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당신은 왜 정신장애를 조롱하는가”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당신은 왜 정신장애를 조롱하는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18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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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원, “문 대통령 정신과 감정 받으라”
정신장애에 대한 빈곤한 철학들이 이런 발언 불러와
정신과와 정신장애인 희화화 용납 안 돼
정치적 신념 다르다고 정신과 언급하는 건 파시즘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울했다.

며칠 전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향해 ‘정신병 환자’라는 치욕적 발언을 쏟아내더니 이번에는 역시 의사 출신인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정신감정을 받으시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떤 인식을 갖고 계신지 정확한 검진을 받아서 나라가 더 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왜 정신병원과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는 이토록 자주 모욕의 표상으로 작동하는지, 당신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는 당신이 정신장애에 대해 가진 빈곤한 철학에 분노하고 만다.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심리적으로 아프기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다. 거기서 주는 약을 먹고 몸과 마음 관리를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정신과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장소다.

그런데 아프지도 않은 문 대통령이 왜 정신과를 가서 정신건강 검진을 받아야 하는가. 문 대통령이 정신과 환자인가. 정치적 노선이 다르고 이념적 지향점이 다르면 정신과를 찾아가야 하는 건가. 당신은 정신과를 어떻게 이해했길래 이런 천박한 조롱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소비에트를 비롯한 파시즘 체제에서 체제 저항적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정신병원에 집단 수용됐다. 이들은 나올 수 없다. 그들이 정신질환이 있어서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정치적·이념적으로 체제에 저항했기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로 규정돼 버렸다.

그럼 문 대통령은 당신들과 다른 이념적 지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신과 검진을 받아야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되는 것인가. 파시즘 체제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인간 자체가 사회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민주국가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스스로 아프기 때문에 정신과를 찾고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 신 의원은 문 대통령의 어떤 정신이 잘못됐길래 정신과 검진을 받으라고 한 것인가.

그리고 그 정신과가 당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화화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아픈 사람들이 가는 그 장소를 당신은 왜 정신장애인들의 존재를 모욕하면서까지 조롱하려고 했는가. 무엇 때문인지 답하기 바란다.

나치는 정신장애인을 무가치한 존재로 규정했다. 국가를 지키는 역할도 못하고 국부(國富)를 생산할 능력도 없이 기생충처럼 사회에 의존해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을 나치 파시즘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7만 명의 정신장애인을 절멸시켰다. 처음에는 총으로, 다음에는 가스실에서 집단 살해한 것이다.

신 의원, 당신의 그 발언에는 정신장애인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통령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조롱할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순간, 인간 존재는 의학 용어 아래에서 훼손되고 더 이상의 정치적 발언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 경우, 문 대통령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순간 문 대통령은 일국의 통수권자가 아니라 아무런 가치도 없는 정신장애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없는 존재들, 당신들이 볼 때 우리 정신장애인들이 그렇다. 정치적으로도 이용할 가치가 없는 존재들, 다만 희화화될 수 있는 3등 시민, 그것이 정신장애인들이다. 당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분명히 가치 없는 존재자들이다.

신 의원, 당신이 현재의 정국이 엄중하고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관철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다고 해도 정신과를 거기에 대입시킨 건 당신의 오판이다. 당신의 발언에 우리 정신장애인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가.

인간의 존엄을 향해 싸워온 정신장애인의 당면한 삶의 고통을 당신은 너무나 희화화시켜버렸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정신과에 가서 조현병 진단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인가. 아니면 조우울증으로, 혹은 중증 우울증으로 인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인가. 마치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인간의 가치를 모조리 박탈당해야 했던 나치와 파시즘의 시스템처럼 말이다.

신 의원, 당신의 그 정신과 발언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건 정신장애인에 대한 조롱이자 희화화, 그리고 모욕이다.

왜 대통령의 정치적 주장과 (그것이 독선이든 어떤 것이든) 신념을 정신질환과 동일화시켜버리는 것인가. 정신장애인의 삶이 그토록 하찮은 것인가. 이는 당신이 정신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부정적 무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옹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유사 정신장애인으로 몰아가는 건 정신장애에 대한 당신의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당신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천박한 정치적 조롱이 된 그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는 정신장애인들은 당신의 발언에 깊은 모멸감을 느낀다.

우리는 당신의 정치적 지향점, 태도, 이념적 스펙트럼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당신은 민주국가의 야당 정치인이고 어떤 경우에도 당신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할 자유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정치적 신념의 차이를 적(敵)으로 규정하고 정신장애인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발언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국정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적 기술 아닌가. 그 대화마저 통하지 않을 때 당신들이 지금 선택한 것처럼 장외투쟁을 하고 삭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정치 투쟁에 왜 정신장애인과 정신과가 개입돼야 하는가.

당신은 문 대통령을 통해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 자신의 병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이 왜 당신에게 조롱과 모멸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슬프게 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눈길 밑에서 존엄을 훼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도 인간 존재의 최하부에 놓여 있는 또 하나의 인간 부류로 분류되는 정신장애인들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신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그 ‘잘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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