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분트(UBUNT)...정신요양시설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사랑이 필요한 때"
[기고] "우분트(UBUNT)...정신요양시설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사랑이 필요한 때"
  • 백윤미 사무국장
  • 승인 2019.06.21 19:28
  •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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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신요양원 백윤미 사무국장 기고
우분트(UBUNT) 의미는 우리가 함께 있어 내가 있다
당사자의 말 들어주는 공동선 이뤄야
요양소 만성정신장애인은 약자 중의 약자
정신요양시설, 병원과 사회복귀시설 중간 형태
모호성으로 인한 비판만 있고 관심은 없어
요양시설 당사자들은 정책에서 늘 제외돼 와
우분투(Ubuntu) (c) Pressenza
우분투(Ubuntu) (c) Pressenza

“마음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과 세상 사이에서 우분트(UBUNTU) 정신은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정신장애로 인한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어려움이 이슈화 되고 있는 요즘, 당사자와 당사자를 둘러싼 사람과 조직 간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리들임에는 분명합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나, 그 당사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람들이나, 결과적으로는 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요.

‘우분트(UBUNTU)’라는 단어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요?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사랑과 따뜻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 내에서 함께 위로하고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어려움에 당면한 사람을 먼저 생각할 때, 결국 그 선이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 속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주고 손 내미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우분트 정신은 살아 있을까요?

그런 맥락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운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지요. 6월 한 달 동안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정신장애인 인권증진 연속간담회’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간담회마다 각 주제별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인 듯 보입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 그 부분이 먼저 해결이 된다면 이러한 여러 노력들이 공동선을 이루어 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정신장애인 당사자 중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극히 약한 분들이 있습니다. 발병한지 너무나 오래 되어 만성이 되어버리신 만성정신장애인들이십니다. 발병한지 10년이 넘어 만성이 되신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시거나 죽은 듯 집안에서 조용히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파도손이나 동료지원가단체 등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계시는 단체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에너지와 기능들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정신장애가 만성화가 되어버리신 분들은 이미 본인들의 욕구 자체가 없습니다.

일하고 싶지도 않고 사회로 나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없으며,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으십니다. 만성정신장애와 정신과약의 장기적인 약 복용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과 퇴행을 겪고 계시며 노령화까지 진행되어 삼중고를 겪으십니다.

지남력도 없으시고, 인지력도 중증치매 노인과 비슷한 수준이신 이 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수 있을까요? 본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공청회에 나와 정책 변화를 외치며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마 공청회에 가시는 길조차 두려워 안 가려고 하실 겁니다.

이런 만성정신장애인들이 살고 계시는 정신요양원에 대해서도 사회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시설에 살고 계시는 만성정신장애인은 당사자가 아닐까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만성정신장애인입니다. 온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셨으니까요.

가장 슬픈 처지에 있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정신장애인 중에서도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 만성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대변하여 정신요양시설의 현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c) 시민건강연구소
(c) 시민건강연구소

“약자 중 약자가 살고 계시는 정신요양시설”

정신요양시설은 사회복지시설 중 만성 중증정신장애인 생활시설로 분류됩니다. 정신건강복지 전달체계에 있어 정신의료기관(정신병원)과 정신재활시설(구 사회복귀시설)의 중간 단계로서 매우 애매한 위치의 시설입니다.

정신요양시설은 가족의 보호가 어려운 만성 중증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적 기능이 아닌 요양과 보호 서비스 제공이 목적입니다. 병원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오해되는 시설입니다.

2019년 현재 전국에 59개 정신요양시설이 있고 약 1만여 명의 만성정신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하고 계시는 정신장애인 중 90%가 만성정신질환자이며 그중 85%인 8500명이 기초수급대상자입니다. 2,900명은 가족이나 지지 체계가 전혀 없는 무연고자입니다. 즉, 퇴소를 해도 가실 곳이 없는 분들입니다.

또한 입소하신 정신장애인들의 주요 특징은 대사질환, 암, 간질, 대장질환 등의 발병 빈도가 높고 노령화로 인해 치매와 파킨슨, 당뇨 등의 노령 관련 질병 빈도가 매우 높은 중복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정신과 약의 장기복용과 대장질환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지요.

이들은 초기 발병 후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재활시설 등에서 수년 간 치료와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마음으로 입소하신 만성정신장애인이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경제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가족 해체뿐 아니라 입소생활인들 보호 의무마저 거부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의 원 가정 복귀와 보호가 어렵고 지역사회 적응과 복귀를 위한 지원체계도 미비해 정신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사회적인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계신 상황입니다.

이렇듯, 당사자의 기능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당사자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는 정신요양시설이라는 위치 자체가 매우 사각지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c) Korea Mental Care Facilities
(c) Korea Mental Care Facilities

“정신요양시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정신요양시설 입소 정신장애인들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에서 소외된다는 것입니다.

