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현병 환자 위한 치료감호소 설립해야” 정부에 촉구
법원, “조현병 환자 위한 치료감호소 설립해야” 정부에 촉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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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현병 환자 등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치료감호 시설을 설립·운영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상해와 폭행죄로 기소된 A(20) 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 원과 치료감호 처분을 선고했다.

자폐성 장애와 조현병 증상이 있는 A씨는 지난해 8월 아무런 이유 없이 4세 여아를 들어올렸다가 던져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에서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치료감호소에 수용될 경우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증상이 악화될 것이라며 다른 시설에 입소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감호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공주 치료감호소에 사실 조회를 했다. 현재 공주 치료감호소에 자폐 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이 수용돼 있긴 하지만 약물복용 외에 자폐 장애를 위한 언어치료나 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처럼 공주 치료감호소에 치료 과정이 없는데도 A씨에게 치료감호 처분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치료감호를 명하는 게 형식적으로는 법 규정에 맞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일시적인 자유의 박탈에 그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적어도 약물복용은 지속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다만 선고 이후 치료감호를 포함한 현행 교정교화 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 전환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치료감호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 시설을 설립·운영해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또 “근래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며 “그러나 조현병 환자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현재 가족들이 부담하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 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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