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나도 그랬어요…"동료활동지원가는 회복이라는 희망의 본보기 돼야”
어, 나도 그랬어요…"동료활동지원가는 회복이라는 희망의 본보기 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8.29 00: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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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고운누리 ‘동료지원활동 워크샵’ 진행
고운누리 동료지원활동 10년 경험 정리 ‘교육 워크북 2.0’ 출간
동료활동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와 강점 분석
동료지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부터 오픈해야
부정적 경험 또한 긍정적 성장의 계기 돼
우리나라 동료지원 연구 초기 단계…다양한 연구 필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준비 없이 만나면 무책임하거나 무력해져
이용자 처지 이해하고 긍정적 경험 함께 만들어야

경기 성남 정신재활시설 고운누리가 진행해온 동료지원활동 워크샵이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2009년부터 시작된 고운누리 동료지원사업은 회복을 경험한 당사자가 같은 어려움을 가진 동료에게 자신의 회복 경험을 전하며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고운누리 동료지원활동가는 기초 양성교육을 수료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정신장애인 동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직면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 역시 고립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오는 동료지원활동가를 통해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고운누리는 지난 10년 간의 동료지원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동료지원활동 피어나니 양성 교육 워크북 버전 2.0을 출간했다.

이은회 고우눈리 시설장은 동료지원활동의 효과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시설장은 “동료지원활동은 전문가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장애와 관련된 경험, 지식, 대처기술을 공유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지적 활동을 제공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장에 따르면 서구의 경우 1990년대 회복 패러다임과 당사자 연구의 경향으로 동료지원이 시작됐다. 총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일 단계는 동료지원활동의 초기 단계로 이 활동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이 단계에서는 동료지원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전문가와 동료지원 제공 시 어떤 차이가 있는지의 비교가 활발히 진행된다. 당시 동료지원 서비스 효과를 연구한 결과 입원율이 감소하고 지역사회 거주기간의 증가, 당사자의 역량강화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 시설장은 “이때 증상 및 입원이 감소되고 자기 인식 및 자기 수용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본인들이 각자 성장하고 삶에 대해 기대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삼 단계에서는 동료지원을 전문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을 넘어 동료지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차이점, 강점이 분석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동료지원가가 긍정적 자기개방을 통해 희망을 부여했다는 점, 일상적 문제들을 대처해나가기 위해 활동가가 자신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정신장애인이 삶의 방법을 배우는 역할 모델, 신뢰와 공감을 통한 새로운 관계 경험 등의 긍정적 효과들이 도출된다.

이 시설장은 “고운누리 동료지원가들에게 물어봤을 때 동료지원 역할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먼저 오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환자가 아닌 활동가로서의 나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료지원 활동을 하면서 마주치는 부정적 경험 또한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정신장애인 동료를 방문했을 때 방문을 거절당하기도 하고 힘든 경험을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를 배워나가고 어려운 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이 시설장은 “동료지원활동을 하면서 나한테 긍정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자기회복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대인관계도 높아지고 자신감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당사자 리더 양성 프로그램은 최근 서울시 지원으로 20군데의 정신재활시설과 주간재활시설 회원들을 대상으로 당사자 활동의 필요성과 리더 육성 사업에 대한 기초교육을 진행했다. 심화과정에서는 당사자 활동과 정신건강 회복, 당사자 활동가의 자기관리 및 자세, 직무역량 개발, 당사자 자조모임 등 4개의 과정을 진행했다. 당시 402명이 동료지원활동 교육에 참여했다.

이 시설장은 “당사자 활동에 대한 인식, 심리적 영향, 기관의 회복촉진 환경에 대해 사전·사후 분석을 진행했다”며 “양적 결과를 보면 모든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동료지원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역량강화도 높아졌고 회복 촉진적이라는 동료지원활동이 나의 회복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질적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시설장은 “동료가 진행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 편안했고 더 동질감을 느꼈고 더 공감했다”며 “동료가 진행함으로써 더 재미있고 더 자발적이었으며 전문가보다 더 잘할 때가 있었다는 결과들을 이용자들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리더가 된 지 1년이 안 돼 미숙한 점이 있고 전문성 부분은 아쉬운 게 있었다”면서 “그래도 당사자가 진행하니까 다 받아들여지더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동료의 변화와 성장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 시설장은 “우리나라에서 동료지원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라며 “향후 동료지원활동이 체계화되고 확대됨에 따라 이 효과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송이 고운누리 동료지원팀 담당 실무자는 고운누리의 동료지원활동을 소개했다.

고운누리는 2009년 취업회원을 대상으로 동료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취업회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 필요성이 대두됐고 고용노동부 경과적 일자리 연계와 맞물리며 고운누리 내소회원이 취업회원을 방문하는 동료지원활동으로 출발하게 된다.