탈시설화, 정상화, 자립생활, 커뮤니티케어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복지 패러다임과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촉발된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 대안 모색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더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전국 59개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1만여 명의 만성 중증정신장애인들은 그들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복지 정책의 수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의 과정 속에서 제외됐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론을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요양시설 입소 정신장애인의 특징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당사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사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처지와 기능이 있으신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 중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보호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집단에서는 “우리는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아. 당사자의 말을 들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사자의 말을 할 수 없는 당사자를 위해 누가 목소리를 내주어야 할까요? 이는 당사자 간에 생산되는 강자와 약자의 구조가 아닐까 싶어 내심 가슴이 아픕니다.

6월에 진행되고 있는 정신장애인인권증진 연속정책간담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정신장애연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4회 전부 당사자가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중 가장 약하고 곤란한 지경에 계시는 분들을 모시는 정신요양시설도 빠져있습니다.

합의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의 자리에 같이 앉아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이야기의 자리에 앞으로는 더욱 “우분트”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길 기대합니다.

토론회 (c)마인드포스트.
지난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 12층 마음극장에서 열린 정신장애인인권증진 연속정책간담회 토론회 (c)마인드포스트

둘째, 정신요양시설과 정신병원이 동일한 곳으로 인식되어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신요양시설은 정신건강복지 전달체계 내에서 정신의료시설과 명백히 다른 기능을 수행함에도 동일한 시설로 인식되어 당사자와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또 정신건강복지시설들의 역할과 기능의 명확화, 차별화, 특성화가 미진해 연계와 협력이 저조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신요양시설은 만성 중증정신장애인들에게 요양과 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이는 치료적 기능을 담당하는 정신의료시설과 명백히 차별됨에도 같은 종류의 시설로 인식되어 오해를 양산합니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입·퇴원 절차에 있다고 봅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정신요양시설과 정신의료시설의 입·퇴원  절차가 동일합니다. 수용시설이라는 낙인과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자율성을 침해하는 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병원의 입·퇴원 시스템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앓는 분들이 요양하는 게 정신요양시설의 주 목적이라면 병원의 입퇴원 제도를 그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치료와 요양의 개념 차이에 따라 법과 운영 지침이 독립적으로 세워지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현행법상 정신요양시설은 장애인복지법의 보호를 못 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신장애인은 분명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타 장애인 시설이 장애인복지법에서 운영근거를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신요양시설은 정신건강복지법에 운영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소관부서도 다르며 시설인력기준 등 정신장애인 당사자 처우와 관련된 내용도 타 장애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인력지원 기준이 장애인 5명 당 종사자 1명인데 정신요양시설은 정신장애인 14명당 종사자 1명입니다. 지난 19일 정신장애인인권증진 간담회 때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님께서 센터전문요원 1명이 70명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어려움을 이야기하셨지요.

정신요양시설은 밤근무시 1명이 100명을 10시간 동안 담당합니다. 밤근무를 하시는 정신요양시설 선생님들은 밤새 어떤 응급상황이 생길지 몰라 항상 긴장과 두려움에 떨면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실제로 혼자 근무를 하다가 증상으로 인한 폭행이나 폭언에 시달려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분도 부지기수이구요.

이러한 제도의 불리함은 결국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당사자에게 '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슬픈 현실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1명이 100명을 돌봐드리는 게 어떤 상황일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처럼 만성정신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장치 마련과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정신장애인의 복지에 관한 법률을 하위법령인 장애인복지법에 개정 삽입하거나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분리 혹은 개정하여 서비스 전달체계를 명확히 함은 물론, 기존의 보건정책과에서 장애인 복지정책과로 이관되면 사회복지 정책방향의 일원화가 가능해질 것이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정책의 대상에서 만성정신장애인과 시설은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이 자유다. 자유가 치료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당사자 분들을 보면 오히려 그저 부럽다는 생각만 듭니다. 정신요양시설에 생활하는 만성정신장애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하지도 않고, 병식도 없으며, 그저 혼자 있고 싶어 하시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을 커뮤니티케어에서 어떻게 지원해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또한 세간에 당사자들께서 주장하시는 여러 내용이 정말 한국에 있는 모든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으신지 하는 의문도 품게 됩니다. 제가 매일 모시는 분들은 그렇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능력들이 전혀 없으시니까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이 유치해서 못 가겠다고 하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라? 우리 요양원 가족분들은 너무나 좋아하시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당사자도 다 똑같은 상황과 기능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나이도, 성별도, 기능도, 지지 체계도 각기 다 다른 여러 당사자들이 한국에 존재하는데 세상은 누구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될까요.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당사자 중에서도 자기 주장이 확실한 사람과 단체에게는 아무래도 세상의 관심, 예산, 정책 집행이 유리하게 흘러가겠지요. 안타깝지만, 당사자간에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어쨌거나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은 누가 그 목소리를 대변해주어야 할까요. 바로 그 옆에서 그분들을 모시는 사람들입니다.

