동력이자 한류의 중심이라는 지원·진흥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는 “게임이 중요한 여가 활동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이유, 문화 활동으로서 게임의 가치, 게임의 예술성,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젠더 문제까지 등 규제와 진행, 찬성과 반대 같은 이중 잣대 속에 가려진 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질병분류코드(ICD) 11차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에서는 다시 보건·의학 관점의 게임 규제 논의가 강화될 것”이라며 “게임중독법, 중독관리센터, 기금 조성 등 그동안 보건의학계 일부가 얘기해 왔던 법과 제도의 도입 논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게임장애의 정확한 증상은 무엇인지, 임상의는 게임장애 증상을 알 수 있는지, 게임장애로 인한 문제 행동이 다른 정신장애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학술적·의학적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화연대는 ‘게임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한다”며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의학적, 학술적 근거 부족과 함께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조명과 게임의 예술성, 놀이문화로서 게임의 가능성 등이 문화연대가 게임 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문화연대는 “세계보건기구헌장의 정의에 따르면 게임은 현대인들의 건강에 기여하고 있고 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배우고, 즐기고, 소통하고, 휴식한다. 게임은 예술이고 문화이며 일상”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헌장은 ‘건강’의 정의로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 정신, 사회적으로 온전하며 행복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연대는 “게임장애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나뉘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부처 내에서도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정부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느냐”로 질타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번 72차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ICD-11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추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가 돼야 할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져야할 과학적, 의학적, 학술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가 너무나도 부족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요구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이는 각국 정부의 보건정책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 기구의 ICD 분류는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아 각 정부의 입장표명이 중요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