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노어 롱든, 내 머릿속의 목소리
엘레노어 롱든, 내 머릿속의 목소리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9.06.16 20: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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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 롱든
엘레노어 롱든 (c) TED

누구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가 있다.

평소 그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아, 일상에서는 잘 들리지 않고 반응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릴 때가 있다. 예컨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을 겪었다거나, 너무나 즐거웠던 경험을 한 경우다. 문제는 그 마음의 소리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때 정신과가 그것을 '정신병'으로 진단한다는 것이다.

엘레노어 롱든(Eleanor Longden)의 경험은 그래서 특별하다. 그녀는 그 내면의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마치 목소리가 자신에게 지령을 내리거나 위협하거나 명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롱든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고 폭언을 하거나 차별했다. 그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은 롱든을 더 큰 악순환에 빠지게 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그 목소리와 벗이 되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었다. 이어 그 목소리가 자신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처의 반응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상처와 대면하는 계기로 삼음으로써,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현재 가장 위로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저는 목소리의 문장 이면의 의미를 재구성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그 목소리가 집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하면, 내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알게해주어 감사하다고 느꼈지요. 제가 깨닫고 있으면 긍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목소리와 제 자신에게 우리 모두는 안전하고 더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습니다. 그 목소리에 대한 경계를 정했고, 당당하지만 존중하는 태도로 그 목소리에 반응하려 노력했어요. 소통과 협력의 관계를 서서히 수립하고, 함께 일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죠.

이어 그녀는 각각의 목소리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각각의 목소리는 저의 다양한 모습들, 그 하나하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각각은 압도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저는 성적인 트라우마와 성희롱의 기억들, 분노, 수치, 죄의식, 낮은 자존감 같은 것들을 진행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기회조차 그동안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그 아픔들이 상처로 자리 잡아 각각에 그 말들을 전해주었던 거죠. 그리고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가장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목소리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받았던 상처를 대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이 목소리가 가장 위로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이런 깨달음으로 그녀는 목소리가 찾아온지 10년 만에 대학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최우등 석사를 마쳤다. 이어 정신건강단체에서 일했고, 학회에서 강연을 하거나, 『내 머리속 목소리에게서 배우기 Learning from the Voices in My Head』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엘레노어 롱든의 저서 (c) TED
엘레노어 롱든의 저서 (c) TED

그녀는 강연에서 '히어링 보이스(Hearing Voices)' 국제 운동을 소개하면서, 사회의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함께 목소리 듣기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꿈꾸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합니다. 목소리를 듣는 이들의 필요와 온전한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지지합니다. 이러한 사회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그 단계에 와있어요. 차베스 대통령의 말을 옮기자면, 사회의 변화가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을 모욕할 수는 없어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억압할 수는 없어요.

피터 레빈이 말했던 것처럼, 인간이란 동물은 특별한 존재로 본능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과 이런 내적인 능력을 보호하는 지적인 영혼을 갖춘 존재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증인이 되어주고, 손을 내밀고, 그가 겪는 짐을 나누며 회복에 대한 희망을 붙잡아 누군가를 치유하는 과정을 돕는 것처럼 더 큰 영예와 영광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통과 역경을 이겨낸 이들에게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로 인해 손상된 것으로 정의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지요. 우리 개개인은 특별해요. 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그 무엇도 우리를 지배하거나, 조종하거나, 빼앗을 수 없어요. 그 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자막은 '한국어'로 설정하면 된다.

 

혹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한국어'로 자막을 설정하면 된다.

바로가기: 엘레노어 롱든 테드 강연(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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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6-20 05:53:59
광기학을 확산시키자. 대학 테드 강연에 당사자가 나서자. 당사자 강사를 활용하라. 당사자 마인드가 확대되야 한다. 전문요원도 운영자도 협회관계자도 공무원도 국회도 당사자 마인드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