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해 봐요. 삶에 중요한 게 뭔지 나타나잖아요”
이명수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해 봐요. 삶에 중요한 게 뭔지 나타나잖아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0.09 23: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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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인터뷰
죽음은 무거운 주제…가벼운 시선으로 봐서는 안 돼
선진국은 자기 고통 밝히고 도움 요청 자연스러워
한국은 정신적 고통 과거형 처리…선진국은 현재진행형
윗세대가 문제해결로 자살택하면 아랫세대도 학습
술에 대해 관대한 태도 바꾸면 자살률 30% 하락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들 진정성 의심
자살예방 행동에서 정신장애인 자살 막는 전략 강화해야
한국 여성 자살률 여타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
우울한 상태에서의 삶의 결정은 부정적 결과 불러와
정신장애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가 동일화해야
사법입원제 찬성…독일 사례 심층 접근 필요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은 미국 정치 역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자살률을 연구했다. 그는 미국 내 자살률은 민주당보다 공화당 집권 시에 더 많이 발생했다는 일련의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살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그럴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수치심과 죄의식을 내면화하는 과정들을 겪는다. 그게 형이상학적 죄의식이든 윤리적 도덕적 죄책감이든 우리는 삶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감추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그 죄의식은 종교적 행위를 통해 승화시키고 일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이 살아가는 것이다.

제임스 길리건은 인간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나눠서 분석했다. 인간이 수치심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낄 경우 자기 안의 수치심을 타자에게 떠넘기면서 그 수치심을 넘어서려는 심리를 보인다. 이때 살인이 발생한다.

또 수치심이 극도에 이를 때 인간은 탈출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의 죄의식은 타자가 아닌 자신을 꾸짖는 감정이다. 길리건은 이 수치심과 죄의식을 반대 방향에 서 있지만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규정한다. 미국 공화당 정권에서 더 많은 살인과 자살이 발생하는 것은 보수적 가치를 내세울 때 인간은 더 많은 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길리건은 도출한다.

인간은 자살을 한다. 자기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이 극단적 선택 의지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자유 의지’이다. 길리건은 자살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반응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삶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3년 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를 차지해 왔다. 지난해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였던 리투아니아가 OECD 국가에 가입하면서 이 나라의 자살률이 OECD 1위를 차지했다. 기자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는 어떤 나라이기에 이처럼 자살을 많이 하는 것일까.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자가 많듯이 술로 인한 충동적 자살 의지가 만연할 것일까. 아니면 프란츠 파농이 파악했듯이 식민지의 야만적 폭력 문화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일까. 리투아니아 역시 구 소비에트의 연방국이었으며 식민지였으니까.

이명수(51)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그 이유를 만연한 알코올의 문제와 함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그 국가의 독특한 심리가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인간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훼손 때문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될 때, 즉 수치심이 극단으로 오를 때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죽음이 너무 무거워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죽음 충동이 생기면 그 행위에 대한 급박한 심리를 조금 내려놓고 6개월 간 미뤄놓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반드시 해결방법이 생긴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를 나온 이 센터장은 대학에 들어가서야 자신이 문과 체질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잠시 방황했지만 인문학적 요소가 다분한 정신과를 택했다. 이후 존경하는 스승을 따라 아주대로 적을 옮기면서 정신장애의 필드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자살예방센터장을 거치면서 그는 인간과 자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왜 자살하는 것일까.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적 고통이 겹칠 때,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때 인간은 가장 친숙하고 두려운 방식으로 자신을 이 고통의 세계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 이유 이외에 가장 큰 자살 요인은 내가 아프고 돈이 없고 외로울 때 내 곁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사회적 관계망이 다 훼손됐을 때 인간은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국가의 자살예방 정책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이 센터장을 만난 건 이런 궁금함 때문이었다. 8일 밤 강남에 있는 그의 진료실을 찾았다. 창밖으로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정신과는 어떻게 택하신 겁니까.

“저는 문과를 갔어야 했는데 이과를 오다 보니까 의과대학에서 정신과가 가장 문과스러운 영역 중에 하나였죠. 정신과에서도 뇌과학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역 정신보건은 가장 문과적인 영역의 성격이 강하고 그렇게 흘러서 하게 된 거예요.”