19일 간담회에서 신하늘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5월에 중증정신질환자 치료보호 우선 조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기재부와 예산 작업을 하고 있다.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행정입원, 외래치료, 통합정신건강사업 확대, 정신재활시설 확충,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 양성 등이 담겨 있고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인데 작년보다는 많은 양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여기에서도 병원, 정신재활시설, 당사자집단을 위한 예산만 고려될 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만성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요양시설을 위한 정책 변화나 예산 편성은 없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와 같은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대상자의 기능적 측면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과 의견 수렴이 요구됩니다.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서러워하는 사람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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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andy11 2019-06-24 05:28:03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는것이 가장 이상적인것은 맞습니다만,
위에서도 의견주신 내용처럼ᆢ
대부분은 만성질환이시며, 병식이 없고, 특히 음성증상의 경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1차적 욕구조차도 표현할 의지가없거나 인지못하는 가족들도 많다는 사실ᆢ이분들은 수차례 수개월 몇해를 거쳐 개입해도
변화가 있을까 말까하는 ᆢ 자신의 욕구조차도 대변해줘야 할때가 많은 대상자분들도 많다는 부분ᆢ
이런 가족들이 치료기관에서,지역사회로 복귀했을때는 과연 얼마나 개입들이 가능하실까요. 물론 치료기관에서는 case study를 하실것이고, 지역사회에서도 [집중사례관리]를 나름 계획하시면서 자원을 투입하고 돌보시겠지요.그 기능들도 당연히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그러나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위생ㆍ식사ㆍ수면ㆍ재활(정서ㆍ인지ㆍ대인관계ㆍ사회적응위한 프로그램지원 등) 대상자마다 개별화하여 집중적으로 케어하면서, 의료적 부분까지 케어할 수 있을까요ᆢ 묻고싶습니다.

hicandy11 2019-06-23 21:46:24
저는 현 정신시설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기고문의 글에 상당히 공감되어,개인적 의견을 몇자 남겨 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정책에 관여하시는 수많은 전문가분들의 의견들에 감히 저희같은 종사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겠습니까만은, 개인적 의견을 첨언드린다면ᆢ
분명한 사실은 실제 정신장애요양시설 입소 가족 한분 한분, 그들과 1년365일 동거동락하며 함께 지내보시지않으면 저희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실제 공감하시기 어려울것 이라는 생각이들어 안타깝습니다.
잠시 며칠 방문하셔서 관찰하고, 상담하고 보고간다고 종사자들만큼 사회적약자의 모습을, 그들의 생활을,
그들만의 증상을, 표현을 다 헤아릴 수 있으실까요ᆢ
"오셔서 365일 이 분들과 함께 해보시면 저희의 표현을 이해하실것"이라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유정수 2019-06-23 17:55:04
시설에는 정적이며 동적인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어 본인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를 하기도 하고 문화체험, 여행과 주변지역 탐방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있어 언제든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요양시설은 마음을 앓는 만성정신질환자를 위해 정부의 필요로 만들어진 시설이며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자의 케어를 위한 한 축을 담당해왔습니다

치료를 위한 정신병원, 낮시간 동안만 케어가 가능한 데이케어센터, 소규모의 생활시설들이 정신요양시설만큼 서비스 전달체계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려울것입니다.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이용자, 종사자를 배제하거나 불확실한 틀에 정신요양시설을 끼워맞추려는 행위는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정수 2019-06-23 17:54:04
다행히 본인의 의사표현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며 종사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 이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추론할 뿐입니다. 위에 잠시 언급한대로 이분은 당뇨가 심해 매일 아침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합니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인지 최근엔 눈을 자주비비며 앞이 잘 보이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당수치 조절이 되지 않아 응급상황이 발생되기도 하나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있어 이와같은 상황에 지금까지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이와 유사한 케이스가 제가 근무하는 시설에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전국으로 확대를 해본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테지요... )한편으로 이분은 꾸미기를 좋아하여 패션에 관심이 많아 자주 옷을 구매하시고 숨이 차서 마음껏 뛰어다니지는 못하나 넓은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축구를 즐기기도 합니다.

유정수 2019-06-23 17:53:24
정부의 정책 담당자가 이 글을 볼 수 도 있겠다 싶어 글을 써볼까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시설의 모생활인은 무연고자입니다.
때때로 보이는 양성적, 음성적의 정신과적 증상을 볼 때 마다 이분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하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이분이 살아왔던 환경, 과정들을 추적할 수 있다면 이 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요. 우리시설로 오기 직전에 거주했던 곳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 부터의 과거를 추적할 수 없어 고향, 부모 형제등은 알 수 없으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 배움과 관련한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며 살아오신 듯 합니다. 이 분의 말씀 대부분은 알아듣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오랜기간 먹어왔던 정신과약 때문인지 이분이 앓고 있는 당뇨 때문인지, 언어장애 때문인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 특정시점의 어떤 히스토리 때문인지 원인을 찾을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