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심신미약 ‘정신감정 표준화’ 작업 통해 객관성 확보해야
범죄자의 심신미약 ‘정신감정 표준화’ 작업 통해 객관성 확보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7.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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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주장해도 실제 재판에서 인정될 확률 낮아
사법정신감정에 표준화 기준 없어 대중 신뢰도 낮아
정신감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감정서 표준화해야
독일처럼 법률가, 의료인, 심리학자 등 다학제적 참여 필요
정신감정과 관련한 의료정보로 정보 공개 확대해야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범인 김성수의 정신감정 결과 그의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SBS 갈무리.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범인 김성수의 정신감정 결과 그의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SBS 갈무리.

범죄자의 정신감정에 있어 감정서의 표준화 작업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감정에 필요한 개인정보 공개의 범위를 ‘정신감정과 관련한 의료정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민영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정신장애 범죄인의 책임 능력 판단과 정신감정’이라는 주제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현행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변별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신장애를 생물학적 손상으로 보고 이를 정신의학 전문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 유무에 대한 판단은 심리적이고 규범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것으로 보고 정신의학 전문가의 감정을 기초로 법관이 판단한다.

최 위원은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인 규정은 범죄인들의 도피를 돕는 규정이 아니”라며 “행위자나 변호인이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실제 사건에서 이를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한국은 사법정신감정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분별하는 정신의학자나 법관의 판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형법 제10조의 폐지 의견과 관련해 “형법 제10조의 존폐 여부가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책임원칙의 근간이 되는 주요 규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유한 피고인들이 심신장애를 이용해 처벌을 면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남용의 건수는 극히 미비하다”며 “정신 의학자의 정신감정 과정에서, 그리고 법관의 규범적 판단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신상실자와 심신미약자, 심신미약자와 책임능력자를 분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감정의 세부기준을 마련해 정신감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 단계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상 필요할 경우 감정을 위촉할 수 있다. 치처분이 필요할 때는 판사로부터 감정유치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정신상태를 감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위원은 “정신감정은 대부분 공판 단계에서 수행되는데 행위자의 행위 시점 당시 책임능력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와 가장 근접한 시점인 수사과정에서 감정이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책임능력 판단의 시점은 재판시가 아니라 행위 시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신감정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소 전 감정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공판에서는 피고인의 책임능력 유무를 판단할 경우 정신감정을 시행하지 않고 과거 의료기록 등 관련 자료를 대신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과거 범행이나 수사경력이 있는 피고인의 경우에는 해당 사건에서 다루는 범행 이전에 작성된 정신감정서나 치료감호 종료심사서, 혹은 해당 피고인의 과거 판결문을 참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은 정신감정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감정의 절차, 감정서의 형식이 표준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형사사법에서 시행되는 정신감정은 일반의 정신의학적 진단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감정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감정인에게 감정촉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신감정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사법정신의학의 발달을 장려함과 동시에 정신감정인의 자격을 ‘사법정신의학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따로 형사소송법에 명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감정에 대한 감정인 선정과 감정절차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도 신설돼야 한다”며 “현재 실무에서는 ‘신체감정에 있어서 감정인 선정과 감정절차 등에 관한 예규’를 참조해 정신감정인을 선정하고 있지만 정신감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를 따로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신감정 역시 과학적 증거로 허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감정서의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정신감정에 포함돼야 하는 최소기준의 내용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위원의 조언이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연방법원판사 9명, 연방검사 2명, 범죄학 교수 1명, 변호사 1명, 정신과학자 9명, 성의학자 2명, 법심리학자 1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연구그룹이 정신감정서에 최소한 포함돼야 할 정신감정의 형식적·내용적 최저 기준을 제시했다.

독일처럼 법률가, 의료인, 심리학자, 범죄학자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최 위원의 요청이다.

그는 “감정이 필요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과거 병력 등과 관련해 이들이 치료받았던 병원의 의료정부가 필요한 경우 개인의 의료정보이기 때문에 감정의사는 이것을 입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현 감정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형사소송법 제173조에 규정하고 있지만 규정의 범위를 ‘정신감정과 관련한 의료정보’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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