-자살이 사회적 관계망의 훼손이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동의해요. 자살을 하는 자체가 관계망을 끊는 거잖아요. 세상으로부터의 이별이니까. 그들이 보는 관점에서 사회적 관계망은 끊어졌다고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끊어지지 않을 수도 있죠. 관점의 갭(차이)이죠.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능동적으로 끊어버렸다가 되는 거죠. 그게 잘못 이해하면 자살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문제와 책임의 전가로 보일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13년 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북유럽의 리투아니아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나라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더군요.

“리투아니가 옛 소련 연방 국가죠. 이들 나라들이 자살률이 지금도 높아요. 리투아니아가 1위를 기록한 건 OECD에 가입하면서부터죠. 야구를 보면 방어율이 1위여도 규정 이닝을 못 채우면 순위에 못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리투아니아가 방어율 1위였는데 규정 이닝이 미달돼서 순위에 안 들어갔다가 규정 이닝을 채우면서 즉 OECD 국가 자살률 1위가 된 거죠. 옛 소련 연방국가인 벨로루시 같은 나라에서 자살률이 높은 걸로 나타납니다.”

-술 때문에 그런 걸까요.

“술도 연관성이 있고요. 삶과 생명에 대한 태도도 (있겠죠). 구 소련 연방국의 자살이 왜 높은지는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죽음이 이슈화되는 문화적 가벼움이라고 했습니다.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죽음은 무거운 주제잖아요. 그런데 죽음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영국의 작가 줄리언 반스가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썼어요. 죽음은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의 최종적 이슈인데 너무 두려워하다 보니까 삶이 오히려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거죠.

결혼식이 너무 장난스러워지고 있잖아요. 유쾌하고 축하공연도 하고 신랑신부가 춤도 추고요. 저는 반대하거든요. 결혼은 숭고한 예식이에요. 너무 가볍지 않아야죠. 죽음 자체도 가볍게 다뤄나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는 유명인의 우울증이나 자살을 과거형으로 언급합니다. 반면 선진국은 우울증을 현재진행형으로 고백합니다. 이는 한국의 어떤 문화적 특성 때문일까요.

“(유명인들이) 인터뷰에서 과거에 너무 힘들었고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시도도 했었다라고 하죠. 그러면서 그걸 극복했다고 미담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2006년 서호주의 제프 갤럽 총리 같은 경우 ‘나는 지금 우울하다. 내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총리직을 내려놓겠다’라고 하잖아요. 선진국은 현재 자기가 갖고 있는 고통에 대해 밝히고 회복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국민들도 ‘아,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힘들 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거든요. 우리는 무용담처럼 잘해냈다는 자기 과시형이 있죠. 현재 내가 힘들어서 이렇게 하고 있어라는 이야기는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극복을 해야 하고 극복했으니까 ‘난 괜찮아졌어’를 강조하는데 이건 내가 힘든 걸 극복하지 않으면 약한 사람으로 취급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 생각돼요.”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이후 급증했습니다. 이때의 자살률 증가는 경제적 훼손 이외에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까.

“IMF 체제에서의 자살은 분명히 경제적 훼손이 큰 의미를 내포해요. 경제적 훼손 때문에 2차, 3차적으로 문제들이 생기고 자존감도 떨어지면서 상실을 겪잖아요. 돈의 상실이자 정치적 관계의 상실이기도 하잖아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에서 큰 리스크가 생기면 관계도 틀어지고 사랑하는 가족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겨요. 그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국내 또는 세계적인 위기 때 자살률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죠.”

-1년에 1만5천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이는 우리 정치공동체의 어떤 모순과 문제를 건드리는 걸까요.

“문화적 가벼움과 관계가 있는데 문제 해결 수단으로서의 자살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많은 이유는 뭘까. 장래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해결하는 수단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행위를 선택하는 걸 여러 옵션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또 학습이론이 있어서 한 가정에서 부모가 문제가 닥쳤을 때 그걸 해결하는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면 그걸 보고 학습이 돼서 아랫세대가 좌절이 생겼을 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거죠. 기성세대가 자살을 하는 방식을 아랫세대가 학습을 하는 거죠.”

이명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핀란드 자살예방 7대 전략 안에도 ‘문제 해결 수단으로서 알코올 남용을 해결한다’가 있을 정도로 자살과 술의 연관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십니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경기도에서 알코올 예방 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했어요.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가 7군데 밖에 없어요. 경기도 차원에서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해서 하는데 그걸 자살예방과 연결을 시켰어요.

