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리커버리의 休] 영화 ‘리틀 포레스트’…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당사자 리커버리의 休] 영화 ‘리틀 포레스트’…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권혜경 기자
  • 승인 2019.07.19 2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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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 교수와 함께 하는 수원행복영화제를 다녀오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대자연의 순리를 발견해
클라이맥스 없는 슬로우 무비, 그러나 은근 ‘중독성’
시골에서 노동과 요리를 통해 치유를 모색하는 주인공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라이징 스타인 김태리와 류준열을 주연으로 해서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원작에서는 계절의 풍경과 요리에 집중을 했는데 영화에서는 스토리와 관계에 집중을 했습니다.

빡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 분)은 날카로운 겨울,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눈밭에서 배추를 캐 오더니 이내 뜨끈한 배추 된장국과 배추전을 만듭니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기억과 매서운 추위도 잊게 만드는 맛입니다. 영화 내내 저 역시 배추전 생각이 나서 혼났습니다.

잠시 뒤 고향 친구가 들어와서는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내 궁금함을 못 참습니다. “도대체 왜 돌아온 거야?”

“…배고파서.”

그렇습니다, 혜원은 높은 빌딩, 성공을 향해 자기 계발하는 청춘들, 편리한 편의점 숲 사이에서 상한 도시락 같은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낍니다. 임용고시에도 실패했고 연인과도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혜원은 도시에서 늘 허기가 졌습니다.

고향에 돌아와서 제철 작물을 금방 캐내 본디 색깔과 질감과 맛을 우려내어 음식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혼자서 너무나 맛있게 먹습니다.

단순하지만 소박한 일상을 고향에서 보냅니다. 고향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이와 막걸리도 만들어 먹고 밤에 물고기도 잡으러 갑니다.

혜원이 혼자 요리를 할 때면 고등학교 때 집을 나가신 엄마와 늘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속상해하지 마. 널 괴롭히는 애들이 제일 신나하는 게 뭔지 아니? 네가 속상해 하는 거야.”

“(곶감을 주무르며) 이렇게 자꾸 주무르다 보면 겨울이 되면 정말 맛있는 곶감이 되는 거야.”

“기다려. 요리는 기다림이야. 정말로 기다려야 깊은 맛을 알 수 있는 거야.”

“오직 한여름의 뙤약볕을 견딘 토마토만이 열매 맺는 씨앗이 될 수 있어.”

혜원은 요리를 하면서 고등학교 때 떠나보낸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폭력 장면 하나 없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클라이맥스도 없는 슬로우 무비(slow movie)입니다.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고 감정을 숨겨야 하는 무채색의 도시를 떠나, 자연의 속도에 맞추는 농사와 한 색깔 한 색깔이 다 살아있는 요리와 노동을 통해 영화 속 혜원이도, 이 땅의 청춘 또 다른 혜원이도 치유가 되어갑니다.

자연을 통해 위로를 던지는 임순례 감독의 따뜻한 품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시인 하덕규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고 했습니다. 도시에서 지친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그렇게 대자연(마더 네이쳐)의 순리를 배웠습니다.

<기사 내용은 이영문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참조로 씌어졌습니다>

행사는 수원시 청소년문화센터 2층 은하수홀에서 열렸습니다. 수원미디어센터와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 영화제에는 한여름 밤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이영문 교수님의 고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메웠습니다.

오는 24일 7시에는 <어느 가족>을 상영하고 이영문 교수님과 지역주민과의 토크도 함께 합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문의 및 신청: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031-253-5737 홈페이지 www.suwonment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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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7-20 22:53:16
godd hqppy movie~! 기사올려주신 권혜경선생님 감사. 강의해주신 이영문선생님감사. 수원센터만세. 대도시의 삭막함과 생존의 각축장을 떠나 고향의 작은숲에 안겨 대자연 마더네이쳐를 맛보는 주인공들이 부럽기만 하다. 사람의 탐욕으로 자연이파괴되고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관계과 온갖 스트레스와 사회구조적 악 따돌림 갑질 조직적 이지메로 왕따시키고 있다. 해방구는 엄마품같은 시골고향 구수한 된장국과 제철음식.

느리게 천천히 내몸맘에 맞게 슬로우 무빙 슬로우 라이프 마음챙김으로 산다면 그리 각박하게 아귀다툼 말것을. 도토리키재기 처럼, 당사자가 당사자에게 갑질하는 아픈 현장을 볼때면 먹먹하다.

조현당사자는 스펙트럼이 넓다. 증상이 다양하다. 발생요인이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치유의 방법도 개인이 백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