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살 위기’ 신호에 대한 이해 수준 낮아
한국인 ‘자살 위기’ 신호에 대한 이해 수준 낮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8.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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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한국인 vs 호주인 자살 징후 인지 분석 결과
자살 징후자에 ‘술마시고 잊자’라는 부정적 조언도

한국인은 호주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기 신호에 대한 전반적 이해 수준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순태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팀은 티간 크루아(Tegan Cruwys) 호주국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팀과 함께 한국과 호주 일반인 506여 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 결과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된 ‘2019 국제 정신건강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안 교수팀에 따르면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의 적집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조언이 자살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호주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기 신호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살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을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참가자 506명에게 일상의 스트레스 상황(정상)과 자살 위기 상황(자살 징후)을 묘사한 삽화(vignette)를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삽화는 실제 친구와의 대화 상황을 고려해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시징(instant messaging)을 제시했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호주 사람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3.94점)보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4.22점)에게 높은 걱정을 표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3.89점)과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3.86점)을 향한 걱정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정상과 자살 징후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으며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은 ‘별일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응답도 상당수 발견됐다. 자살 위기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오독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힘내라’ 등과 같은 개인적이고 소극적 수준의 조언들을 주로 제시했다. 나아가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같이 술이나 마시고 잊자’와 같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조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간 자살 징후 이해 수준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그 이유로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자살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공익 캠페인 등을 활발히 시행해 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자의 93.4%가 자살 시도 전 위기 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 67%는 사망한 뒤에야 위기 신호를 이해했다. 또 14%는 위기 신호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자살 위기 상황에 대한 소극적인 개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민들의 정신건강 이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명 국제 자살 연구 학회지인 Archives of Suicide Research 최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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