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두어야 하는가? 지역사회에서 치료해야 하는가?
[기자수첩] 가두어야 하는가? 지역사회에서 치료해야 하는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6.04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년대 은막의 스타였던 배우 김교순(67·여) 씨가 조현병으로 추정되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2살 때인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작품 ‘상록수’로 데뷔했다. 이후 이중휘 감독의 ‘좁은 길’(1988년), TV문학관 ‘만추’ 등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이후 급작스럽게 재일교포와 결혼한 후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일본에서만 거주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져 다시 국내로 복귀했고 한동안 활동을 했지만 다시 이유 없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최근 종편 TV조선이 그녀의 일상을 취재했다.

그녀는 과도하게 칠해진 눈썹과 입술 때문에 이웃들에게 ‘펭귄 할머니’로 불렸다. 그녀는 “나한테 신이 79명이 있다. 20년 전부터 신과 함께했다”고 말하는 등 와해된 언어를 구사했다. 기이한 화장에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이웃과 눈이 마주치면 심한 욕설까지 내뱉었다.

취재진과 함께 간 정신과전문의가 김씨에게 “들리는 것 때문에 힘든 것이 없냐”고 묻자 “신들의 (목소리가)다 들린다. 태생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눈 정신과전문의는 “대화 중에도 계속 혼잣말을 하고 환청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조현병으로 생각된다. 환청이나 망상이 줄어들 수 있도록 약물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씨는 치료를 거부했다.

제작진은 그녀가 20년째 살고 있다는 아파트를 방문했다. 당시 그의 집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퀴벌레와 벌레들이 가득했다. 썩은 음식물들과 각종 오물로 난장판이 된 심각한 집안 상태였다. 폐기물 업체 직원으로 투입된 한 사람은 “쓰레기가 4톤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녀의 행동과 저장강박 증세를 보면 어쩌면 우리는 그녀에게 ‘조현병’ 질환자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녀를 강제입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적 가치로 두고 있다. 자기가 자기 운명을 결정하며 이를 돕기 위한 절차보조인제도도 있다.

그럼 지금의 김씨는 바로 강제입원 당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녀의 결정권을 받아들여 지역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정신장애인은 강제입원을 바라지 않는다. 오랜 기간 강제입원은 인간의 인격권마저 훼손하는 범죄적 제도의 하나였다. 지금은 더 반인권성이 제도적 보완을 통해 고리가 약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강제입원을 당하더라도 정신병원 환경이 개선돼 마음대로 외출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민주적으로 보장된다면 굳이 ‘강제입원’이라는 비인권적 집행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면 정신장애인이 재발하면 자기가 스스로 병원을 선택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녀가 강제입원 대신 응급입원을 하기를 권한다. 그 응급입원 기간 동안 약물로 증상을 낮추고 그녀 스스로 현실적 사유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때로는 우리는 약물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 치유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이 거부하는 건 약물에 모든 것을 의존하게 만드는 일부의 생물학적 의료시스템 때문이다. 약물과 환경적 지지의 조화가 이뤄진다면 빠르게 정신질환을 치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가둠이 아닌 인권적 입원, 그리고 이후 지역사회로의 안정적 복귀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입원은 더 이상 강제적이고 비인권적인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는 일단 그녀가 입원하기를 권한다.  전근대적 '가둠'이 아니라 온전한 '입원'을 바란다. 그녀를 바라보는 기자의 안타까움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