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권리 선언 선포
정신장애인 권리 선언 선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6.0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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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서의 권리, 사회생활에서의 권리, 사회적 편견 해소 등 담아
즉각적으로 실현되고 보장돼야 할 핵심 권리 선언

<편집자 주>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권리선언이 1일 여의도 이룸센터 토론회에서 선포됐다.

이 선언은 전문(前文)을 포함해 치료에서의 권리, 사회생활에서의 권리, 가족생활에서의 권리, 사회적 편견 해소 등을 담고 있다.

 

선언은 또 강제입원의 완전한 폐지와 자기결정권의 보장, 지역사회에 자립해 살면서 노동을 할 권리, 당사자 자조모임의 독립성, 평화로운 가족생활을 할 권리, 불가침적인 권리로서의 타인과 다를 권리, 미디어의 왜곡된 인식 조장 중단,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모든 법과 제도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선언문은 향후 정신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인권의 심화를 위한 중요한 텍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은 1일 권리선언 대토론회 후 당사자 4명이 공동으로 낭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마인드포스트는 여기 권리선언 전문(全文)을 싣는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권리선언

전문(前文)

-우리는 세계 인권선언,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아동권리협약, 장애인권리협약 등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규정한 국제 인권규범이 우리나라의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모두 제한 없이, 즉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2017년 9월 6일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포럼 참여단체 공동선언문”에 참여한 국내 21개 기관의 선언과 2017년 10월 13일 충청남도 정신건강의 날에 선언된 “정신장애인의 권리선언”이 국가와 전문단체들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임을 인정하면서 여기에 연대의 의사를 표명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땅의 정신장애인은 다른 어떤 유형의 장애인들보다 법과 제도로써 억압되어 왔으며, 치료 목적이어야 할 정신병원 입원이 이윤추구를 위해 정신장애인을 장기간 감금 대상으로 전락시켜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를 하는 공간이 되었고, 지역사회에서의 복지서비스에서는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는 정신장애인 단체의 오랜 비판에 대해, 국가와 사회는 여전히 많은 부분과 영역에서 당사자의 인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수많은 제도와 관행이 정신장애 당사자의 인권을 짓누르고 있는 현실 앞에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가 치료, 가족생활, 사회생활에서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자주적인 힘을 결집하여야 한다는 인식 하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개정,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당사자와 당사자 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정신장애 당사자 각자의 인권과 권리가 신장될 수 있도록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개별 당사자들에 대한 권리 옹호와 권리 행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여 당사자 스스로가 자기 권리를 행사하고 옹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의 권리 중 최소한이면서 동시에 즉각적으로 실현되고 보장되어야 할 핵심적인 권리를 모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선언은 현 시점에서 당사자가 절실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왼쪽부터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김순득 수원마을사랑 회장이 당사자 권리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왼쪽부터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김순득 수원마을사랑 회장이 당사자 권리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치료에서의 권리

첫째, 강제입원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또한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응급상황에서 많은 정신장애 당사자가 치료지체, 치료거부를 경험해 왔다. 이는 당사자의 건강과 상태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의 하나이다. 응급상황 기준 설정과 응급처치 매뉴얼 마련을 비롯한 응급상황에서의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필요한 당사자에게 의료진은 정신장애인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써 치료를 설득하고, 당사자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인력이 당사자의 욕구와 희망을 의료진에게 적절히 전달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의입원과 자의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폐쇄적이고 자유가 박탈된 치료환경은 정신질환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며 자존감을 짓밟는다는 것이다. 응급상황이거나 긴급한 필요가 있는 매우 짧은 시간을 제외한다면 이런 치료환경을 유지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유일한 이유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 관리비를 절약하여 더 많은 이유를 추구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비자의입원을 폐지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치료환경을 유지하는데 국가의 재원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치료, 입원의 모든 상황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치료와 요양에 있어서 타인에 의한 결정을 배격한다. 어눌하거나,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성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모든 기준을 배격한다. 다른 표현과 방식으로 전달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반성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 점에서는 사전의료지시서를 등록할 수 있게 하고, 미처 사전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못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다른 표현과 방식으로 전달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제대로 해석하여 전달해줄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지한다.

 

사회생활에서의 권리

첫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이를 저해하는 각종의 차별적인 제도를 전면 폐지하여야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부모, 형제로부터 독립하여 생활하는 것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저해하는 부양의무자제도 폐지를 적극 지지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개인별 수급제도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공공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및 지원주택을 제공하여야 한다.

정신장애 당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더 많은 공공일자리가 정신장애 당사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당사자 조직, 당사자 자조모임, 당사자의 정신질환 연구모임을 지원하여야 한다. 당사자에 대한 지원을 이유로 당사자 조직, 모임의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일방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형태가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다른 당사자와 공유하며, 정신질환을 연구하고, 정신장애인을 위한 각종의 제도를 제안하고, 당사자를 위한 각종의 정책과 제도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당사자 모임의 지원을 법률로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가족생활에서의 권리

첫째, 평화로운 가족생활을 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가족이 직면한 의료, 직업, 사회적 곤란과 어려움을 가족단위로 해결하기 위해 지원하여야 한다.

치료와 입원과정에서 당사자의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신청은 지양되어야 한다. 가족이 당사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여야 하면, 정신장애 당사자를 돌보느라 겪게 되는 어려움을 가족 단위로 파악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둘째, 의료적, 복지적, 사회적, 권리적 지원과 정보를 가족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가족들에게 각종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각 가족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장애 당사자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사회적 편견해소

첫째, 당사자가 타인과 다를 권리는 불가침적인 권리로서 국가와 사회는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하고, 믿거나 경험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살을 하려거나 타인을 공격하거나 공격하려는 현재, 임박한 현저한 위험이 없다면 남들과 다른 행동과 생각을 한다고 해서 정신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이라거나 관리의 대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신장애인이 타인과 달리 경험하는 것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과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치료받고자 할 수 있다. 치료의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조차 본인의 삶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당사자의 다른 경험과 믿음을 강제적으로 해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미디어는 정신질환에 대한 왜곡되고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고 확산하는 것을 중단하여야 한다.

여러 사건이 날 때마다 정신질환이 있다거나 정신과 약을 복용하였다는 사실을 보도하거나 그에 관한 궁금증을 표시하는 미디어는 사회구성원에게 정신장애인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행동과 그 행동의 배경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질환이나 치료 내역을 범죄와 연결지어 보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가 있다는 사유로 당사자를 차별하는 모든 법과 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법률과 제도, 정책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차별적 법과 제도, 정책이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저해하는 주된 원인이며,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를 합리화시키는 구실일 뿐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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