그런데 알코올 중독 문제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요. 그러면 알코올 문제를 잘 예방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논리로 정책입안자들을 설득하는 거죠. 예방 의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자살 문제의 30%는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하거든요.

밤 시간대에 핫라인으로 전화상담이 오는 경우 절반 이상이 술에 취한 상태예요. 술이 최종적인 자살을 시도하는 행위에 있어 두려움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자살 충동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중추적 신경을 억압하는 효과 때문에 우울증이 더 악화되니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거죠. 핀란드가 문제 해결 수단으로서의 알코올 남용 예방을 해결하는 건 자살예방 전략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유럽처럼 밤 10시에 술집들이 문을 닫는 것처럼 정부 차원에서 심야 시간 강력한 알코올 제재 정책을 펴면 자살률이 떨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이게 안 되고 있잖아요. 두 가지로 생각하는데 우선 노르웨이에 한 번 갔는데 거기는 술 사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술집도 별로 없고 마시려면 펍(pub)에서 마셔야 돼요. 또 맥주를 사려면 지정된 데로 가야 되고 위스키 같은 독주를 사려면 더 먼 데를 가야돼요. 맥주를 파는 데가 동(洞)에 몇 군데가 있다면 위스키를 파는 데는 동에 한 군데 정도 있는 거예요. 위스키를 사려면 굉장히 멀리 가야 해요.

미국도 그래요. 미국은 맥주는 좀 더 쉽게 살 수 있는데요. 선진국에서는 담배 사는 게 더 쉬워요. 술을 훨씬 통제를 많이 하죠. 또 다른 하나는 언론에서 자살 보도를 안 하면 자살률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언론에서 자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고 술을 유럽 형식으로 팔면 자살률이 떨어질 거라고 추측을 하는 거죠.”

-술의 문제로만 규정할 경우 자살이 가지는 광범위한 사회적 원인들이 은폐되지 않습니까.

“자살이라는 최종적인 행위가 있을 때 그 앞에 여러 단계가 있잖아요. 경제적 문제, 관계적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이 있잖아요. 이 원인을 무시하고 술 때문에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말하는 건 안 되죠. 노르웨이가 술 문제 해결했다고 자살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보건복지부 2018년 자살실태조사를 보면 자살 시도자의 47%는 자살 시도 때 죽고 싶었다고 답했고 13%는 죽고 싶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죽음을 결행하면서도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내면의 모순성과 부조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희가 자살예방을 하는 데 있어 유일한 고리는 그 사람이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100%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죠. 죽고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살고 싶기도 하다는 양가감정이 있어서 자살예방 상담이 성립하는 거죠. 이 양가감정이 저희가 기대하는 희망의 마지노선이라는 거죠.”

-지역 당 1개의 자살예방센터가 있고 인력도 1~2명에 그칩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4~5명인데도 있고 7~8명인데도 있고요. 지자체의 투자 정도에 따라 달라요. 센터가 없는 곳도 있어요. 센터가 없는 곳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자살예방팀이 1~2명 돼요.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에서 25군데에 자살예방센터가 있어요.”

-미국은 자살예방 민관협력체계인 NAASP(National Action Alliance for Suicide Prevention)가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국회에 자살예방포럼이라는 게 있어요. 그게 일본을 벤치마킹한 건데요. 일본에도 국회의원들이 만든 자살예방포럼이 있고 거기에 NGO(비정부기구)도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걸 따라서 국회 자살예방포럼이 2년 전부터 형성됐고 거의 매달 국회에서 포럼을 했죠. 거기 많은 민간단체들이 들어갔고 보건복지부 자살예방과도 같이 테이블에 들어와 있고 기자들도 들어와 있어요. 그게 단시간 안에 자살 예방 공동체처럼 만들어져서 이런 형태로 활성화돼 있습니다.”

-2015년 12월에 비영리단체 ‘라이프(LIFE)’ 운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를 공동체 운동이라고 했는데요.

“NGO죠. ‘삶을 말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하는데 구성원들이 정신과 의사는 한두 명밖에 없고 다른 직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회 마케팅하는 분들, 일반 회사원, 미술하는 분들, 음악하는 분들 등 자살에 관심이 있는 민간단체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공동체 운동이죠. 사람을 살리는 말이 있고 죽이는 말이 있어요.

그러면 보이스 오브 라이프(voice of life)라고 우리가 사람을 살리는 말들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라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라이프 콘서트도 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추진해 오고 있죠.”

