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인자가 아닌 생존자입니다"
"우리는 살인자가 아닌 생존자입니다"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19.05.27 19: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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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들의 이야기
정신장애 경험자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정신장애인 궁지로 모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 아냐
대중매체들의 마녀사냥식 보도 중단돼야

죽고 싶다.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 같다. 더 이상 삶을 살아갈 가치를 찾지 못할 것 같다. 나만 죽는다면 모든 것이 안정될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외래를 가는 일도, 매일 15알이 넘는 정신과 약물을 목구녕에 털어 넣는 일도, 혼자만 세상에 동떨어져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도 모두 끝이 날텐데 말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나는 지쳤다.

내가 지쳐가고 있는 사이에 2018년 서울 A병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법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명령과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주문했다.

이 주문의 이유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 정신질환 발현에 영향’을 주었고, 정신질환이 범행의 원인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뿐 아니라 최근 언론과 방송에서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예단하고 위험하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내가 범죄를 행하더라도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알려질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성장 과정에서 겪은 가난과 사회의 외면, 정신건강 시스템 안에서의 폭력적인 환경’이 범행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서울 A병원 판결에서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 중요하게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맥락은 무시하고 사회의 대부분 영역에 깊이 뿌리 내려져 있는 ‘조현 경험’에 대한 주홍 글씨와 말미암아 발생하는 마녀사냥은 ‘조현 경험’을 하는 모든 당사자의 삶을 짓밟고 있다.

정신장애로 등록한 동료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생애주기에서 취업을 해야 할 순간에 정신병원과 시설에서 지내는 삶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키우는 앵무새를 보면 내 처지와 흡사 비슷한 것 같아 앵무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도 나만큼 ‘자유’가 없구나. 네가 훨훨 날아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이 사회의 보잘것 없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가 보다 ‘위험한 사회’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경종을 울리고 싶다.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인해 삶이 어떻게 재구조화되고 바뀌어나가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 삶에 회복의 길과 사람됨을 되찾아가는 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외치고 있는 ‘관리와 통제’에 대하여 우리는 이미 전부터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관리와 통제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순간부터 나의 감정과 경험은 관리되고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나의 재발을 두려워했고, 나 역시 그것이 옳은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처럼 온실의 화초로 자라는 것은 인간으로서 또 다른 인간성 거세의 경험이었다.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거세당하는 순간에 거센 반발을 했을 것이다. 나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을 부정 받는 상황에서의 분노는 철저히 증상으로 처리되었고, 나의 감정과 경험 그리고 맥락은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그저 나는 통장을 만들고 싶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고 싶었으며 새롭게 제빵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선택은 배제됐다. 과연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글이 점점 길어지니 읽는 분들을 위해 짧게 한 마디만 말씀드리고 싶다.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을 ‘궁지로 모는’ 사회는 결코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점점 ‘궁지’로 몰수록 숨게 될 것이고, 숨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면 쥐가 고양이를 물 듯, 사건들은 끝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편견과 차별을 중단하고 정신장애인의 슬픈 자화상을 직면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이 아닌 생존자로 바라봐야 사회가 안전해지는 길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될 것이다.

※ 최근 언론과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자행하는 마녀사냥이 중단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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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19-06-26 10:20:07
우리는 살안자가 아니고 생존자이다.우리는 수치스러워하지말고 당당하자. 우리는 우리의 취약점을 알고 스스로 치료의 길에 들어선 '누구보다도 더 건강한' 사람이다.

인랑제수민 2019-06-01 21:59:11
우리 당사자의 삶의 맥락 속에서 우리를 선대하여 주기 바란다. 싸이코패스로 범죄자 폭력행위자가 아니다 치료받아야할 대상이며 선량한 이웃이요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시민일 뿐이다.
제1트라우마 나의 병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조현환청망상우울 조울 강박을 벗기위해 들어간 폐쇄병동은 제2트라우마를 만들고 개방병동낮병동 나와서 사회에 발딛으니 편견차별낙인격리배제의 제3트라우마로 동창회도 못간다. 일자리없어 최하층 수급으로 살며 만나는 이마다 당사자동료활동 절차보조 호소하면 니나잘해라 한다. 돈한푼안나오는 활동가로 태산 앞에서 쥐소리 한번 해본들 그게 세상에 들리기나 하랴.
그래도 벗이있어 글로 치유하며 희망담은 조현천국을 기다려본다. 우린조현인 글로 그림으로 연극으로 바리스타로 마인드포스트로 몸부림친다. 정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