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더 어려워진다…비자의입원·입소에 대한 입원적합성 심사 시행
강제입원 더 어려워진다…비자의입원·입소에 대한 입원적합성 심사 시행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5.24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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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국립정신병원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설치
입원·입소 1개월 이내에 적합 여부 심사해야
독립적 심사기구로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 기대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 강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자의입원 늘어나
정신건강전문요원 2022년까지 1천455명 확충

지난해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이달 30일부터 비자의입원과 입소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가 시행된다.

비자의 입원·입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입소와 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으로 강제입원을 의미한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의 입원 절차 개선을 통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기존의 구(舊) 정신보건법은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져 폐기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자의 입원이 늘어나고 비자의입원은 줄어들었으며 치료의 주체인 환자의 인권 보호와 지역사회 내 재활과 복지 지원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역할 강화와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서비스 확충은 향후 보완해야할 과제로 나타났다.

비자의 입원·입소 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를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새로 도입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쳐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권역별로 5개 국립정신병원 내에 설치되며 신규로 비자의입원·입소한 환자에 대해 1개월 내 입원·입소의 적합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5개 국립정신병원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설치

심사는 환자가 신청하거나 위원장의 직권을 통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방문해서 환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복지부는 연간 약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개 국립정신병원에 행정인력과 조사원 등 총 49명의 운영인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총 276명의 위원 위촉을 완료하고 정신의료기관·시설 대상 권역별 간담회 및 실무자 대상 시스템 교육을 실시해 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행에 따라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언급된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에 의한 실질적인 심사, 대면조사를 통해 환자 진술 기회 등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불필요하거나 관행적인 비자의입원·입소와 그에 따른 질환의 만성화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새로 변화된 입·퇴원 제도에 따라 2주 내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3개월까지 비자의입원·입소가 가능한 추가진단의사 제도가 지난해 5월 30일부터 시행됐다.

또 환자와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에 따른 ‘동의입원’ 유형을 신설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자의로 입·퇴원하지만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할 때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의가 판단하는 경우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하고 비자의입원(보호·행정입원)으로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복지부는 비자의 입·퇴원 절차 개선에 따라 법 시행 이후 비자의입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입원 환자 수는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올해 4월 23일 기준으로 보호·행정입원 등 비자의입원 유형 비율은 37.1%로, 2016년 12월 31일 기준 61.6%와 비교해 24.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이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 환자 수는 2016년 말 6만9천162명에서 올해 4월 기준 6만6천523명으로 3.8%(2천639명) 감소했다.

비자의입원율 지속적 하락 추세

비자의입원 유형 중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 환자 비율은 2016년 말 0.2%(94건)에서 10.4%(2천560건)으로 증가해 상대적으로 인권 보호에 유리한 형태의 비자의입원이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는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결정해 자의입원으로 전환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인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입·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전체 비자의입원의 추가 진단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률이 높지 않아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는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할 과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은 전체 정신의료기관의 3.7% 수준이며 비자의 입원 추가진단 건수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은 32.7%이다.

한편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간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복지부는 전국적으로 234개소인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인력 1인당 업무 부담이 과중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수행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전문요원 376명을 시규 확충했다.

올 연말까지 총 500명, 내년에는 250명을 확충하는 등 2022년까지 총 1천455명의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사용할 단일 ‘정신건강 사례 관리시스템’(MHIS)을 구축해 오는 6월 4일부터 시범운영한다. 이를 통해 환자가 지역을 이동하더라도 사례관리 자료를 연계할 수 있게 돼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가입·퇴원관리시스템 등 유관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퇴원·퇴소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례관리 및 복지 서비스 지원에서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퇴원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단기 훈련형 거주서비스 모델 개발을 위해 현재 중간집(Halfway House)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보건복지부 커뮤니티 케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2022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 확충…단기 거주서비스 ‘중간집’ 확대

이어 복지부는 지난해 공공후견인으로 4개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한국재활시설협회, 태화복지재단,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등 4개 법인을 지정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465명에게 공공후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후견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시설입소에 동의하고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체계적으로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정신질환자의 의사 결정 지원을 통한 자기결정권 강화와 권익 침해 최소화를 위해 절차보조인 시범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지역사회 주거서비스, 취업 지원 등의 영역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 당 거주서비스 정원을 보면 한국은 4.7명으로 호주 10.0명, 일본 15.3명, 미국 15.2명, 이탈리아 33.4명, 오스트리아 54.9명 등에 비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지역사회 재활기관 및 정신건강증진시설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중 불안정 거주율은 10.2%로 정신질환자 10명 중 1명은 불안정한 거주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 거주는 ▲명확한 주거지가 없거나 ▲돌아갈 안정적 주거지 없이 시설 입소 ▲동거 가족이 모두 고령이거나 ▲월세이면서 혼자 거주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은 정신과적 증상을 악화시키고 치료에 대한 접근, 회복과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고된 바 있다.

정신장애인의 자가 주택 소유율은 44.0%로 전체 장애인 58.5%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등록 정신질환자의 취업률은 8.3%로 장애인구의 취업률인 36.6%에 비해 매우 낮았다.

등록 정신장애인 임금은 월 평균 약 56만 원으로 장애인 평균 임금인 153만 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환자의 절차적 권리의 보호뿐만 아니라 복지 서비스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보다 풍부히 채워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정신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간집 같은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을 확충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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