-라이프 콘서트는 노래자랑 같은 걸 하는 건가요.

“토크 콘서트죠. 15분 정도 연사들이 나와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한 20여 회 정도 진행됐죠. 요즘은 빈도가 줄었는데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많이 할 때는 대여섯 번 정도 해왔어요. 다음 주에도 합니다.”

-자살 마케팅이 존재하고 이들은 자살을 매개체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행동을 한다고 했습니다. LIFE가 이를 경계한다고 했는데 자실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이해가 안 되시죠. 어떤 경우냐면 제가 자살 시도를 했었다, 자살 생각을 했었다라고 하면서 책을 쓰는 거예요. 그리고 강의를 하고 강연을 하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런 류의 책을 말하는 건가요.

“그 친구는 우울증 치료를 받았잖아요. 상담을 받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거고 그것이 죽고 싶지만 동시에 살고 싶다라는 양가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표현이죠. 그거를 이익을 취하려는 자살 마케팅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자살하려고 아파트 옥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니까 떨어지면 너무 아플 같았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강연을 하거나 말을 하는 거죠.”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그걸로 돈을 번다?

“그렇죠. 그 강연이 하나의 아이템이 되는 거죠. 그 분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저는 몰라요. 잘 모르는데 그런 느낌이 많이 들어요. 왜 그런 느낌을 가지냐면 저도 어머니가 자살을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자살 유족들에게 강의를 할 때 똑같은 얘기를 해도 정신과 의사로서 얘기를 하면 벽을 쳐요. 답답해서 제가 저희 어머니도 자살하셨다, 저희 외할아버지도 자살하셨다,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살 유족이라고 얘기하면 벽이 없어져요. 저는 같은 얘기를 하는데 왜 유족이라 밝히면 벽이 없어지고 유족을 안 밝히면 벽이 생길까. 듣는 사람의 태도도 영향을 주는 거죠.

그러면 자살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고 얘기해야 ‘말발’이 더 잘 먹히고 그러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증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인간의 자살은 모두 자신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이기적 행위일까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독립,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도구로 자살하는 이타적 자살도 있지 않습니까.

“독립운동 하시는 분도 이타적 자살을 했죠. 만약 저에게 그런 이타적 자살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하는 이들은 굉장히 숭고한 이들이죠.”

-미디어의 폐해를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직 가장 같은 특정한 사항을 자살과 관련지어 부각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합니까.

“지상파 방송국의 PD가 인터뷰를 왔어요. 한 지역에서 실직 가장이 연쇄적으로 자살을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질문이 왜 실직 가장들은 이렇게 자살을 하는 걸까요라고 질문을 했어요.

그럼 제가 방송에서 실직 가장은 이래서 자살을 한다고 얘기를 해요. 이게 보도가 되면 우리나라 실업자 200만 명 중에서 한 명이라도 ‘나는 무슨 자격으로 살고 있는 거야. 실직 가장은 죽는다는데 나는 무슨 낯짝으로 살고 있는 거야. 나는 죽어야 마땅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게 돼요. 미디어의 폐해죠.

실직 가장이면서도 안 죽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럼 그 분들이 버티고 있는 그 고통을 부각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를 더 부각해야 된다는 거죠.

수능 비관 자살도 마찬가지에요. 수능 시험 끝나면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모니터링을 하거든요. 수능 비관으로 자살했다고 쳐요. 수능 못 본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잖아요. 그럼 걔네들 중에 ‘나도 죽어야 되나’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게 미디어의 폐해라는 거죠. 원인과 결과를 가깝게 매치시키면 이 원인적 요소를 갖고 있는 이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은 비정신장애인의 8배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이 가지는 자살 충돌은 어디서 온 겁니까. 약물입니까 아니면 다른 심리적 문제입니까.

“정신장애인의 자살에 대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사람이 저라고 생각해요. 자살예방사업에 있어서 정부는 일반인들을 많이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사회복귀시설에 등록돼 있는 분들의 자살률은 제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자살예방 전략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서울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으로 있을 때 서울의 센터 서비스에 등록돼 있는 사람들의 자살률을 매년 조사하고 그걸 지표화하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8~9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걸 계속 밝혀왔던 거죠. 공공서비스 영역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자살률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의 자살은 더 막기 어려운 게 아니냐라는 거죠.

