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용 “일본은 긴급입원을 ‘위험성’이 아니라 ‘치료’와 ‘보호’라는 측면에서 합니다”
조성용 “일본은 긴급입원을 ‘위험성’이 아니라 ‘치료’와 ‘보호’라는 측면에서 합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9.2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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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인터뷰
정신건강복지법, 일본 ‘정신위생법’ 본떠…치안에 중점
집안에 가두는 사택감치에서 정신병원 입원으로 전환
행정입원이 보호의무자입원보다 쉬워…늘어날 것
행정입원은 보호자 동의 필요로 안 해…감금 기조로 갈 수 있어 우려
정신건강복지법에 불법 이송 처벌하는 조항 둬야
형식적인 ‘할 수 있다’ 조항을 강제성 있게 바꿔야
법조계 정신의학에 무지…의사 판단 따라가는 ‘들러리’ 역할 가능
사법입원 정착 때까지 입원적합성심사위 역할 강화해야
정신장애인 퇴원 통보는 인권침해…가고 싶은 센터 만들면 돼
한국은 보호입원 시 2주 안에 진단…일본은 ‘폐지’
입원 기준을 자타해 위험으로 일원화할 경우 사회방위적 이미지 강해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19세기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시기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시대적 사상으로 표방한다. 아시아의 중국과 조선은 ‘나쁜 친구들’이며 이들과 관계를 끊고 유럽의 제도와 사상적 원류들을 흡수하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근대화라는 절박했던 시대적 과제에 일본 지식인들은 유키치의 탈아입구를 화두로 삼았다.

근대는 필연적으로 물적 토대들을 필요로 하고 정신적 이데올로기도 요청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국민국가라는 국가 틀을 요구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은 많은 진보적 요소들을 서구를 통해 베끼고 체화했다.

앞서 17세기 중엽 프랑스는 부랑자와 빈민, 걸인들을 구빈원이라는 수용소에 모아 격리하는 ‘대감호 시대’의 길을 열었다. 이후 18세기 중엽 근대적 정신병원이 설립되면서 당시에는 광기의 영역에 있었지만 질병이 아니었던 이들이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히는 사상적 전환의 시대를 열게 된다.

근대의 담론을 충실히 복사해온 일본도 이 같은 정신병리학의 탄생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00년 일본은 정신병자감호법을 만들고 1950년대에 정신위생법을 만들었다. 모두 치안적 요인이 다분한 법들이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제국들이 정신질환을 위험성으로 놓고 격리와 배제에 사회적으로 동의되던 시스템을 일본은 급박한 근대화의 시기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1964년 주일 미대사 에드윈 라이샤워가 정신질환자 소년의 흉기 습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은 정신질환의 사회적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1987년 한 단계 발전된 정신보건법을, 1995년에 정신보건복지법을 제정했다.

이 무렵, 한국은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관리를 위한 최초의 정신질환 법안을 만들기 위해 숨을 고르던 때였다.

일본은 필연적으로 한국 사회가 사회시스템적인 면에서 따라가고 복제해야 대상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가장 발전된 법인 정신보건복지법을 놔두고 왜 1950년의 정신위생법을 따라했느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조성용(56)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은 그 이유를 “당시 사회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너무 컸고 정신보건복지법을 한 번에 한국사회에 적용시킬 수 없었던 시대적 한계”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그때서야 한국사회의 정신질환 관리와 치안의 이데올로기가 일본을 통해서 수입됐고 시대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한 단계 뒤진 일본 정신보건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조성용 소장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일본이 가지는 사상적 힘, 법적 이데올로기의 사회적 분배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일본 명문 상지대학교에서 법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지도교수가 정신장애를 연구하는 것을 보며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의 과제,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이 가지는 시대적 한계들, 배제와 격리에 초점을 맞춘 제도와 법적 문제들을 연구해 오고 있다. 조 소장은 사법입원제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오히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또 한국이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시킬 때 치료의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을 동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정신보건복지법은 위험성을 배제한 ‘치료의 필요성’을 주요 이데올로기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양시 일산동 연구소로 조 소장을 찾아간 건 하늘이 유난히 가을로 살쪄가는 26일 오후였다. 그가 따뜻한 보이차를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사택감치(私宅監置·정신장애인을 가정 내 감옥 같은 공간에 수용하는 일본식 특유의 제도) 제도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본의 특수한 민족적 정서 때문인가요.

