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의사 조력 없이 시설 퇴소·전원은 자기결정권 침해
장애인 의사 조력 없이 시설 퇴소·전원은 자기결정권 침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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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인 선택권 최대한 존중해야”
복지부에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지침 및 절차 마련 권고

장애인이 살고 있던 거주시설에서 퇴소해 다른 시설 등으로 갈 경우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7일 인권위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 동의를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가 하거나 당사자와 가족의 동의에 앞서 임의로 퇴소를 결정할 경우, 또 무연고자에게 후견인을 지정하지 않고 입소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헌법의 자기결정권에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거주인의 퇴소·전원 계획과 더불어 시설·서비스 정보 제공 방법 등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진정인 A씨는 경기도 소재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 올해 1월 1일 이후 15명의 거주 장애인을 강제 퇴소시켜 타 시설과 병원으로 전원시키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에 대해 시설 측은 “정부의 장애인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자체적으로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소규모 시설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증장애인을 선정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퇴소 및 전원을 결정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 측은 당사자의 신청이 아닌 보호자의 신청 또는 시설 퇴소판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임의로 퇴소·전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시설 측이 판단 능력이 부족한 무연고 지적장애인을 타 시설 및 병원으로 전원시킴에 있어 후견인 지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는 지체장애인도 당사자의 의지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퇴소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족·후견인·사회복지 전문가로부터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복지법 제57조는 장애인복지실시기관으로 하여금 장애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시설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장애인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절차 없이 임의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했다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퇴소 및 타 시설로의 전원을 앞둔 시설 거주인에게 전원 예정인 시설의 정보를 사진 과 영상자료 등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 능력 정도를 고려해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해당 시설에 대해 사전에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시설 거주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시설 측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시설 거주인이 퇴소 또는 전원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등에 관련 지침 및 절차를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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