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 돌려받은 편지
2009년 어느 대학교 평생교육원에
학부를 막 졸업한 남학생이 들어왔습니다.
강의를 담당한 중년의 여교수는 궁금했습니다.
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했는지 의아해서
그 남학생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어두운 그 학생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그 남학생은 거의 날마다 수업에 지각했습니다.
아침 9시 수업인데도 늘 10시가 지나서야
교실에 나타나는 그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교수는 어느 날 학생을 따로 불러 물었습니다.
"혹시 날마다 수업에 지각하는 이유가 있니?
말하기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자 남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습니다.
"제가 마음의 병이 있어서 날마다 약을 먹어요.
그 약이 너무 독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그 말을 들은 교수는 학생에게 한 가지 제안합니다.
"날마다 운동을 해보자. 그리고 내게 매일 확인시켜주렴."
그때부터 학생은 교수님 말대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한 시간 씩 산책로를 걸으며 운동을 했습니다.
교수님은 매일 수업이 끝나면 학생을 따로 불렀습니다.
어제도 운동을 했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힘든 건 없는지 거의 날마다 상담을 해주었습니다.
교수는 학생을 위해 많은 조언과 용기가 되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학생도 어릴 적 받은 상처와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학생은 더 이상 지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8알이던 약을 절반인 4개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아직 독한 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었으나
이제는 9시 등교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스승의 날,
교수는 그 학생에게서 작은 선물과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후로도 간간이 교수와 학생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교수는 학생에게 안부 차 전화를 했습니다.
"교수님, 죄송한데 제가 지금 마감기간이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언론사 기자가 된 학생은 통화를 이어가지 못해 교수님께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그 순간이 너무 기쁘고 감사했답니다.
내가 가르치던 그 학생이, 늘 어둡고 연약해서
앞으로 사회생활이나 가능할지 걱정되던 그 학생이
바쁘게 직장생활을 감당할거라곤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9년 그 학생은 책을 준비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책에 교수님의 글을 외부 원고로 넣고 싶다며 찾아 왔습니다.
정년 퇴임을 앞둔 교수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까지 받았지만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기꺼이 써주겠노라고 흔쾌히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지를 학생에게 내밀었습니다.
"10년 전 스승의 날, 네가 나에게 써준 편지란다.
이 편지를 받은 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니?
심지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단다."
사실, 학생은 10년 전 자신이 지각쟁이였다는 사실도,
스승의 날 교수님께 편지를 썼던 사실도 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날마다 수업이 끝나면 따로 상담을 받고 운동을 확인 받던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교수님은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보다도
더 많이 저를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도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사람, 너무 귀하고 소중한 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 이 글은 바울의 가시(나는 조현병 환자다) 개정판에 들어갈 글 입니다. 2019년 말 개정판 출간을 목표로 열심히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돕는 사람들 있으니 조현 마인드로 도리어 세상을 따뜻이 덮어나갑시다. 공감으로 설득으로 화합하는 세상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