그래서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에 대한 걸 부각시켰어요. 미국의 자살예방 전략 중에도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퇴원했을 때 자살률이 높으니까 심도 깊은 지역사회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미국도 자살예방 전략에 중증 정신장애인의 자살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요소로 들어가 있죠.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거죠.

그냥 일반 대중의 자살을 막는다는 건 말은 좋지만 되게 힘들어요. 정신장애인이 약을 복용하지 않고 치료 중단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가 있잖아요. 게다가 그들은 핸디캡도 있어요. 정신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좌절이 더 많을 거 아니겠어요. 일반인들도 계속 좌절을 반복하다보면 낙담해서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좌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많고 핸디캡도 많아요. 낙담할 일이 더 많다는 거죠.”

-우울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은데 자살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높습니다. 이는 남성이 가지는 본성, 혹은 생계를 책임지고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는 남성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외국은 남자가 여자보다 네 배가 높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여성 자살률이 훨씬 더 높다고 보는 게 맞아요. 어느 나라나 남자의 자살률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심할 경우 서너 배 더 높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두 배 차이가 난다는 건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를 더 많이 자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이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더 많이 자살한다고 봐야죠.”

-왜 그런 걸까요.

“자살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자꾸 하면 저도 잘 몰라요. 요인들이 있겠죠. 남자와 여자의 임금 차이, 혹은 웨이지갭(wage gap·임금 격차)도 요인이겠죠.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것과 여성 자살률이 높은 건 사실은 같은 얘기라는 논리도 있어요. 우리나라 여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애를 낳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 많이 자살을 해요.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겠죠.”

-잠을 죄악시하고 근로를 하지 않는 이들을 사회적 실패자로 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가 가진 집단적 광기 아닐까요.

“어렵네요. 집단적 광기라는 게 우생학적으로 우월한 그룹이 열등한 그룹을 정의한다는 건가요. 클리닉에 오는 분 중에 근로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청년들이 일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도 되게 많고요. 취업했다가 스트레스로 금방 낙오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을 사회적 실패자로 저는 보지 않아요.”

이명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자살 원인의 80%가 우울증에서 출발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간은 왜 우울해 하는 걸까요. 이는 인간이기 때문일까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우울해졌을까요. 원시인들도 우울했을까요. 힘이 없는 원시인이 힘 있는 원시인에게 모든 권리를 다 뺐기고 그 조직 내에서 낙오가 돼서 그 원시인은 어떤 심리 상태일까.”

-원시인이 우울에 빠지면 공동체 주변 동료들이 지원하고 격려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문명으로 넘어오면서 우울은 너의 몫이고 혼자서 해결해야 되고 약을 먹든 뭘 하든 네가 다 해결해. 원시사회에서는 서로 도움을 주지만 문명으로 넘어오면서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문명 속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더 쓸쓸하고 외로움의 범주가 더 넓고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뒤처진 원시인에 대해 너는 이웃 부족과의 싸움에서도 도움이 안 되니까 배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지를 한다는 걸까요.”

-영국에는 중앙정부에 외로움부가 있고 한국의 부산에서는 외로움치유와행복증진을위한조례가 제정됐습니다. 사회가 이제 외로움이라는 추상적 심리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로 읽힙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쓴 게 있는데 우울감은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겠는데 외로움은 되게 어려운 거 같아요. 요즘은 청년들이 일인 가구들이 많잖아요. 한번은 제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며칠 되면서 약간의 외로움을 느꼈는데 평상시에는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청년들과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밤이 되면 외롭고 공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지금의 내가 겪는 외로움은 우리 병원에 치료를 위해 오는 친구들의 외로움의 천분의 일, 십만 분의 일이나 될까라고 넋두리처럼 쓴 게 있어요. 우울증이 치료되도록 돕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감정이 외로움 같더라고요.

외로움은 약물치료로도 어려워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고 하는데 그 청년들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굉장히 많은 실패를 했고 그걸 헤쳐나갈 용기도 결여돼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외로운 감정을 극복해 나가는 게 어려워요. 여기 앉아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어려워요. 영국의 외로움부가 의학적 범주를 넘어서 사회적 활동, 네트워킹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아닐까 추정이 되네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살 생각이나 충동을 행위로 옮기는 것을 연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라고요. 일단 뒤로 미뤄두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해법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제가 라이프 단체로서는 가끔 얘기하거든요. 탤런트 최진실 씨가 2008년에 자살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텔레비전에 나오겠죠. 그때 자살 충동을 조금만 미룰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우리 옆에 있었겠죠.