“우리나라는 정신보건법이 1995년에 만들어졌을 때 지금 일본의 정신보건복지법 이전의 법이었던 정신위생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정신위생법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건데 왜 1995년에 우리가 이 법의 영향을 받았을까. 아마 우리나라의 여건이 일본과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정신위생법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일본은 메이지 시대(明治時代)인 1870년대에 정신장애인을 집에 감금했었어요. 일본 최초의 정신병원은 1875년 교토에 세워진 쿄토텐쿄잉(京都癲狂院·경도전광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정신장애인을 집에 감금했죠. 1900년에 정신병자감호법이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정신병이라고 쓰잖아요. 그게 이 정신병자감호법에서 나온 겁니다.

이 법에 의하면 감독의무자는 경찰서에 신고해서 당시의 지방장관의 허가를 받아 정신장애인을 집에 가둘 수 있었어요. 정신장애인을 감독하는 감독의무자 규정은 그 후 보호의무자로 변경되게 됩니다.”

-그게 일본인들이 민폐를 안 끼치려고 하는 정서와 관련된 겁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사택감치가) 제도화된 건 정신병자감호법에서 법적으로 인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치료나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니라 위험하니까 집에 가둬놓으라는 취지였죠. 이후 일본에서 정신의학자들이 나오면서 ‘치료를 해야 된다’는 인식이 나오고 정신병자감호법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측면에서 1919년에 정신병원법이 생겨요.

이때 정신질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전국에 정신병원을 세우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정신병원법이 역할을 못하면서 사택감치가 병존하게 됩니다. 1950년대 정신위생법이 만들어지면서 정신병원법과 정신병자감호법이 없어집니다. 사택감치 제도도 이때 폐지돼요.”

-정신위생법을 우리나라가 본떴다는 거죠?

“네. 우리나라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가 있잖아요. 그게 일본 정신위생법에서 온 겁니다. 정신위생법에 보호의무자 동의에 의한 입원이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그걸 본떴죠. 매우 후진적인 걸 본떴다고 볼 수 있죠. 사택감치는 1950년대 정신위생법에 의해 폐지가 됐지만 오키나와 같은 곳은 1972년까지 사택감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안처분적 성격의 행정입원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보호의무자입원)을 대신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를 2017년에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행정입원은 특별시장·특별도지사·시군구청장에 의해 하는 건데 이게 (정신보건법) 개정 전과 후가 차이가 큽니다. 개정 전에는 보호의무자 입원보다 행정입원이 더 까다로웠어요. 개정 전의 구법(舊法)은 행정입원에 자·타해 위험의 요건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지에 의해 따로 규정돼 있었어요. 그래서 쉽게 인정하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비해 보호의무자 입원은 환자가 치료나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거나 환자 자신의 건강과 안전, 또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돼 있었기 때문에 훨씬 폭넓은 거죠.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해를 끼친다는 것보다 더 폭넓은 개념이었기 때문에 행정입원이 훨씬 까다로웠죠. 그래서 행정입원으로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법이 바뀌면서 보호의무자 입원과 행정입원의 규정의 실체적 요건 중 두 번째 요건이 똑같아져 버렸어요. 또 현행법에는 보호의무자 입원의 경우 서로 다른 병원 소속의 의사 두 명의 진단을 절차적 요건으로 해서 더 까다롭게 만들었어요.

구법의 시군구청장에 의한 보호의무자입원 규정이 현행법의 행정입원이 돼 버린 거죠. 행정입원의 절차적 요건이 보호의무자 입원보다 쉬우니까 입원시키기가 쉬워진 거죠.

현행법에서는 보호의무자 입원의 경우 두 명의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되고 소속이 다른 의사 두 명에게서 1차 진단과 추가 진단을 받죠. 그런데 행정입원은 보호의무자 동의가 필요 없어요. 정신과 의사 두 명이 서로 소속이 다를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법이 개정되면서 시군구청장에 의한 보호입원 제도가 없어지니까 그 사람들을 병원에 두려면 누군가 보호의무자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없잖아요.

원래 보호의무자가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보호입원을 시켜왔는데 그 규정이 없어지니까 이걸 행정입원으로 다 바꾼 겁니다. 행정입원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는 거죠.”

