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수가 차별하지 않아야 장기입원 폐해 막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수가 차별하지 않아야 장기입원 폐해 막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6.12 23: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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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인권증진 연속 정책간담회 국립정신건강센터서 열려
불필요한 정신과 입원 기간이 긴 건 의사의 주관적 판단 때문
조기 위기개입을 통해 집중치료로 조기 퇴원시켜야
일본·대만은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수가 차별 없애
초발 정신과 입원에 대한 가이드라인 만들어져야
자의입원 늘어난 건 환자 갈 곳이 없어 입원 택한 현상
국가 정신건강 비용 OECD 대비 4배 적어
교도소 재소자 한달 비용 180만 원 vs 정신병원 157만 원
사법입원제 도입하면 환자 인권 사라질 것
격리·강박은 치료과정의 한 현상 vs 병원이 악용 우려

의료급여 수가가 오를 경우 일정부분 정신건강 서비스 수준이 개선되겠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수가가 올라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국립정신건강센터 마음극장에서 열린 정신병원 장기입원과 열악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정책 간담회에서 이영문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는 발제에서 “최소한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면서도 “백만 원, 이백만, 오백만 원으로 오른다고 서비스가 계속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심혈관, 정형외과는 금방 국민의 서비스 질이 올라가고 효과가 바로 나온다”면서도 “그러나 정신과는 오랜 기간이 필요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오랜 시간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건강 담당 공무원이 2년마다 보직 순환되면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자리로 인식돼 정신보건 예산과 수가 인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이사는 “일본의 후생성은 정신건강 분야에 한 명이 10년 전문적으로 일해 수가를 올리는 데 영향을 주지만 한국은 아니”라며 “수가도 일정 수준에 오르면 더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수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일차의료기관 역할 전무

이 이사는 “정신과 치료에서 치료와 재활, 인권은 상호보완적”이라며 “다른 의학 분야에서는 없는 치료와 인권, 재활의 세 축이 정신장애 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세계정신의학회는 인권 침해 과정이 치료와 연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의사들이 가진 속성상 인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자체가 인권 침해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걸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정신건강팀이 한국에 2주간 머무르며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서비스 시스템을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살과 정신과 병상의 증가가 한국적 특이점으로 지적됐다. 이어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일수가 500일인데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그는 “정신과 입원이 다른 유형의 입원보다 불필요한 입원이 많은 이유는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라며 “질병이 심각할수록 서비스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입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야 하고 ▲조기 위기개입을 통해 집중적 입원치료로 조기 퇴원 시켜야 하고 ▲무엇보다 커뮤니티(지역사회)에서 오래 살 수 있는 커뮤니티 정착모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수가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 이사는 “일본, 대만에서는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차이를 주지 않는다”며 “정신병으로 판명될 경우 건강보험에 차등이 없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애 초발 정신과 입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이드라인에 응급입원과 행정입원 기관을 지정하고 재원일수와 수가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어떻게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돼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의입원 늘어난 건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

김형준 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장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정신질환자 병상이 꾸준히 줄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대학병원은 의료급여 환자를 보지 않고 병상을 차지해도 수익을 못 올리는 정신과를 줄이고 있다”며 “경찰의 야간 응급입원 의뢰가 들어와도 대학병원에서는 야간입원을 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병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야간 응급입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병원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자의입원이 빠르게 늘어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의입원이 늘어났다는 건 모순”이라며 “환자 스스로 갈 곳이 없으니 입원을 더하자는 쪽으로 타협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입원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역할을 못하는 이들이 있고 국가기관도 행려환자 빼고는 나서지 않으려 했다”며 “옛날에는 가족이 떠밀었는데 법이 바뀌면서 이들이 보호자 역할을 못하니까 시장·군수가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행정입원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가 낮은 점도 지적됐다. 정신건강 비용은 OECD 평균보다 4배 적다. 이유가 뭘까.

김 병원장은 “이유는 장기입원과 의료급여 정액제의 문제와 일치하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현재 의료급여의 보장성은 건강보험의 63%에 불과하다. 최근에 의료급여의 약제비가 수가에서 분리됐지만 십수 년 동안 의료급여 인상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교도소에 수감된 인원은 4만5천여 명이다. 4년 전 군산교도소는 시범적으로 정신건강사업을 선도적으로 실시한다. 군산교도소 재소자 700명을 대상으로 정신과적 상담을 시작한 것이다.

예산 3억5천만 원을 집행하고 상근 정신과의사까지 두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한 달 교정 예산은 일인당 180만 원이다. 반면 정신병원 의료급여 환자의 한 달 예산은 157만 원이다. 교도소보다 못한 의료급여 체계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병원장은 현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가 모순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내 놓았다.

