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화 급속히 진행되면 시설에서 시설로 이동하는 횡수용화 늘어날 것”
“탈원화 급속히 진행되면 시설에서 시설로 이동하는 횡수용화 늘어날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0.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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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인천대정책대학원 석사총동문회 주최 미래포럼 개최
미국 탈시설화로 노숙자나 교도소行 정신질환자 늘어나
언론, 정신질환 흥미보도보다 정확한 정보 알려야
정신장애인 권익보호 위해 지역주민 인식개선 전제돼야
인천·울산·제주 정신질환자 인권조례 없어…입법 추진해야
원천적 봉쇄 아닌 별도 심사체계로 자격증 가질 수 있게 해야

국립인천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총동문회가 주최하는 제18회 인천미래포럼이 ‘현대인의 정신건강 어떻게 할 것인가? 조현병 범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2일 인천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토론에 나선 나경세 인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에 대한 선별적이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들로 인해 조현병 하면 곧 범죄가 연상돼 버리는, 애초에 개명했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공익을 해치고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무분별한 보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나경세 인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정창교 국민일보 부장 (c)마인드포스트.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시행하는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5%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인구의 1%인 유병률에 비해 반쪽 수치밖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나 센터장은 “이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일부러 증상을 숨기려 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조현병 환자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역사회보다는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많이 있어서 그 수치가 누락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대 미국은 ‘대탈원화’의 시대를 맞았다. 그렇지만 탈원화로 인한 부작용은 컸다.

나 센터장은 “(미국의 탈원화는) 지역사회에 자리잡지 못하고 증상의 재발과 악화로 인해 사회적 규범과 법률을 위반하며 노숙자가 되거나 교도소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애초에 의도했던 탈원화 의도에 부합하지 못한 채 시설에 수용돼 있다가 다른 시설로 옮겨 수용되는 ‘횡수용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들을 입원시켜놓고 있으면 겉으로는 문제가 보이지 않으나 입원한 당사자들은 온전한 인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인간적 삶을 포기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일단 퇴원부터 급속히 진행하면 미국에서 벌어진 횡수용화의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지역사회기반의 치료와 재활에 대해 적극적 투자와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언론도 조현병에 대한 흥미 위주의 보도보다 조현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중적 편견의 이유로 강제입원 등 격리수용으로 인해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격리수용의 결과로 시민과의 접촉이 없어져 정신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고 신체장애인에 비해 열악한 복지 정책을 유지해 온 법률과 행정의 차별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교육되지 않아 정신질환에 대해 무지한 것과 언론의 왜곡보도도 지적했다.

왼쪽부터 권오용 변호사, 김성준 인천시의원,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 (c)마인드포스트.

조 소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이 보도되면 사건과의 인관관계 유무와는 관계 없이 정신질환 때문에 범죄가 발생했다는 선입관이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되게 된다”며 “정신질환은 위험하다는 종래의 편견이 진실처럼 여겨지고 정신질환자를 범죄 예비군으로 가능한 한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재생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 지역사회 정착, 경제적 자립, 존엄성 확보와 권리의 보장은 법률의 정비와 정부의 정책 추진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고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며 “지역주민들의 전향적 인식개선이 전제돼야 하며 언론의 보도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준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시의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정신질환자 지원에 관한 조례가 없는 지역은 인천을 비롯해 울산과 제주 등 세 곳이다.

2019년 인천시 정신건강 증진 관련 예산은 6억7300만 원으로 이중 국비가 1억7700만원, 시도비 1억9500만 원, 시·군·구 예산 3억200만 원이다. 이를 인천시 인구 1인당 정신보건예산으로 환산하면 2431원으로 전국 평균인 3657만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김 의원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조현병 환자 지원과 위기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조현병 환자의 지원에 관련한 인천시의 조례가 없어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관리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법률에 근거해 지역의 상황과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고 자치적 판단이 담겨져 있는 조례의 제정은 필요불가결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의미한 조례 제정을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7조에 의해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정신질환의 예방 및 조기치료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경찰청, 소방본부, 정신건강증진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위기대응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성기를 경험하는 환자들을 위해 위기개입체계를 구성해야 하며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 보장 및 처우 개선의 문제 또한 조례안에 언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장애인 인권이 화두가 되면서 문제의식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선언적 수준이나 학문적 논의의 수준이 아닌 정신장애인들의 실제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 이런 변화를 전혀 감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정신장애 이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직업을 가질 권리를 박탈당하는 사례가 많다. 정신장애인은 변호사, 약사, 의료보조인력, 이미용사, 운전면허, 영유아보육자, 조리사, 위생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전 교수는 “사람을 대하는 일들이기에 정신장애인들이 자격증을 가질 수 없다는 논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지극히 비장애인 중심의 생각”이라며 “원천적 자격 봉쇄가 아니라 별도의 심사체계를 통해 개인에 따라 자격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인천미래포럼과 새새명찾아주기운동본부가 주관했다.

포럼 참여자들 (c)마인드포스트.
포럼 참여자들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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