-보호의무자 입원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면서 보호입원이 줄고 행정입원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행정입원은 그 입원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아직은 높지 않죠. 앞으로는 보호의무자 입원을 지양하고 행정입원 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두 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절차적 요건이나 서류구비도 까다로워졌죠. 그렇게 해서 입원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웬만하면 행정입원으로 처리하기 쉬우니까요.”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보다 행정입원이 더 좋다는 말씀입니까.

“좋다고 볼 수 없죠. 왜냐하면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보호의무자 입원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잖아요. 환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너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의사 혼자 판단하면 자의적일 수 있으니까 서로 다른 소속의 의사 두 명이 진단하게 했는데 이게 의의가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진단이라는 게 한 번 봐서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일차, 이차 진단을 통해 정확하게 하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행정입원은 같은 소속의 의사들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2차 추가진단을 하는 의사는 일차 진단 의사의 진단을 뒤집기 어렵지 않습니까. 소속이 달라도 뒤집기가 쉽지 않은데 소속이 같으면 쉽게 동의하고 말겠죠.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법이 사회방위적인 측면에서 시작됐어요. 그러다보니까 신문에는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이 정신질환 때문에 생긴 거라 여기고 가만히 놔두면 안 되고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사회가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어 보호의무자들을 찾아서 입원을 하면 늦어지는 부분이 있고 또 경우에 따라 보호의무자가 내 자식은 병원 보내기 싫다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랬을 때 행정입원으로 하면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 없고 실질적으로 실체적 요건은 보호자 입원과 똑같아졌으니까 행정입원으로 강제입원시키기가 쉬워진 것입니다.”

-일종의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높다.”

-민간이송업체를 통한 환자의 체포와 감금은 형상처벌 대상이지만 예외적인 경우만 처벌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시킬 때 병원까지 가족이 같이 와서 입원을 하면 좋은데 안 오려고 하잖아요. 가족이 병원까지 와서 의사가 보호의무자에게 보호입원을 할 만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한 후에 신체 구속을 하고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것 없이 가족들이 요청하면 사설업체가 와서 강제로 구속해서 간단 말이죠. 그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형법상 불법체포나 강제구금에 해당하죠. 그런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리상으로 이송을 위한 절차가 필요한 겁니다.

또 하나는 보호입원을 악용한 보호자들이 사설업체에 의뢰하면 사설업체 직원들이 한밤중에도 폭력을 가하고 해서 끌고 가잖아요. 이건 범죄죠. 그걸 막아야 되는데 형법으로 처벌하자는 의견도 있어요. 그런데 경찰도 검사도 형법까지 적극적으로 적용을 안 합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복지법에 이러이러한 이송은 범죄라는 처벌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은 이송 체계와 관련된 법을 만들었어요. 의료보호입원의 이송이라는 법을 만들었는데 실제 의사가 가서 우리로 치면 보호입원이 필요한 지 판단을 해서 의사가 앰뷸런스에 동행하죠. 그리고 입원이 필요한 당사자가 안 가려하고 문제를 일으킬 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최소한의 신체 구속을 할 수 있어요.

우리도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돼야 하는데 현행법은 그걸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국가 차원의 정확한 이송체계가 마련돼야 민간 구급대가 끼어드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 국가 이송체계는 없는 형편입니다.

“우리나라는 119를 긴급한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 부르잖아요. 문제는 119 직원들이 너무 바쁩니다. 그래서 갈 수 있겠는가 싶어요. 응급입원도 쉽지 않은데 보호입원을 일일이 다 해달라고 하면 현실성이 있을까요.

일본 같은 경우도 구급차를 이용해 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지방에서는 사설구급차를 이용한다고 해요. 불법이죠. 우리나라도 정식으로 의사가 나가야 해요. 의사가 바쁘면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을 훈련시켜서 그들이 의사로서 권한은 없지만 경험상 의심스럽다고 인정이 됐을 때 가서 모시고 오는 거죠.

차량은 119도 좋고 사설 앰뷸런스도 좋고요. 그럼 사설단체도 함부로 행동을 못할 거고 함부로 끌고 오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정신건강복지법은 지역사회에 복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없습니다. 다 ‘할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이죠. 이는 예산 문제일까요. 아니면 법을 입안한 정부의 무능력 때문일까요.

