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사고 막는 건 불가능…치료적 개입 필요
정신질환 사고 막는 건 불가능…치료적 개입 필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8.06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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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범죄율 전체 범죄건수의 0.5% 불과
일대일 진료 특성으로 환자·의료진 안전에 취약
퇴원환자들이 지역 센터에 안 가려는 문제 고민해야
미국은 정신건강전문가가 강제입원 가능토록 하고 있어
영국은 강제외래치료 불응시 병원에서 치료토록 해
보안인력 배치에 적극적 청원경찰 배치 검토해야

정신질환자의 범죄 발생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치료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아름 이화여대 의대 내과학교실, 김성은 인하대 대학원 법학과,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최근 보건행정학회지에 기고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정책 개선과제’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내담자의 흉기에 사망한 이후 병원 진료과의 안전을 보장할 대책들이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논문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대시키지 않으면서도 치료적 개입을 확대토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내에 안전대책을 마련해 사고 발생 가능성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질환자가 일반 환자보다 위험하다는 일반적 근거는 없다”며 “다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의사와 환자가 일대일로 대면하는 진료 특성으로 인해 안전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총 범죄자 168만5461명 중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는 9027명으로 전체의 0.5% 수준이다. 강력범죄의 경우 총 범죄자 2만8927명 중 813명(2.8%)이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46%로 비정신질환자(3.67%)보다 낮으며 강력범죄율도 0.013%로 비정신장애인 0.061% 낮다고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그렇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치료적 개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문은 현재 치료감호소나 정신보건시설에 수용·입원 중인 환자의 경우 규모와 진료내역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들이 퇴원 이후 체계적이고 밀착된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퇴원한 후 진료를 제공받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위험 또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규모 파악이나 관리체계는 불충분해 현재 약 26만 명의 중증정신장애인이 방치되고 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논문은 “퇴원환자들이 지역사회 센터와 연계되지 않는 이유는 통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통보를 해도 센터에 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통보 후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의 경우 2000년부터 다기관협력 공공보호방안을 통해 강제입원 명령 대상자의 퇴원 혹은 정신이상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도 비자발적 입원환자, 응급입원환자, 자발적 입원환자에게 이동제한 및 기밀 유지 등을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응급입원환자에게는 정신과 치료를 위한 검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나머지 2개 유형의 환자 등에게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퇴원 여부 등을 결정하는 한편 퇴원 후 공동체 복지서비스를 통해 지속 관리한다.

미국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심리학자 등 전문가가 자살 시도자 및 자·타해 위험자에 대해 강제입원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문은 외래치료지원제의 계속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래진료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명령제는 영국과 호주, 캐나다, 미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치료명령제는 환자가 퇴원 후 책임 의사가 치료명령을 신청하고 명령이 조건들을 규정하고 있다. 환자가 조건을 불이행하거나 위반 시 다시 병원 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의사에 반해 약물을 처방하지 않지만 약물 복용이 조건인 경우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약물을 복용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은 병원보다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강제적 제도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권 침해, 지역사회 재정 부담, 전문가의 책임 문제와 감시 역할 분담, 치료명령 위반 환자에 대한 규제력 부재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고 논문을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통원 명령이 있는데 이는 정신장애인이 입원하지 않고 지정의료기관에 일정 기간 통원하며 적절한 진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또 정신보건관찰제도를 통해 통원치료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고 대상자는 그 기간 중 거주지 신고, 거주 이전 또는 장기 여행 시 신고 등을 준수해야 한다.

논문은 이어 의료기관 내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의 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문은 “(흉기 반입금지 조치는) 의료기관 내 보안검색에 대한 국민인식의 형성 여부”라며 “의료기관의 경우 다수의 환자가 이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권위적 인식이 강화되거나 두터워질 우려가 있다”며 “진료를 위한 의료인과의 만남을 위해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의료기관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문은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한 소지품 확인 행위가 인권의 문제보다는 절차적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검색 절차가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양해될 수 있는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폭력예방 가이드라인에서 ‘폭력 발생 감소를 위한 설비 개선 방안’으로 보안·무음 경보체계, 비상구 확보, 금속탐지기 운영 등을 권고하고 있다.

논문은 “현저한 인권침해 가능성이 우려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의료기관 내 흉기 등 반입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비상호출시스템이나 의료인 전용 대피문·대피통로 등은 피해의 최소화 방안이지 흉기 반입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정신의료기관 내 보안인력 배치의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청원경찰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원경찰은 사업주가 경비 부담을 조건으로 관할 지방경찰청장에게 경찰의 배치를 신청해 승인받는 구조로 전국 15개 의료기관에 58명의 청원경찰이 배치돼 있다.

또 다른 보안인력인 (사설)경비원이 가지는 한계도 지적됐다. 경비원의 사용 장비가 폭력 대응에 부족하며 직무 수행상 물리력 행위가 금지되고 있다.

논문은 “경비원의 사용 장비와 대응권한 등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 청원경찰을 통한 범죄억지력 확보와 초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비원의 대응범위 확대를 법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비전문자격증제도와 같이 합법적 경호업무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일정 수준의 물리력 행사를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시설 내 시설·장비는 비상호출시스템, 비상알람버튼, CC(폐쇄회로)TV, 의료진 비상문, 비상대피로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건축 기준 등에 이같은 규정이 없는 형편이다.

논문은 “미국과 영국은 의료진 안전사고를 환자 안전사고와 같이 의무 보고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일본은 의료기관 인증기구의 인증기준에 의료진 안전과 보건관리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료현장 내 폭력방지 가이드라인에서는 폭력행위 사전 예방책으로 물리적 환경이나 공간 설계, 훈련 등을 실시한다”며 “사후대응방안으로 기록된 자료의 활용이나 법적인 지원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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