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념 칼럼] 커뮤니티케어 추진...정신장애인 당사자 참여 보장해야
[창간 기념 칼럼] 커뮤니티케어 추진...정신장애인 당사자 참여 보장해야
  • 이용표 교수
  • 승인 2018.06.0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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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15조...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복지법 적용 배제
장애인복지정책의 발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책적 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
거주지원은 커뮤니티케어를 출발하는 전제
정신질환 당사자가 추진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추진방향'(2018.6.7) 붙임자료 갈무리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추진방향'(2018.6.7) 붙임자료 갈무리

보건복지부는 6월 7일자 보도자료를 통하여 커뮤니티케어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커뮤니티케어 추진방안이 제시되기까지 장기간의 광화문 농성을 통한 장애운동가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정부는 광화문 농성에서 분출된 장애계의 탈시설대책 요구를 수용하여 지난 1월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발표하고 3월에 복지부 내에 추진본부를 구성·운영했다. 이어 5월에는 사회보장위원회에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민관위원을 위촉하고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논의를 거쳐 추진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탈시설을 통한 커뮤니티케어를 선언하고 출발하는 시점에서 당장 이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추진방향은 기존 제도적 경로에 따른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커뮤니티케어 정책에서 정신질환자들과 관련되는 정책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충원을 통한 사례관리 강화와 중간집(일명 하프웨이하우스) 시범사업 정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빈약한 프로그램은 단지 서비스의 양적 문제를 넘어선다. 복지제도발달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장애인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전까지는 복지서비스를 거의 발전시켜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정신장애)는 장애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질환이라는 특수한 위치가 전문가 권력의 위세와 결합하는 과정을 통하여 복지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의 대상으로만 다루어지도록 구조화됨으로써 심각한 복지의 사각지대를 형성해 왔다. 지난 1981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은 정신장애를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사회복지사업법(제2조 제1항)의 사회복지사업의 정의에서 ‘정신질환자및한센병력자사회복귀에 관한 사업’을 포함한 것을 근거로 정신질환자에 관한 정책이 수행되었다. 이때부터 정신질환자는 사회복지정책의 대상이면서도 장애인복지정책의 대상은 아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이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2000년에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장애인이 법정 장애인 범주에 편입되는 정책적 변화가 있었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애인복지정책의 발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책적 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2011년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명목적으로는 정신장애인 서비스대상으로 규정했지만, 구체적인 서비스이용자격을 결정하는 인정조사표는 정신장애인을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지역사회서비스의 결정적인 공백을 가져왔다.

이러한 복지제도발달과정이 형성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장애인거주시설은 본법에서 30인 이하로 규모를 제한하고 있지만, 정신요양시설은 제한이 없이 대형화되어 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이용기간의 제한이 없지만 정신질환자 공동생활가정은 3년으로 제한되어 3년마다 다른 지방의 공동생활가정을 찾아 전전한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정신장애인에게만 봉쇄되어 있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중 정신장애인은 1% 정도 있지만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일 것이다.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장애인서비스기관인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낙인은 장애인 중 가장 낮은 취업률과 그로 인한 높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로도 나타난다.

커뮤니티케어의 첫걸음을 띠는 현재 상황에서 그간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집중적인 복지서비스 개발과 확대가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에서 정신질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중간집, 지원주택 등과 같은 거주지원과 지역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권익옹호, 활동지원 등의 사회서비스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장기 입원자 대부분 극도의 빈곤상태에 있으며 가족과 단절돼 있다. 사실상 원가정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다. 거주지원은 커뮤니티케어를 출발하는 전제가 된다. 그리고 거주장소와 함께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한 서비스를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정신질환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상범주를 확대해야하며, 지역생활에서의 불리한 처우를 예방하기 위한 의사결정지원제도와 같은 권익옹호서비스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금번 커뮤니티케어 추진방향에서의 정신질환자 프로그램의 빈약성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추진과정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신질환 당사자가 추진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한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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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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