“예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신건강복지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정부안이 있어요. 2014년 1월 정부안이 제출돼요. 내용이 뭐냐면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를 해보니까 우리 국민 네 명 중에 한 명은 평생에 걸쳐 한 번은 정신질환 유병률이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조기에 예방하고 치료해야겠다고 해서 정부에서 안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의원들은 당장 입원한 환자들 문제가 심각하고 인권 침해도 많은데 그럼 되겠느냐 해서 입원환자를 위한 인권 법안이 두 개 정도 나왔어요.

김춘진 당시 의원이 탈시설화와 커뮤니티케어를 골자로 하는 정신장애인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내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그게 다 합쳐진 거거든요. 처음에는 보건복지부도 정신장애인 복지를 장애인복지법에 포함시키려고 했어요.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려 했는데 반대가 나온 거죠. 신체장애인들도 반대를 하고 기획재정부도 반대하고.

신체장애인들은 우리도 부족한데 너희들 것까지 챙길 수 없다는 거죠. 기재부는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이 되면 돈이 엄청 들어가니까 반대를 한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복지부가 탈시설과 커뮤니티케어 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예산이 나오는데 최소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자 해서 사정사정해서 추상적인 법 규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법 개정이 필요해요. 너무나 형식적이고 추상적이고 강제성도 없잖아요.”

-사법입원 문제가 화두입니다. 강제입원의 경우 어떤 입원 형식이 좋을까요.

“일부에서는 사법입원이 인권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좋은 규정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안인득 사건(지난 4월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거주민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편집주)을 예로 들면서 법을 범죄예방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어요.

이분들이 뭐라고 하냐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하려고 했더니 (직계가족이 아닌) 형이어서 안 됐기 때문에 안인득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해요. 그러나 현행법상 행정입원이 다 가능했던 사안이었어요. 경찰이 그걸 몰랐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게 잘못이었지 법의 잘못은 아니었어요. 행정입원으로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법입원제를 주장하면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없애자는 거거든요. 이제 만들었는데 말이죠. 사법입원의 대표적 나라가 미국 아닙니까. 미국은 보호의무자 입원처럼 국가가 환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원시키다보니까 장기입원이 만연하게 됐어요. 그래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 제한이라는 인권침해를 초래하는 강제입원의 법적 근거를, 정신장애인의 범죄 위험성으로부터 사회적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폴리스 파워(Police Power) 사상과 강제입원은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의 결정은 법원에서 적정한 법적 절차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법률 모델(legal model)에서 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사법입원의 기본 취지는 치료라는 이름 하에서 자행된 강제적인 장기입원 등으로부터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수호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강제입원은 범죄나 실질적인 자해타해 위험성의 정도를 한계로 그 이상은 못하게 합니다. 사법입원 논의도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현실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에서 논의돼야 합니다."

-그 이상은 못하게 하자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정신의학자들은 위험성 관리는 가능해도 위험성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위험성을 정확히 예측해서 범죄도 범하지 않은 정신장애인을 위험성이 없어질 때까지 강제입원을 시킬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그 이상은 강제입원을 못하게 하자는 건 실제 범죄를 범했거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경우가 아니면 강제입원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응급입원의 유형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위험성을 근거로 강제입원을 시킬 경우 장기간 입원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견입니다. 이런 생각을 관철시킨다면 궁극적으로 응급입원과 같이 자해타해의 위험성이 높고 급박한 경우에만 강제입원의 대상으로 하자는 거죠. 그 외의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입원치료를 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지역사회에서 통원치료를 하거나 케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죠.

과거에 미국도 환자가 낫지 않으면 10년, 20년 병원에 가두었죠. 그러다보니까 인권침해가 심했죠. 그래서 환자의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의사한테 맡기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이걸 법원에서 결정하도록 하자고 한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사법입원 논의는 가정법원에서 재판해서 판단을 내리자는 거죠. 우리도 의료계에서나 일부 정치권의 의견은 강제입원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있으니까 법원의 판결에 맡기자는 거죠. 인권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건데 이론상으로만 그렇고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왜냐하면 법조계가 정신의학에 대해 너무 무지합니다. 변호사들도 일부 관심 있는 사람 외에는 몰라요.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도 (팩트가) 틀리게 말을 할 정도로 몰라요. 사법입원은 법원이 입원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건데 의료사건을 보면 알겠지만 판사들은 의사들의 판단을 다 따라갑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들은 자기들이 과잉입원을 시켰거나 입원을 남용했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는 거죠.