지금 내가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해도 한 달 뒤, 두 달 뒤에 똑같은 생각을 할런지는 모른다는 거죠. 내가 이혼을 하고 싶고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싶은데 그때 감정적 균형이 깨져서 우울한 상태에서 판단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내가 우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죠.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제가 의사로서 권유를 해서 그렇게 하도록 격려를 하는 거지 정작 우울한 사람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사직을 할 수 있고 이혼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결정을 감정적으로 균형이 있는 상태에서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야죠). 우울이 회복된 다음에 어떤 결정을 할지를 생각해 보자고, 끝내는 것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 보자고 권유를 하거든요.

그래서 우울한 상태에서 이혼을 하려다가 우울증이 개선된 상태에서 이혼을 안 하게 되는 커플이 가끔은 있어요. 그런데 이혼이나 회사를 그만두는 건 사실 죽는 거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거잖아요.

자살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역설적이긴 한데 우울한 상태에서 죽어야 되나 살아야 되냐를 결정하는 건 거의 대부분 죽음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지금은 너무나 죽고 싶지만 그 결정을 좀 더 미뤄보자. 미뤄볼 수만 있다면 어떡하든 해결방법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자살 충동을 연기해 보라는 거죠.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인터뷰에 나오면 제가 그런 얘기를 종종해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액수가가 건강보험의 67% 수준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올려야 됩니다. 의료급여 조현병, 건강보험 조현병이 같은 진단명인데 수준이 다르잖아요. 외래에서는 다행히 나아졌어요. 외래 오시는 분들은 의료급여든 건강보험이든 똑같이 처방을 하고 면담도 다 동일하게 해요. 그런데 입원이 문제잖아요. 당연히 올려야죠. 예를 들어 다른 과의 경우 의료급여 당뇨환자는 건강보험 당뇨환자와 동일하게 하잖아요. 정신과만 그렇지 않죠.”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요.

“5공 시절, 88올림픽 할 때부터 국가가 돈은 없고 조현병 환자들을 입원은 시켜야 되겠고 하니 민간 정신병원에다 저수가 장기입원 체제를 강제하면서 그렇게 굳어졌다고 봅니다. 장기입원은 불허되고 있지만 저수가는 유지되고 있죠.

예전에는 국가나 사회가 저수가 장기입원에 공히 합의가 됐다면 지금은 사회가 많이 변해서 장기입원을 악(惡)으로 보잖아요. 그런데 저수가 체제는 유지가 되는 거죠. 저는 지역사회 정신보건 인프라가 확대되는 것에 있어서 첫 단추는 의료급여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수준이 최소 건강보험이랑 동일하게 가는 게 시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왜 그렇게 입원기간이 짧고 지역사회 인프라가 많이 발달했냐면 거긴 입원비가 너무 비싸요. 미국에서 병원에 한 달 입원하면 1천500만 원이 나와요. 우리나라는 150만 원이죠. 미국은 하루 입원비가 1500달러예요. 우리나라 한 달 입원비가 그 정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은 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의료비를 절감시키기 위해서 다른 옵션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던 거예요.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두 가지 정책이 꼭 중요하대요. 하나가 의료비 정책, 또 하나는 중동(中東) 정책이에요. 뉴욕 주의 의료급여 예산이 전체 주 예산의 22%예요. 5분의 1이 이 예산이에요. 그러니까 이 의료비를 어떤 식으로든 절감시켜야 하는 건 보건의료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입원을 시키면 굉장히 럭셔리한 서비스를 쫙 붙어서 최대한 빨리 퇴원시키죠. 그러면서 싸고 대체적인 서비스를 하는 게 경제 정책이면서 동시에 보건의료 정책이에요. 우리나라는 정부의 의료비가 낮다 보니까 그런 ‘뜨거운 감자’를 손에 안 들고 있어요. 그 비용 절감용 서비스 체계를 만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입원시키는 게 제일 싸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역 서비스 인프라가 더 확대되려면 정부가 의료비 자체를 정상화시키는 데서 시작이 돼야 합니다.”

-사법입원제를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찬성합니다. 사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정신질환 범죄자라는 연결성이 있어서 싫을 수도 있는데 그 명칭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인신구속에 대한 판단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나가야죠. 정신과 의사한테 그런 인신을 강제적으로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옳으냐는 질문에는 옳다고 하기에는 힘드네요.”

