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방송·인터넷에서 자살 장면 막는 가이드라인 발표
[미디어] 방송·인터넷에서 자살 장면 막는 가이드라인 발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05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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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자살예방센터·방송작협회 등 자살예방가이드라인 만들어
청소년 자살 장면의 경우 더욱 주의토록 해

앞으로 영상콘텐츠나 방송 장면에서 자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미화하지 못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방송작가협회,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는 5일 이를 골자로 하는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방송과 인터넷 등 영상콘텐츠의 자살 장면에 영향을 받아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민·관협의회는 올해 2월 한국방송작가협회와 공동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생명존중민·관협의회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작가, 언론계,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 11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추천을 받은 방송작가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 등을 제작할 때 자살 장면을 신중하게 묘사할 것은 권고하는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도록 하고 자살을 미화하지 않고 동반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장면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자살 장면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청소년의 자살 장면은 더욱 주의하도록 강조했다.

앞서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을 해온 지켜줌인 대학생 서포터즈는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국내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자살 장면이 포함된 드라마 50편을 점검했다.

그 결과 50편의 드라마에서 자살 장면이 118회 표현돼 드라마 한 편 당 자살 장면이 평균 2.4회 방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118회의 자살 장면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분석한 결과 95.8%(113회)가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며 83.9%(99회)가 자살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표현해 가이드라인을 위해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해당 단체들은 향후 관련 가이드라인 내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방송작가’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홍보하고 방송작가협회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방송작가뿐만 아니라 연출자, 방송 관계자 대상 홍보를 통해 영상콘텐츠 제작 시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의 보도 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일선에서 영상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분들에게도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국방송작가협회와 민간 전문가 분들이 참여해 자율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방송작가협회 측은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자극적인 자살 장면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을 막고자 이번 가이드라인 취지에 공감한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관형 씨는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작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자살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정신건강 사안을 함께 고려해야 가이드라인도 완벽해질 것"이라면서 "정신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은 팥없는 찐빵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미디어가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이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정신건강 미디어 가이드라인이나 정신장애인 보도 관련 언론보도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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