입원의 책임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모든 비난은 법원으로 가는 거죠. 의사들은 책임이 없어요.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의사가 입원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거죠. 또 하나의 문제는 인신보호법에 의한 법원의 구제가 어렵게 될 거라는 우려입니다. 법원이 의사의 진단만 가지고 너무 소홀하게 무책임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경우 나중에 강제입원 중인 환자가 퇴원을 시켜달라고 구제요청을 할 때 힘들지 않겠냐 이거죠.

지금은 의사들이 입원시켰을 때 인신보호법에 따라 요청을 하면 의사들이 함부로 입원시킨 걸 법원에서 퇴원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법입원이 돼 버리면 일단 법원에서 입원을 시켰는데 또 법원이 이를 부인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거죠.”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2013년 한국은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금치산, 한정치산자를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으로 바꿨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성년후견인 제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릅니다. 1999년 민법 개정을 한 다음에 2000년부터 시행이 됐어요. 관련해서 문제가 많이 있다고 그래요. 보통 형제자매가 후견인이 되는 게 50% 되고, 변호사, 사회복지사가 후견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가를 두고 형제들 간에 다툼이 많이 벌어져요. 또 변호사나 제3자가 후견인이 돼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많아요. 본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있어야 되는데 실제 운영은 문제가 있죠. EU도 정신장애인의 병원 입원과 관련해 후견인제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국가들이 있죠.”

-후견인에 의한 대체의사결정제도는 그 위법성과 당사자 결정권 박탈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요.

“후견인 제도가 의견을 대신하는 거잖아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로 나가면 거주도 해야 되고 훈련도 받아야 되고 직장도 가져야 되고 사회생활도 해야 되고 법률행위도 해야 하잖아요. 그 경우 지역사회에서 적응한다고 해도 충분히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될수록 후견인은 있어야 되거든요. 분명히 후견인 제도가 필요해요.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익을 반영하는 민법상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일본에서는 시민후견인제도라고 해서 지역사회에 같이 사는 사람들 중에서 후견인을 만들기도 해요.”

-마이니치신문이 2018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은 50년 이상 입원환자가 1773명이고 병상도 33만 베드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정부가 수년 내 7만 병상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세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사회적 입원이 많습니다. 사회적 입원도 일본 용어인데 말이 좋아 사회적 입원이지 부당한 입원이거든요. 입원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입원시키는 겁니다. 일본의 의료보호입원(한국의 보호의무자 입원과 유사함)은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보호를 위해 입원을 시키는 거죠. 요건의 폭이 넓어요. 정신장애인의 개념도 (정신질환과 관련된) 거의 모든 질환이 포함되도록 확대돼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엄격하지 않아요. 요건도 치료나 보호를 위한 거니까 굉장히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죠.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이 오래 있을 수 있는데 장기간 입원 후 퇴원을 하면 갈 곳이 없는 거예요.

유튜브를 봤는데 한 환자가 퇴원하기 전 연습으로 지역사회로 나옵니다. 그가 첫날은 잘 지냈는데 둘째 날부터 불안해해요. 가족들과 연계가 다 끊어지고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데 너무 불안한 거예요. 3일 동안 지역사회에 있다가 병원으로 돌아왔는데 너무 안심이 된다고 그래요. 나가야 되는데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까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사회적 입원이죠.

둘째는 치매환자들이 정신병원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치매환자들은 잘 낫지 않잖아요. 집에서는 치매환자를 볼 수 없으니 병원에서 관리해야 되고 그러면서 입원이 길어지죠.

셋째는 일본의 정신병원은 대부분 민간병원입니다. 2016년 기준 일본은 1636개 정도의 정신병원이 있어요. 그런데 이 중 90%가 민간입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볼 때 이 환자들을 다 내보내버리면 경영적으로 파탄이 나죠. 그러니까 정부가 탈원화를 강력하게 추진 못하는 거예요.

일본에서는 서양의 탈원화 시스템을 따라가고 싶은데 현재로는 못 따라 가는 거죠. 일본의 전체 정신질환 환자수가 400만 명 정도예요. 병상은 2016년 기준 33만4544개이고 환자 수는 28만7793명이에요. 전체 병상의 86%밖에 채워지지 못한 상태죠. 사회적 입원 환자를 내보내면 민간병원은 거의 다 망해버리겠죠. 본인도 안 나간다고 하고 민간병원도 자기 경영상 필요하고.

