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권하는 사회’…장시간 노동 근로자 정신질환 발생률 1.7배 높아
‘과로 권하는 사회’…장시간 노동 근로자 정신질환 발생률 1.7배 높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5.2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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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주 48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으로 간주
한국은 지난해 노동시간 52시간으로 단축
OECD 평균·일본보다도 긴 장시간 노동
장시간 근로 노동자 자살생각도 일반인 비해 높아
정신질환, 40대 남성 인구기여위험도가 가장 높아

주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자들의 우울과 불안 발생 비율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1.3~1.7배 높게 나타났다. 또 자살 생각의 발생 위험도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연 보건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이 연구원의 발행지에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은 주 평균 48시간 이상을 장기간 노동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노동시간 단축 법안 통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했다. 따라서 주 52시간 이상의 노동이 과로와 관련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과로는 교대제와 같은 노동시간의 배치와 관련이 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정상적인 표준 근무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외의 시간에 이뤄지는 노동을 교대 근무로 정의하고 있다.

교대제가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로 활용되고 있고 생체리듬을 깨뜨려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과로의 정의를 장시간 노동과 비표준 시간 근무(교대제)로 한정해 접근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24시간이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천759시간보다 265시간, 일본보다 314시간 길다.

2015년 기준 주 평균 48시간 이상 근로하는 노동자 비율은 27.7%로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10%보다 많았다.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산업별로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업에서, 직종별로는 서비스직에서 가장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높았고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장시간 노동비율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2014년 근로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중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7.1%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을 비정상적 근무 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 결과로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 수면장애, 대사질환, 암, 건강행태 변화,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들이 나타난다는 논문들의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로와 정신질환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들은 증가하는 추세로 대체로 장기간 노동과 교대근무가 우울이나 불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평균 35~40시간 근로자에 비해 주 55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자들에게서 우울과 불안 발생 위험이 1.3~1.7배 높았다. 또 장시간 노동과 자살생각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장시간 근로는 자살생각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면 방해, 수면 부족, 수면 주기, 피로 등에 영향을 미쳤다. 주 55시간 초과 근로자는 수면시간 단축이 2.8배, 입면 장애는 7.9배, 조기 각성은 2배 높았다. 수면의 질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하루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는 수면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 부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질병 및 사망에 과로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016년 자료를 이용해 ‘인구기여위험도’를 산출해서 제시했다.

인구기여위험도는 해당 노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관찰되지 않았을, 다시 말해 해당 노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분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 및 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의 경우 남성은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인구기여위험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였다.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 건수의 16%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인구기여위험도도 증가해 60대가 가장 높았다. 60대 여성의 심뇌혈관질환 유병 건수의 16.8%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의 경우 40대 남성의 인구기여위험도가 가장 높았는데 정신질환 유병 건수 중 14.5%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으로 추정됐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는 연령에 따라 남성은 0.2~2.1%, 여성은 0.5~3.4%로 나타났다.

교대근무로 인한 정신질환 유병의 인구기여위험도는 남녀 모두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전체 정신질환 유병 건수 중 3.9%, 여성은 5.7%가 교대근무로 인한 정신질환 발생으로 분석됐다.

정 부연구위원은 “과로는 심뇌혈관질환 및 정신질환 발생 등과 유의한 관련성을 갖고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질병 부담 역시 낮지 않음을 고려할 때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로를 막기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 노력이 필요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적극적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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