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노출된 여성 정신장애 걸릴 위험 높아
폭력에 노출된 여성 정신장애 걸릴 위험 높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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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가정폭력 피해 여성들 정신건강 ‘빨간불’
성폭력 피해자는 PTSD 위험 32배 달해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 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후유증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여성은 더 심각한 증상을 겪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홍진표 교수, 안지현 임상강사)은 국내 18세 이상 여성 3160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각종 폭력 피해와 정신장애 사이에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나이와 교육 수준, 직업, 결혼, 소득 등을 분류한 뒤 대표성을 갖춘 전국 23개 지역의 18세 이상 여성들을 선별해 한 명씩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 번이라도 배우자,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등을 당했다고 고백한 사람은 모두 47명이었다. 이 중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여러 정신장애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3.6배 높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은 14.3%까지 치솟았다.

연구팀은 피해 여성과 비(非)피해 여성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을 분석해 상대적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폭력의 형태나 종류에 상관없이 정신장애로 분류된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피해 여성의 상대적 발병 위험이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물리적 폭력의 경우 광장공포증·강박장애는 각 8배, 니코틴 의존증 6.5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0배, 알코올 남용 4.9배 순으로 발병 위험이 컸다.

성폭행 피해 여성의 경우 위험 정도는 더 심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위험은 32.4배에 달했고, 강박장애 27.8배, 니코틴 의존증 22.4배, 광장공포증 19.6배, 불안장애 13.3배 등도 성폭력 피해를 겪지 않은 여성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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