정부 입장에서도 다 탈원화해 버리면 실업자가 생기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그래서 안 되는 거죠. 일본 정부가 병원들에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 일부를 병동전환형 거주시설을 만들게 합니다. 쉽게 말해 병원에다 지역사회 거주시설을 마련하는 겁니다. 그룹홈이죠. 그런데 환자들이 다 반대해요.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는 거죠.

그 병원에 오랜 기간 있었는데 또 병원에 있는 게 지역사회 적응이 아니라는 겁니다. 모여 살아도 병원 분위기를 못 벗어날 수 있잖아요. 지역사회 일원이 돼서 일반인과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죠.”

-외래치료지원제는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까.

“외래치료지원제는 취지가 강제입원시키지 말고 강제이긴 하지만 바깥에서 통원치료를 하게 하자라는 거잖아요. 이 법의 근거는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모두 약 복용을 안 해서 일어나는 걸 전제로 하는 거죠.

일단 강제로 약을 먹으라는 거죠. 그런데 강제치료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인권 침해적인 부분이 큰데 자신이 싫다는데 강제로 약을 먹으라는 거잖아요. 강제로 병원에 통원하면서 약을 먹어라고 했는데 안 먹었다? 그럼 강제입원시키겠다는 겁니다. 보호입원도 가능하고 행정입원도 가능합니다.

결국은 강제입원의 근거는 약을 안 먹는 정신장애인은 다 범죄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데서 출발하죠. 잘못된 거죠. 외래치료가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치료가 돼야 하거든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내가 거기 가서 진료도 받고 싶고 치료도 받고 싶은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약 안 먹는 사람들을 다 범죄 위험군으로 보는 거예요.

일본에 갔을 때 정신과 의사들에게 물어봤어요. 약을 안 먹으면 범죄를 저지르고 약만 먹으면 범죄를 안 저지르냐고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약을 먹어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거죠. 외료치료지원제가 약 복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 문제거든요. 위험군으로 보기 때문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커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고 자발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홍보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죠. 국제협약은  치료에 있어서도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하고 정신건강복지법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위험군으로 보는 치안법적인 접근이어서 인권 침해가 심각할 수 있습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폐지돼야 할까요.

“저는 폐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입원제도가 확립될 때까지는 이것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서면 심사가 원칙이고 본인 등이 요청할 경우 대면심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걸 전부 다 대면심사로 바꿔야 해요.

원거리 화상 진료를 하는 나라가 있잖아요. 얼마든지 화상으로 할 수 있거든요. 화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대면 심사를 기본으로 해야죠. 의사들의 진단이 반드시 정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는 진단으로 무조건 입원시킬 게 아니라 억울한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더 보완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개인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 경찰서에 알리는 것은 왜 위법합니까. 일부 국민은 정신질환 범죄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개인정보 통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외래치료지원는 자해타해의 전력이 있는 입원환자가 퇴원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제도죠. 모든 정신장애인은 아니죠. 그러나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고 있는 모든 환자에 대해서 퇴원 시 무조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지를 해주도록 퇴원 등의 통지제도가 생겼어요.

그런데 신체질환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그렇게 하나요? 전염성이 강한 환자가 격리치료 후에 나아서 퇴원할 때 통지를 하나요? 안 하잖아요. 정신질환 자체를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거죠. 경찰서는 치안과 관련된 기구잖아요. 그래서 경찰서에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요.

치료감호를 받다가 가종료로 나온 이들에 대해 보호관찰을 할 수는 있죠. 하지만 일반인들은 범죄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 그냥 아파서 병원에 갔다온 건데 그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경찰서에 주는 건 경찰 권력의 남용이 있었던 과거를 봤을 때 옳지 않죠. 그리고 센터에 본인이 싫다는데 왜 알려줘야 하느냐는 거죠.

언론이 정신장애 편견을 강화하고 낙인을 찍는 상황에서 센터와 경찰서에 개인 정보를 통지하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요.”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강제입원률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전인 2006년에 92%였는데 2018년 기준 37%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많이 떨어졌죠. 법에서 동의입원 제도가 마련됐지 않습니까. 동의입원 제도가 일본의 임의입원 제도하고 비슷해요. 일본에서는 임의입원을 자발적 입원이라고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자의입원과 임의입원은 엄밀히 말해 다릅니다.

