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장우석의 편지] "회복된 당사자가 마음의 등대로 세상을 비출 때 약자들의 영혼을 울리게 됩니다"
[당사자 장우석의 편지] "회복된 당사자가 마음의 등대로 세상을 비출 때 약자들의 영혼을 울리게 됩니다"
  • 장우석 기자
  • 승인 2019.06.04 1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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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소외됐던 당사자가 문제 해결의 주체돼야
전문가 중심에서 당사자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해야
질병은 삶의 극히 일부분, 온전한 회복의 길 찾아야
200만 정신증 당사자와 가족의 눈물에 국가가 답해야
(c)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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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장우석의 편지

정신건강의학과 사회복지사로 8년을 근무하고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정신건강 에세이 쓰며 당사자임을 고백한 장우석 기자입니다.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가 주최한 행사였습니다.

국가책임제와 병원기반 사례관리, 사법입원 추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일부 찬성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보다 튼튼한 안전장치와 인권적인 보호와 병원기반 사례관리가 중심이 아닌 준비된 탈원화를 위해서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각지대의 틈을 예방하는 게 중요합니다. 방문의료 서비스와 다각제팀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돌봄과 관리도 필요합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학회에 전했고 일부분 답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친교의 장이 된 건 좋은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토론으로 진행되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전문가의 입장과 가족의 입장, 당사자의 입장이 각각 다르고 갭이 있기 때문에 그 간격을 좁히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도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큰 틀에서 함께 협력해서 당사자를 돕고 치료와 재활을 격려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의견차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의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고민하는 취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실상 치료와 재활의 주체인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은 좀 소외되고 밀린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가족의 망언에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정신질환을 겪는 당사자를 마치 범죄자로 몰아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매스컴의 편견에 휘둘린 모습이었습니다. 정신질환을 겪는 당사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식이 부족해서 배려가 약한 발언이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대부분 당사자 자녀와 배우자를 극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발표한 가족은 단식투쟁하는 굳은 마음가짐과 몸소 실천하는 행동의 힘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은 진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전문가 단체와 가족협회는 당사자를 치료하며 돕기 위해 존재하며 당사자를 지지하기 위한 집단입니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인식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당사자는 질병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며 그것만으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나 가족에 의해 좌우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전문가와 가족이 협력하고, 또 치료와 재기와 일을 통해 당사자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당사자 스스로 관리하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서로 돕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구 패러다임으로, 전문가 제공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갔습니다. 이제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고 당사자 중심 및 소비자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당사자는 의료적인 도움에 대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가족에게는 당당히 요구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기본적으로는 병식을 찾고 기본기에 충실해야 합니다.

당사자는 치료받는 한편, 자기관리와 촘촘한 지지망을 통해 의료진과의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약물 관리를 잘 하면서 가족과도 함께 화해하고 풀어가야 합니다. 당사자는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자기고백을 용감히 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깨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의료서비스 개선과 상담과 지역사회 재활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지원받으며 회복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강점을 개발해야 합니다. 회복자들이 먼저 나서서 시작할 때입니다.

기존의 사회구조적인 부분에서 치료에 효과적이고 좋은 점은 수용하면서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패턴을 개선시키며 새 마음가짐으로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당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를 위해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도 당사자를 통해 가족체계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가족은 이제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회복의 길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며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말하며 행동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의료서비스 이용자인 당사자와 가족은 의료적인 부분의 개선점과 재활과 재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요구해야 합니다. 치료와 재활과 재기를 위해서는 꼭 표현을 해야 하고 소통을 해야 합니다.

회복된 당사자는 자기 목소리로 당당히 고백하고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 선한 도구로 쓰임받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회복된 당사자와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의 등대로 세상을 비출 때, 약한 자들이 영혼을 울리는 역설의 진리가 세상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날까지 당사자와 가족과 전문가는 의견의 차이를 좁혀나가며 협력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에 대해 치료받고 관리하고 대처하고 예방해서 재기와 재활을 통해 행복한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진정 당사자는 낫고자 합니까? 재기하고자 합니까?
가족은 진정 그것을 원합니까? 전문가도 진정 그것을 원합니까?

그렇다면 가능합니다. 한 마음으로 협력합시다. 함께합시다.

왼쪽부터 김지영, 희망바라기 대표 강돈수, 장우석. 모두 당사자들이다. (c) 장우석
왼쪽부터 김지영, 희망바라기 대표 강돈수, 장우석. 모두 당사자들이다. (c) 장우석


국가에 바라는 것들

누구든지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격리와 통제와 고립이 아닌 치료와 재활과 자유가 필요합니다. 장기입원은 지양해야 합니다. 단기입원과 지역사회에서의 재활과 재기를 위해 촘촘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질병은 삶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온전히 삶 속에서 살 때 회복의 여정을 걸을 수 있습니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돕고, 동료지원가와 다각제팀이 위기당사자를 돕고, 정신증의 예방과 관리에 힘쓰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당사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질병이 있어도 삶이 가능하며 또 회복될 수 있음을 인식하여 생활을 관리해 나가고 일을 함으로써 더욱 회복이 됩니다.

일을 할 수 있게 편견을 해소해 주십시오. 일을 할 수 있게 일자리를 연계해 주십시오. 차별없이 대등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 인간답게 살게 해 주십시오.

200만 명 이상의 정신증 가족과 당사자들의 눈물과 고통에, 국가는 동참해야 합니다.

장우석 기자는 지난 1999년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가 주최한 정신장애극복 재활수기 우수상을 받았다. (c) 장우석
장우석 기자는 지난 1999년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가 주최한 정신장애극복 재활수기 우수상을 받았다. (c) 장우석

지역사회 공공기관들에 바라는 것들

정신증은 치매보다 큰 피해를 줍니다. 젊은 시절부터 학업, 군대, 취업, 결혼을 포기하게 합니다. 생애주기별로 살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매관리는 국가예산지원이 있으나 정신질환은 예산확보가 전무합니다. 조기발견 및 초기진압과 함께 정신증을 겪는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의료예산만 확충할 게 아니라, 미리 고위험군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학교를 위해 지역사회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원 선생님과 대등하게 교육받은 회복 당사자인 동료지원가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무지에서 비롯한 정신증 겪는 이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공익 광고와 캠페인으로 당사자와 가족과 전문가들이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인권향상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매스컴과 방송은 공정해야 합니다. 질병에 대한 바른 지식으로 왜곡된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증은 회복가능하고 예방되는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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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6-07 02:17:52
지오이드기자님 글감사합니다.
종합적 시점임에도 조목조목 잘 지적하셨고 대안제시가 좋습니다. 특히 기도하는마음 당사자가 변화되어 앞서야한다는데 공감입니다.
병원에만 맡기려는 가족, 가족에게만 떠미는 정부, 지역사회에서도 떠밀린 히코노모리 당사자. 이젠 안됩니다.

정책토론, 전문가논문, 인권백서 충분히 나왔으니 이젠 실천입니다. 누구든 있는 그자리에서 실천합시다.
당사자를이용 돈빼먹던 사람들 안됩니다. 한자리 해먹겠다 자리싸움 안됩니다. 강제입원으로 병원돈벌이 안됩니다.

대통령직속조현위원회 만들고, 당사자전국조직만들고, 정책우선순위 올리도록 당사자입안세력만들고,조현여성리더가 2중차별 낙인에서 벗어나 동료활동가로 서게합시다. 아버지모임 어머니모임 활성화하고 제약회사불매운동 합시다 16장애중 최우선정신장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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