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편이냐는 질문에 대해…약자의 자리에서 바라보기
너는 어느 편이냐는 질문에 대해…약자의 자리에서 바라보기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22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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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이 아닌 정신장애인의 존엄을 옹호하는 것
정신병원 폐쇄에 동의…지역 님비(Nimby)와는 싸울 것
정신병원 ‘혐오’는 정신장애인 혐오와 같은 맥락
더 나은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

지난 4월 경기 오산 세교신도시 상가에 정신병동이 들어선 이후 이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의 ‘혐오시설’ 반대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최근 한 통의 카톡을 받았다. 기자가 일전에 쓴 세교 신도시 정신병동 폐쇄, 그리고 부산 금곡동의 정신재활시설 설립에 대한 기사를 읽은 독자의 카톡이었다. 기자는 여기에 더해 경기의료원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재개원한다는 기사를 생산했었다.

그 독자는 “<마인드포스트>의 기사들을 보면 종잡을 수 없다. 정신병원 입원 병상수를 줄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정신병원 폐쇄 철회를 환영하고 도심에 정신과 폐쇄병동 설립을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은가”라는 비판이었다.

답장을 보내려 했지만 너무 긴 맥락의 글이어야 해서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았다.

오산세교신도시 정신과 폐쇄병동이 설립되자 이의 폐쇄를 요구하는 지역주민, 지역 정치인들이 삭발하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오산세교신도시 정신과 폐쇄병동이 설립되자 이의 폐쇄를 요구하는 지역주민, 지역 정치인들이 삭발하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물론 <마인드포스트>는 정신병원의 점진적이고 전면적인 폐쇄를 옹호한다. 이탈리아의 국공립병원의 전체 폐쇄가 1980년부터 시작해 2000년까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전면 폐쇄된 것처럼 급박하고 긴급한 방식으로의 폐쇄는 반대하지만 어쨌든 장기적 방향성은 정신병원들의 폐쇄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정신병원 폐쇄를 찬성하는 것이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없애자는 건 아니었다. 민간 정신병원은 분명히 국가와 가족이 내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형태의 인권침해와 인격권 훼손 사건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인격권 침해의 강도가 높으므로 우리가 당장 정신병원을 폐쇄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건 세계적 패러다임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 기반한 치유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당사자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를 구비할 시간 역시 필요하다.

기자는 <마인드포스트>에서 일하면서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와 모욕, 수치심을 부추기는 정신병원들의 민낯을 자주 접했다.

세계에서 2번째로 정신과 병상수가 많은 우리나라가 당장 2000여 개가 넘는 민간 정신병원들을 폐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방향성을 정신병원 폐쇄와 폐원으로 두되 정신병원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을 동시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인격과 존엄이 옹호받아야 할 병원에서 억압적 규율과 폭력, 인격 침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면 그 왜곡된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자가 정신병원을 옹호한 것은 그 물리적 공간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의 정신병원을 당장 폐쇄하라는 경제적 이익에 매몰된 시민들의 요구는 그 병원 안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정신장애인은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이 그렇게 혐오의 시설인 것처럼.

기자의 기사는 정신병원에 대한 혐오가 곧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병원 폐쇄를 외치는 지역 님비(Nimby)를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신병원이 인권을 침해했을 경우 기자는 당연히 그 정신병원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글을 써야 한다. 어쩌면 양가감정일 수도 있다.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우리가 아프면 갈 수밖에 없는 공간에 대한 애증의 관계랄까. 아프기 때문에 우리가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그 내부의 인격적 권리가 존중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정신병원을 옹호하면서 폐쇄를 주장하고, 정신병원의 폭력성을 비판하면서 정신병원 폐쇄를 외치는 지역 시민들의 주장에 맞서 정신병원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어찌보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서 있기도 하는 것이다.

8만 명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지금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신병원을 모두 부정한다면 우리는 그 안의 정신장애인들 모두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정신병원 폐쇄 운동은 옳은 방향성이다. 다만 그 안의 정신장애인이 인간적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최근 오산 세교신도시 정신병원 폐쇄병동 설립에 대한 기자의 입장은 이 맥락에 연결된다. 정신병원은 장기적으로 폐쇄돼야 한다. 다만 지금 정신병원을 모두 폐쇄하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삶을 역으로 억압해버리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A이면서 A가 아니고 A가 아니면서 A인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산 폐쇄병동과 관련해 이 지역 정치인들과 의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산시의회는 이 병원(병원명이 평안한사랑병원이다)이 개설 당시 의사가 2명뿐인데 이들이 140명이 넘는 정신장애인을 치료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긴급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이 시의회는 “개설허가와 관련해 오산시가 주민의 대의기관인 오산시의회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었다”며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은 오산시 주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정신병원 개설로 오산시 주민들을 향해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고통은 정신장애인이 받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일까. 이들에게는 집과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신장애인은 그 자체로 ‘혐오스럽다.’ 감히 지역주민들이 사는 안정된 공간에 ‘혐오’가 들어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두려움이다. 정신장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가지는 막연한 공포감은 격리를 요청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 경우 <마인드포스트>는 정신병원을 폐쇄하라는 지역주민들의 편에 서야 할까, 아니면 ‘치료받을 권리’를 가진 정신장애인과 정신병원의 편에 서야 할까. 이것도 딜레마가 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일까.

그리고 정신병동에서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의 경우 <마인드포스트>는 어떤 기사를 생산해야 할까. 정신병원을 옹호할까. 아니면 병원에서 억압받는 정신장애인을 옹호해야 할까. 당연히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을 옹호해야 한다.

'님비'와 관련된 정책에서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의 옹호보다 '표'의 흐름에 더 집착한다. 정신과 폐쇄병동 설립 폐쇄와 관련한 정치집회.
'님비'와 관련된 정책에서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의 옹호보다 '표'의 흐름에 더 집착한다. 정신과 폐쇄병동 설립 폐쇄와 관련한 정치집회 (c)경기도민일보.

인권은 약자를 위한 것이다. 강자에게는 인권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들의 힘과 권력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정신병원은 지역주민들과의 권력관계에서 약자다.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과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위의 질문한 독자께서는 <마인드포스트>의 기사 보도 태도에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물론 우리 내부에서도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여 좀 더 나은 방향의 기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말이다.

며칠 전 오산시의회 한 의원은 지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교신도시 정신병동 폐쇄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제”라며 “개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안도 없이 폐쇄하라고 하면 자기 재산권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건 정치인에게 주민들의 표가 달려있고 또 사회적 약자인 정신장애인이 생활할 정신병원 -주민들 입장에서 ‘혐오시설’인-을 문 닫게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마치 정신장애인과 정신병원, 지역 님비의 삼각 관계에서 어떤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기자처럼 말이다.

<마인드포스트>의 발전을 위한 독자 여러분들의 질정과 편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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