우리나라 자의입원은 입원과 퇴원이 본인의 자유잖아요. 과거에 보호입원으로 들어왔던 상당수가 동의입원으로 전환됐는데  이것이 강제입원 통계에서 자랍적 입원 통계로 바뀐 겁니다. 순수한 의미의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이 합쳐져서 강제입원을 역전한 거죠. 실질적으로 순수한 의미의 자발적인 입원이 확 늘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봐야죠.

-일본은 행정입원과 보호자입원을 의사 1명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더군요.

“세계적으로 두 명이 하는 데는 많지는 않아요. 일본의 경우 한 명이 하는데 그 대신에 모든 정신과의사가 하는 게 아니고요. 정신보건지정의라 해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정신보건복지법의 요건을 충족하는 의사만이 강제입원의 판단을 할 수 있어요.

강제입원이 인권침해 요소가 크니까 신중을 기하기 위해 다년간 경력을 쌓은 능력 있는 사람을 지정하는데 5년 이상 정신의료기관에서 업무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지정을 해줍니다. 의료보호입원, 조치입원(우리나라 행정입원과 유사함), 긴급조치입원, 응급입원, 의료보호입원 등을 위한 이송조치를 위한 진단 자격이 주어집니다.  우리로 치면 정신과 전문의에 해당하는 거죠. 레지던트나 인턴 등은 아니고요.

우리는 두 명으로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맞습니다. 한 명은 독단이 심하고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의사 편의를 위해서 한 명이 하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두 명의 취지를 잘 살려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병원까지는 정신보건복지법을, 퇴원하면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해 분리 정책을 씁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나오면 아무런 인프라가 없습니다.

“일본의 장애자기본법은 신체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모두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병원을 퇴원하면 신체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모두 장애자종합지원법의 적용대상으로서 지원혜택을 받게 돼요."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 15조에 근거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못하죠."

-일본의 경우는 모든 질환자들을 포섭하는 장애자 법이 있군요.

“네.”

-치료라는 이름으로 인신의 자유가 구속되고 이 같은 구속은 통제 장치 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입원과 치료는 별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해요. 왜냐하면 외래치료지원제는 입원 대신 치료를 명령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입원을 하면 그 안에 치료가 포함된다고 생각해서 치료를 포함한 입원에 대한 통제 장치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만든 겁니다.

한 달 내 심사하도록 돼 있는데 한 달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지 않나 생각합니다. 직접 대면심사할 수 있으면 좋고 화상으로도 할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 병원의 80%가 민간 아닙니까. 탈시설화와 커뮤니티케어 중심의 정신의료에 맞추어 많은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고도 운영에 문제가 없어서 강제입원 제도가 악용 내지 오용될 소지가 없어진다면 사법심사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전까지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인신구속법으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재판이잖아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실질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정신보건 역사는 일본의 보건 역사를 따라온 것인가요.

“따라갔는데 잘못 따라갔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호의무자 입원은 치료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자해타해 위험성도 함께 필요하죠.

그런데 자해타해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결국 두 요건은 자해타해 위험성으로 일원화돼 버리는 거거든요. 결국 보호의무자 입원도 사회의 방위를 위한 것이 돼 버린 셈이죠. 그런데 보호의무자입원이 모방했다고 말하는 일본의 의료보호 입원은 위험성 요건이 없습니다.

순수하게 치료 및 보호를 위한 거예요. 들어가서 안 낫고 못 나오니까 사회적 입원이 생기는 거지 들어가는 요건은 사회적 위험성 판단이 없어요. 그걸 잘못 받아들였죠.

그 다음에 긴급입원과 유사한 제도를 일본에서는 응급입원이라고 하는데 그 응급입원은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아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위해서 정말 긴급한 상황일 때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긴급입원은 주로 뭡니까? 위험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것도 다릅니다.

일본의 정신보건복지법이라는 것이 서양에 비해서 뒤쳐져 있습니다. 많은 문제가 있어요. 장기입원 환자도 많고 병상도 많고 탈시설화도 늦어지고 있고 문제가 대단히 많죠.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일본의 정신의료는 자기네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 모두를 탈시설화 못 시키니까 그 체제 하에서 인권보호라든지 탈시설화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측면이 강해요.

