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산후우울증, 4천만 원으로 해결된다? "힘내요, 엄마"
[산후우울증] 산후우울증, 4천만 원으로 해결된다? "힘내요, 엄마"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08.30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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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90%가 산후우울증으로 고통
고가의 산후우울증 치료제 '줄레소(Zulresso)', 미국 FDA 최초 승인
단순 약물치료 이외 산후우울증 대안 필요
궁극적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 사회의 관심 필요

아기를 낳는 출산의 경험은 여성의 삶에서 감격스럽고 신비로운 경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이 여성들의 삶을 견딜 수 없는 극도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름아닌 ‘산후우울증’ 때문이다. 뉴스에서 출산 후 얼마지나지 않은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기를 낳기 전 느꼈던 임신의 기쁨이 무색할 정도로 출산 후 겪는 감정의 기복, 특히 산후우울증이 아기의 엄마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여 본인은 물론이고 아기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2019년 3월 24일자 미국 뉴욕타임즈 기사("It Will Take More Than a $34,000 Drug to Stop Postpartum Depression")에 의하면 산후우울증은 미국 사회에서도 ‘아주 심각한 문제’다. 매체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9명이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전했다. 또 이는 출산 후 1년 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산후우울증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현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준 출산경험이 있는 A씨는 출산 직후부터 수유를 마치기 전까지 약 1년 간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A씨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었다"며 "심한 감정 기복으로 인해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시기에 그녀는 아기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볼 틈이 없어서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또 아주 극심한 무기력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매일 극단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산후우울증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산후우울증을 사회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힘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이 산후우울증 치료제인 줄레소(Zulresso)를 승인했다. 이 승인이 의미있는 것은 '줄레소'가 산후우울증 분야 치료제로선 최초이기 때문이다. 줄레소는 뇌에서 나오는 일종의 호르몬의 합성으로써 복용 후 아주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고 그 약효 또한 한달 동안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줄레소에는 딜레마가 숨어있다. 이 약은 알약 형태로 승인되기 전까지, 병원에 입원을 해 무려 60시간 동안 약물을 수액주사의 형태로 투여받아야 한다. 입원해야 하는 이유는 산모가 어지러움, 심하면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 신생아를 돌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미화 3만4000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4100만 원(1회 60시간)에 호가하는 고액이다.

줄레소는 임상실험에서 아주 좋은 효과를 얻어내 빠르게 승인됐다. 또 보험회사가 이 약의 엄청난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산모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산후우울증에 대처할 수 있으려면 약물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뉴욕타임즈는 거듭 강조했다. 이 고가의 약물은 산후우울증을 없애는 데 있어 극히 일부분만 기여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려면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확실히 증명된 방법’으로 산모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년의 육아 휴직까지는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출산 후 백일까지의 휴직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줄레소의 약효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약물복용이 산후우울증의 모든 문제들 곧, 두려움, 슬픔, 분노와 절망 등의 감정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험회사들 역시 약물복용 이외의 다른 대안적인 방법들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아 많은 산모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안으로는 △6개월의 유급휴직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 구축 △불면을 극복하게 해주는 1대1 코칭법 △골반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사지나 물리치료 등을 매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안들을 실천함과 동시에 줄레소가 단지 임시방편임을 인식하고 줄레소 역시 약물중심주의로 기울어진 우리 사회에서 제시된 "한 가지의 대처 반응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앞서 언급한 A씨에 따르면 약의 복용보다는 배우자의 배려, 일명 ‘칼퇴근’을 자처하며 남편이 육아에 적극 가담해 준 점, 가사도우미의 고용으로 집안일의 부담에서 벗어난 점, 임신 초기 입덧 시기부터 이어져 온 뿌리 깊은 우울감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트리거(촉발제)를 찾아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는 등의 방법들을 실천하면서 점차 회복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존재 자체가 엄마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감사한 선물이다. 기자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을 꼽으라면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 역시도 산후우울증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산후우울증을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안 방법을 사용해 나름 꿋꿋이 겪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좋은 부모, 나아가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한 인간으로서도 성숙해지고 겸손해지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보람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현재는, 산후우울증을 건강하게 이겨내고, 갓난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로 피치못하게 겪어야 했던 고통 역시 극복해낸 과거 경험의 값진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이 임신 테스트기의 두줄의 기적을 확인했던 순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나의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의 크나큰 행복감’을 고이 간직해 두어 출산 후 힘들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보며 떠올리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산후우울증을 미리 경험한 한 명의 엄마로서, 두 시간 마다 깨는 갓난아이를 곁에 두고 오늘도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새내기 엄마들에게 간절한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엄마”

 

원문기사 바로가기(클릭):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 비용 1회 치료당 3만4000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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