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결에
한 나절 수고한 나를
쉬라고 띄워 보내놓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시가 찾아온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상자에 담는다
엄마가 잘 하라고 잔소리를 하신다.
나는 “그냥 제가 하는 대로 두세요”라고 투덜댄다.
집으로 배달을 시켜놓고
윗층 백화점을 찾아 갔다.
싫다고 하시는 엄마를
억지로 팔을 잡고
모시고 올라갔다.
그제 우연히 봐둔
흰 부로치가 달린
엷은 하늘빛 점퍼를 떠올리며
마음이 급해진다.
엄마를 엘리베이터 앞
쇼파에 앉아 계시게 하고
백화점을 서너 바퀴 돌다가
돌아와 잠시만 더 기다리시라고
부탁드리고
이럴 줄 알았으면
상호를 보아둘걸
작은 백화점이라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후회하며 또 몇 바퀴 더 돌았다.
돌다가 옷 한 벌이 눈에 들어와서
엄마를 모시고 갔다.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
내 마음도 그렇다.
눈에 선한 고운 점퍼를 떠올리며
다음에는 마음에 꼭 들면
그냥 사와야지
다짐을 한다.
엄마가 “인연이 아니라
그런 거다“라고 하신다
“작은 것도 다 인연이 닿아야 한다”고
인연이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애태울까
나의 생각 말 행동 기도에서
맺어지는 것일 터인데
오늘 옷은
무슨 연유에서
인연이 되지 못했을까
내 경제적 분수에
안 맞는 것이었을까
누군가에게 가서
기쁨이 되어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쉽다. 엄마와
인연을 짓지 못해서
고운 옷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어릴 적
고르고 골라 어울리는
옷을 사 입혀주시던
기억이
이제는
내가 골라드려야지
등이 둥글어지시는
흰 눈처럼
고우신 우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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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생님의 어머님 말씀 ᆢ"작은 것도 인연이 닿아야한다"는 말씀이 너무나 와닿네요ㅜㅜᆢ
오늘 아침, 귀한 시 한편 만나게 된 작은 인연에 감사하며,
부디 모두 평안하시길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