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리커버리의 영화 평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간다
[당사자 리커버리의 영화 평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간다
  • 권혜경
  • 승인 2019.08.01 16: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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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의미를 묻는 영화...칸느황금종려상 수상작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계절별 행복프로젝트 진행
수원 여름밤, 이영문 전문의와 함께하는 '수원행복영화제'
가족은 핏줄보다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질문

어느 소설에 ‘젖은 신발’을 신고 가는 것 같은 불편함을 묘사한 구절이 있다. 영화 <어느 가족>의 전반부는 그런 느낌이었다.

할머니의 연금을 빼먹고 사는 오사모, 노부요 부부, 낳아준 부모가 파칭코에 빠져 주차장에 버린 남자아이, 쇼타. 부유한 부모 곁을 가출해서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딸 아키, 부모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온 어린 유리.

이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이상향이 있는데 이들은 이것에서 한참 벗어났다. 이들 가운데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아끼며 정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혈연은 없지만 ‘연결고리’가 있다.

엄마 역할인 노부요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딸 역할인 유리도 부모로부터 학대의 흔적이 있다. 이들은 다 누군가로부터 학대당하고 소외당한 약자들이다. 전남편을 첩에게 빼앗긴 할머니,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좀도둑(만비키)질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 아빠 오사모 등 모두가 ‘아픔과 외로움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더 보듬을 수 있었나보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나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쇼타가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려고 자신만의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동생인 유리도 오빠를 따라 도둑질을 한다. 조용히 나가려고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젤리 두 개를 주면서 쇼타에게 ‘여동생에게는 시키지 마’라고 한다.

이로써 쇼타는 처음으로 도둑질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구멍가게 아저씨의 관용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자들에게 사회가 어떠해야 하나 한 단면을 그린 것 같다.

기자가 뽑은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지붕 너머로 불꽃놀이 소리를 온 가족이 함께 듣는 장면 이다. 일본에서는 가족이 함께 불꽃놀이 (하나비)를 보러가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가족으로서의 단결과 화합을 의미한다.

비록 돈이 없어서 직접 다 같이 불꽃놀이 구경을 가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의 그 소리를 함께 듣고 함께 지붕 위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비록 영화 내내 엄마, 아빠라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세상의 혈연으로부터 버려진 이들이 서로를 주우며, 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돌보며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가족이란 네가 누구 핏줄이냐가 아니고 네가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거야”-트레이 파커

<본 내용은 이영문 교수님의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시민들이 행복한 사계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봄(행복인문학), 여름(행복영화제), 가을(행복마라톤 예정), 겨울(행복음악제 예정)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여름에는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해 행복증진의 필요성을 알리고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5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창형 센터장은 수원행복영화제를 통해 병원이 아닌 영화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는 기회(이영문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함)를 제공해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여 실천으로 옮겨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담당자인 염하영 정신건강 사회복지사의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 했습니다.

“이제 돌아가셔서 우리 가정의 가족을 더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시고 사랑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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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8-04 21:23:44
이영문님 권혜경님 수고하신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여름날 영화로 더위 식히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귀한 시간이었군요. 부럽습니다.

당사자들도 영화로 힐리되는 조현이 치유되는 문화적 혜택이 많았으면 합니다. 나도 문화누리카드로 영화 서너편 책한권 사면 없더군요. 조현에 도움 되는 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언급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