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의 10명 중 8명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 겪어
자살 사망자의 10명 중 8명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 겪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22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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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직업 스트레스와 경제적·가족 관련 문제로 나타나
자살사망자 92%가 자살 전 경고신호 보내
정신질환 자살률은 신체장애보다 높아
정신질환 자살자 우울〉수면장애〉불안장애 순
자살시도자 13% “죽고 싶지 않았다”, 39% “상관없었다”

보건복지부가 22일 발표한 2018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2.3%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이중 77%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서울시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이 여타 신체장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등록 장애 이력별 분석결과 자살률은 정신장애와 호흡기장애가 가장 높았다.

자살실태조사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의해 5년마다 실시되고 있으며 이번 조사는 2013년에 이른 두 번째 조사다.

조사에는 전국 만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로 실시됐다.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는 전국 38개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1500명에 대한 대면조사로 진행됐다.

실태조사 결과 국민의 자살에 대한 태도는 공익광고 등의 영향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 등 자살 관련 지식은 증가했다. 반면 자살은 예방가능하다는 인식은 낮았다.

또 자살 시도자 보호를 위해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 기관의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에 국민 79.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중 36.5%가 자살 재시도자이며 자살시도 시 52.6가 음주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대상 자살시도자 중 47.7%는 자살을 시도할 때 죽고 싶었다고 답했으나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 39.0%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다고 응답해 삶에 대한 양가감정을 보여주었다.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있었으며 이는 자살 과정에서 순차적 혹은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살 사망자의 84.5%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으며 직업 관련 스트레스는 68.0%, 경제적 문제와 가족 관련 문제는 각각 54.4%가 겪었을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에 대한 조사 결과 유족의 19.0%는 심각한 우울상태로 파악됐다.

이어 서울시가 지난 5년간(2013~2017년) 자살사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수는 노원구(617명), 강서구(571명), 강남구(566명) 순이었다. 자살률은 영등포구(27.6명), 금천구(27.2명), 용산구(25.6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결과를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연계한 결과 자살률은 의료급여 구간(38.2명)과 보험료 하위구간(24.4명)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 자살사망자를 질환별로 분석하면 신체질환의 경우 호흡기결핵(477.5명), 심장질환(188.3명), 간질환(180.0명), 암(171.5명) 순으로 자살률이 높았다.

정신질환의 경우 자살사망자 수는 우울질환(2932명), 수면장애(2471명), 불안장애(1935명) 순으로 높았고 자살률은 정신활성화 물질 사용장애(1326.4명), 성격장애(879.8명), 알코올 사용장애(677.8명) 순이었다.

등록장애 이력별 분석 결과 지체장애의 경우 자살사망자는 511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자살률은 호흡기장애(201.1명)와 정신장애(199.4명) 순으로 높았다.

보건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실태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상승했으나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와 예방에 대한 인식은 악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 등의 인식개선을 위한 핵심 메시지를 공익광고 등을 확용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살 위험이 높은 것이 확인됐다”며 “준비 중인 일차의료기관 우울증 검진자 대상 자살위험 선별 시범사업에 대해 대상 질환 등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자살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사망자가 자살 생각의 시작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추적해 갈 수 있다”며 “향후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의 수립 및 유족에 대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관형 씨는 "정신장애인은 강제입원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퇴원 후 괴로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퇴원 후 안전장치가 없으면 당사자들은 거리를 배회하다가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을 위한 쉼터 같은 공간이 있다면 강제입원까지 악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정신병원이 아닌 저렴하면서도 당사자들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누리집(www.mohw.go.kr)과 중앙심리부검센터 누리집(www.psyaut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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