또 의료보호입원이라든지 응급입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위험성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치료와 보호라는 측면에서 합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치료감호법과 같은 법이 있어요. 심신상실자 등 의료 관찰법'이 있는데 그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법원에서 법관과 지정의 2명이 결정을 내립니다. 이 법에 의해 강제입원된 범법 정신장애인들에 대해서 입원기간을 최소한 일 년은 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는 치료감호의 경우 15년을 수용 상한 기간을 두고 있지만 큰 범죄 저지른 사람은 잘 안 내보내잖아요. 치료도 제대로 되지도 않고. 일본은 치료가 됐다고 판단되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빨리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정신보건복지법의 조치입원은 거의 범법 정신장애인에 대해 적용되던 규정이었는데 심신상실자 등 의료관찰법이 제정된 후에는 중대 5대 범죄는 그 법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조치입원에 의해서 강제입원 조치를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범죄자가 아니고 높은 위험성이 있지도 않은 사람을 행정입원 시키려고 하거든요. 잘못된 거죠.

그나마 후진적인 일본법을 또 잘못 받아들이고 잘못 이해해서 사회방위라는 측면에서 잘못 접근하고 있는 거죠.”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정말 의사들이 자기 기득권을 놓아야 합니다. 이탈리아 바살리아 법같이 의사들이 주축이 됐듯이 자기들도 길을 찾고 강제입원, 장기입원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지 않아요. 의사들이 절대 권력자잖아요.

다음으로 정부가 탈시설화 시키고 지역사회에서 치료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연구 프로젝트도 나와야 돼요. 얼마 전에 문의를 했어요. 의사들 중에서, 혹은 국립정신건강센터나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같은 데서 탈시설화했을 때 강제입원·장기입원 환자를 줄이면서 지역 커뮤니티케어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한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그래요. 그런 걸 해야죠. 그 속에서 예산을 짜 봐야요.

의사들은 이 체제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예산이 부족하다고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는 이 체제가 바뀌지 않습니다. 탈시설화된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체계로 상정했을 때 환자가 어느 정도 지역사회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병원에는 (수익이) 많이 줄어든다는 걸 의사들도 알 게 아닙니까. 그랬을 때 의료비를 어느 정도 배분할 것인가. 이런 식의 구체적인 논의들을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일본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지금 실망을 많이 합니다. 일본에서 제가 속했던 연구 단체가 회원이 한 50명 되는데요. 법학 전공 교수들이 3분의 1, 정신과 의사 겸 교수들이 3분의 1, 그리고 변호사, 판사, 후생노동성(우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 법무부 직원들, 소셜 워커 등 대표적인 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들 입장이 아니라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연구를 해 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상황을 보니까 정신장애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연구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정신장애인들이 소비자니까 본인들의 의사가 반영돼야 되는데 그런 식의 연구가 부족했던 측면에서 후회가 있어요.

또 하나는 제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이란 사회가 지금처럼 우경화돼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뉴스에 자위대 사진도 안 나왔어요. 그런데 점점 자위대 사진이 나오고 (군사) 퍼레이드가 나오더니 아베 같은 사람이 나와서 완전히 일본을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당시의 상황으로 지금 몰고 가려는 게 아닙니까.

물론 과거의 일본도 전쟁에 대한 반성,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에 대해 반성을 진지하게 안 하고 있지만 고노 외상 등의 성명도 있었고 지금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언론도 비판을 안 합니다.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에 의한 오염 문제 등과 관련해서 일본 언론들이 전혀 기사를 안 싣거든요.

아베가 극단적으로 정치적으로 우경화돼서 군국주의 국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사고 있지만 그것에 비판적인 기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전체 사회가 우경화됐기 때문에 실망스럽죠.

일본도 아베 같은 사람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로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고 개개인을 만나보면 좋은 사람들 많아요. 또 사회적으로 질서부터 시작해서 우리보다 선진적인 분야가 많습니다. 경제나 과학, 문화 등 발전된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그만큼 노력을 한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노력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어요.”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정신장애인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언론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바뀌지 않고 탈시설화와 커뮤니티케어 중심의 정신의료도 자리잡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기자의 빈 잔에 보이차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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