저수가 정책이 열악한 민간병원으로 환자 몰아내

그는 “정신병원이 중증 응급환자는 안 보고 있고 환자는 열악한 민간병원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탈원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치료가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게 인권의 시작인데 우리는 첫 단추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저수가 정책이 가져온 폐해”라고 분석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비자의입원이 기존 70%에서 37%로 떨어졌지만 퇴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주목했다.

그는 “조사를 해 보니까 본인들이 자의로 나가지 못했다”라며 “장기입원된 사람은 가족이 받아주지 않고 몇 년 병원에 있다가 지역사회로 나오면 갈 곳이 없어서 병원에 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신의료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권 사무총장은 “사법입원은 시스템도 엉터리고 형식적으로 합해지면 대재앙으로 환자 인권이 없어진다”며 “판사가 정신과에 진단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조현병의 경우 진단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의 정신보건서비스 변화에 따른 장기입원 일수의 감소에 대해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2000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와 법과 제도, 장기입원 일수가 비슷했다. 2000년, 이스라엘은 지역사회 내 정신장애인 법을 시행한다. 18세 이상의 환자 중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기능 상실이 40% 이상일 경우 지역사회 재활 위원회가 필요한 정신재활서비스를 처방하고 이에 따라 정신재활서비스 기관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권 사무총장은 “주거, 직업재활, 레저, 가족지원, 치과 등 다 제공하면서 입원 관련 지출이 16% 감소했다”며 “재활서비스에 지출을 늘렸는데 입원일수가 5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OECD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케어는 장기입원 방식의 시설화 모델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입원에 머물지 말고 조기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정신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정신재활시설을 확대하고 법 개정을 통해 초발정신질환자의 포착에 경찰의 역량을 배양하고 학교, 대학, 군대에 심리전문가들과 전문가들이 개입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의료기관특임이사는 “의료급여 수가의 경우 신체질환의 경우 건강보험의 90% 수준이지만 정신과는 60%의 낮은 수가를 정액수가로 받고 있다”며 “낙후된 시설, 세분화되지 않는 획일적 치료환경으로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신건강 케어 모델은 장기입원 ‘시설화’에 집중

이어 “정신과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수가는 월 2회 촉탁의 진료를 받는 정신요양시설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는 국가적으로 정신과 환자의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분화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질병 상태에 따른 치료인력과 치료 프로그램 기준을 정하고 비자발적 입원은 집중 치료가 가능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며 “충분한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입원 기간 단축 등 비자발적 입원이 감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용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이사는 격리와 강박에 대한 의료적 행위를 옹호했다.

조 이사는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침습적이며 인권침해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의료인이라는 자격을 통해 그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강도와 외과 의사가 칼로 복부를 가른다 해도 그 행위를 ‘범죄’와 ‘수술’이라는 행위로 구분하는 이유는 그 목적과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원의 입원과 격리 및 강박에 대해서만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보는 시선은 정신병원을 의료기관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며 “정신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수행 내용을 의료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기입원과 격리 및 강박은 정신질환과 그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정들”이라며 “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 과정들이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 정책과 지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격리강박 필요 vs 인권 침해

이에 대해 청중 토론에서 박환갑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사무총장은 “정신과는 격리와 강박이 적은 인원으로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라며 “간호사가 CR룸(격리실)에 보낸다. 내가 왜 이런 부당한 취급을 받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질문에 대해 신현호 해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은 타과에서도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해도 필요한 경우 격리강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사업안내에서 국가의 격리강박 지침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받아야 한다. 부당한 사항이 있으면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문 대표이사 역시 “칼로 복부를 자르는 것의 비유는 잘못됐다”면서도 “강박과 격리는 치료의 부분이 맞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정신장애연대가 공동 주관했다.

다음 간담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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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6-12 23:56:03
취재하며 청중으로 참여한 한사람으로 안타까왔다. 전문가들의 말이 성찬. 의료수가의 문제만 들먹인 느낌. 젊은 의사들의 환자 막다루기를 느꼈다. 현장에 조현당사자는 극소수, 다음 주거 일자리 토론에는 당사자를 참여시켜달라. 정부당국자가 없으니 질문받을 해결사가 없는 토론장. 다음엔 국회도 복지부도 참여해달라.
오늘 강의 토론을 유투브로 영상하면 홍카콜라 유알릴레오 처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 짧은 동영상이면 충분한 내용들이 반복 소개되었다. 정작 당사자 장기입원 폐해를 극복할 절차보조나 당사자활동 그리고 국가의 적극개입이 안보였다.

큰마음먹고 준비한 정책토론회 결실만큼 참신하고 실질 해결안이 나오길 바란다. 정말 당사자를 사랑하는 정책이 각 정당을 울려야 한다. 정부도 각성하라. 실천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