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절반이 청소년기에 발생하는데…국가대책 ‘지지부진’
정신질환 절반이 청소년기에 발생하는데…국가대책 ‘지지부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0.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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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의원,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해야
학교 밖 청소년 32만 명…조사 대상서 제외
청소년 정신재활시설 12곳뿐, 그나마 서울에 집중돼

초기 정신질환 치료 및 예방의 골든 타임인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 대해 정부가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체계에 대해서도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기 정신장애 최초 발병률이 전체의 약 42%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신의료기관의 외래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19만1702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인 203만5486명의 10%에 미치지 않는 등 저조한 치료인원을 보였다.

남 의원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역학) 조사와 치료 인프라를 마련해 정신질환 치료의 골든 타임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정신건강복지법 제10조에 근거해 5년 주기로 정신질환실태(역학) 조사 대상에 만 18세 미만이 포함되도록 계획을 수립했지만 현재까지 계획에는 학교 밖 청소년이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 수의 추정치가 상당하고 심리·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도 높다”며 “정확한 유병률 측정과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예방·관리를 위해 학교 밖 청소년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4905~8368명을 대상으로 2년간(2022~2023)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초기 연구 계획에는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파악을 위한 방법 연구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2만 명으로 추정된다. 2018년 교육부의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심리·정신적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은 17.8%였다. 또 학교를 그만둔 후 심리상담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청소년은 27.8%였으며 이 수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신재활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남 의원에 따르면 전국 정신재활시설은 총 348개소인데 반해 아동·청소년 정신재활시설은 12개소뿐이다.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방은 전무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성인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대상 정신질환 관리, 학업지원 및 사회복귀를 위한 시설을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로 확충된 청소년 정신재활시설은 한 곳에 불과하다.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양시, 성남시, 수원시 3곳뿐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전문 병동을 갖춘 정신의료기관은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해 22곳에 불과하다.

남 의원은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아동·청소년 대상 실태조사를 통해 유병률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분명 수요가 상승할 것이니 긍정적으로 검토바란다”고 밝혔다.

청소년기에 발병을 경험한 배주희 마인드포스트 기자는 "고등학생 때 이미 조울증이 찾아왔지만 이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정신재활시설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며 "가족들이 병식을 깨닫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재활시설의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학생과 가족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가게 된다"며 "전국적 정신재활시설의 적어도 30%는 청소년 정신재활시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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