2010년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가 주관한 ‘정신장애인 리더십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해 리더 양성 사업을 수행하고 2012년에는 전국 13개 사회복귀시설(현 정신재활시설)이 연대해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의 육성과 증진을 위한 사회복귀시설 연대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당시 고운누리는 동료상담 활동을 비롯한 각 기관을 찾아가 당사자 회복 경험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고운누리 독자적으로 회원들의 욕구에 맞춰 활동을 변형해 당사자 자조모임, 증상 나눔 및 매뉴얼 제작, 명절 동료지원활동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동료지원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활동가 양성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16년 양성교육을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동료지원활동가 양성교육 워크북 ver.1’을 제작했다.

고운누리는 2017년부터 이 워크북을 토대로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사자 중심의 복지서비스 구축을 위해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센터 재가 회원을 찾아가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한 실무자는 “고운누리에서 동료지원활동을 해 오고 있는 활동가들은 ‘동료를 돕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는 이 활동을 오래할 수 없다고 한다”며 “동료지원활동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의 회복을 위한 만남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지원활동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활동”이라며 “아무 준비 없이 만날 경우 그 만남은 무책임하거나 무력해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고운누리의 동료지원활동 과정은 이용자가 의뢰할 경우 활동가지지모임을 통해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의논한다. 이어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적합한 동료지원활동을 연결하고 이후 동료지원 진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료지원 활동은 일상생활, 증상 관련, 여가생활, 자립 준비 등을 지원하며 1대1 혹은 소그룹으로 진행된다. 동료지원활동 이후에는 평가회가 진행되며 평가회 결과를 반영해 추후 계획을 수립한다.

한 실무자는 고운누리 동료지원활동가의 연계(매칭)와 관련해 “동료지원활동가와 이용자의 성별이 같거나 연령대가 비슷하면 좋다”며 “동료지원가와 이용자가 가족과의 관계, 취업, 건강 등 같은 고민(욕구)을 하고 있다면 고민의 무게를 줄이고 긍정적으로 고민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동료지원활동 교육을 받은 분들 중에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76.4%였다”며 “반면 다른 이들에게 동료지원활동을 추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00%였다”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 절차보조시범사업이 하반기 진행되는데 10년 전에는 이게 직업이 될지 몰랐다”며 “꿈을 반짝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끝까지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일 고운누리 동료지원활동가(2기)는 “동료지원활동가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돕고 만나는 게 익숙했던 게 아니”라며 “파트너십에 기반해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건강한 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활동을 제안하고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좋은 동료지원활동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용자 처지를 이해하고 ▲이용자에게 관심 두기 ▲이용자의 긍정적 경험 만들기 ▲회복 관련 정보 제공하기 등을 조언했다.

그는 “고운누리 동료활동가들이 활동을 시작할 때 이용자를 이해 못해 답답해한다”며 “같은 경험을 한 동료만이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포용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증상이 있더라도 현재의 모습에서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용자에 접근할 것인가.

이 활동가는 “긍정적 마음과 좋은 상태로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용자는 정신질환 경험을 하면서 성공했던 기억을 잊었을 수도 있다. 이용자가 자신 없어 하는 도전을 동료활동을 통해 함께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용자에게 동료지원활동가는 회복의 희망이라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며 “동료지원활동가는 자신이 경험한 약 이외에도 증상에서 나아지는 법, 나를 돌보는 법, 가족과 힘들 때 잘 지내는 법 등을 이용자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스스로 상황을 선택하고 직접 경험해 볼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병원과 가정에서 보호받는 존재로 인식돼 온 것에 대한 전복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이용자와 동료지원활동가는 위계서열적 관계가 아닌 함께 가는 것”이라며 “이용자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이용자와 함께 긍정적 경험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이나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는 소개했다.

이 활동가는 “이용자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이용자에게 정중히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용자와 협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상호간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용자가 자살 등 극단적 이야기를 할 경우 이용자에 대한 비밀보장이 우선이지만 이 경우 기관과 가족에게 알려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용자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내가 이용자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과 부담을 버려야 한다. 동료활동가는 다만 이용자 스스로 변해야 하며 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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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9-02 07:26:24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고운누리 참 좋은 고운누리. 성남을 지켜주신 것도 감사. 경기도 동료지지 열심해주신 것도 감사. 역량강화도 감사, 인식개선도 감사, 서울에 행사때마다 회원들 참여하는 것도 감사.

프렌즈에 은혜입어 더 감사. 동료활동가 당사자 권익보호 위해 동료지지, 당사자 치료, 당사자 교육이 고운누리가 선도적이라 부러워요.

좋은 리더들이 많이 나와서 서로가 힘입고 배운거 나누며 늘 즐거운 고운누리. 구성원들이 맘놓고 드나드는 모범 기관이 되어 발전하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한송이 2019-08-30 21:05:31
더 많은 곳에서 진행될 동료지원활동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