-독일의 경우 판사가 2만 명입니다. 우리나라는 2900명이에요. 독일의 경우 사법입원만 담당하는 전담판사가 있습니다. 몇십 년 동안 그 일을 하면 판사는 사회복지사가 돼 버리죠. 그런데 한국은 인력도 모자라고 순환보직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출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독일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설계가 되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그 방향성에 대해서 동의가 되는 거지 지금 당장 1년 이내에 독일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은 아니죠. 독일이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어느 정도의 공적 자원을 투입하고 인력을 키웠는지에 대한 노력을 살펴봐야죠. 그걸 간과한 채 결과만 가지고 우리는 그렇게 안 되니까 할 수 없다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건 삶이 주어졌으므로 살아가야 한다는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 때문일까요.

“저는 요즘에 여기 오는 분들이랑 많이 하는 이야기가 뭐냐 하면 이게 존재론적 심리학에서 나오는 얘기인데 가령 내가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여태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중요하다고 남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요).

그리고 여태까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중요한 것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건 무엇일까. 결국 여전히 중요하다고 남는 것, 그리고 새롭게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들의 가치를 실천하면서 사는 게 가장 가치지향적인 삶이 아니겠는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저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태도로 살아가면 가장 가치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는 갑자기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죠. 전에는 가족만 보면 짜증나고 하다가 내가 6개월 있다가 죽는다면 가족이 너무 소중해지고 하는 그런 사람도 있을 거고요. 돈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6개월 있다 죽으면 돈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생각해서 태도가 바뀌는 사람도 있겠죠.

결국 시한부 인생일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더 평화롭고 가치로워지지 않을까. 또 자기 만족감이나 삶의 충만함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길 찾는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동의를 하던가요.

“저도 시한부 인생에서 뭐가 여전히 중요한가라는 리스트를 다 작성하지 못했거든요. 결국 그걸 보물찾기처럼 찾아나서는 거겠죠. 딱 했을 때 정답이 바로 튀어나오기는 어려울 거 같고 모르겠어요. 그럼 그 모호함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보물찾기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모래를 치워가면서 찾아나가는 작업을 인생에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명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완전한 치유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완전한 치유의 정의는 뭐죠?”

-사회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건가요? 프로이트가 정신건강의 정의를 일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했던 것처럼 그걸로 정의하자면 일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정신을 말할까요.

저는 정신질환과 정신장애를 구별합니다. 조현병 진단명을 가진 분들이 회복이 안 돼서 기능적으로 핸디캡이 있는 분들을 정신장애로 저는 봐요. 조현병 진단을 가진 분들도 정상적으로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분들도 많아요. 완전히 치유돼서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 꽤 많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조현병 진단을 가진 분들이 다 정신장애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정신장애 정의가 제도적으로 바뀌면 달라질 수 있겠죠.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정신장애 기준이 의학적인 거잖아요. 손상이 있고 손상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기능적 장애가 있을 경우 그걸 정신장애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장애 개념은 의학적 손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핸디캡이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넓은 의미에서의 장애로 보는 거죠.

조현병을 가지고서도 완전히 치유된 정신질환자들이 많고 거기에 장애로 인해 고전하는 분들도 있어요. 또 고전하지 않고 약을 드시면서 잘 지내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분들은 그냥 그대로 잘 살면 되죠. 저도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데 먹어가면서 혈압 관리하면서 사는 것처럼 그분들도 그렇게 살아나가면 되는 거죠.”

-정신장애인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기회가 공평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기회에서 박탈당해서는 안 되고요.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를 해줘야 해요. 그 공평하게 부여된 기회에서 그 기회를 잘 잡으시는 분들도 있고 못 잡으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러면 못 잡은 분들은 사회적 실패자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을 걸로 추정해 볼 수 있겠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다고 가정했을 때도 여전히 잘 안 되는 난치성 정신장애인들이 있죠. 그분들은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정신요양원의 모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요양원은 병원도 그래야 하듯이 환경적으로 인권친화적이어야 해요. 어쩌면 병원보다도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의 터전이 돼야죠. 병원은 치료를 받고 빨리 나가야 되는 곳이니까 치료에 최적화된 환경이 만들어져야 되는 건 맞지만 회복이 안 되는 이분들을 위해서는 거기가 치료의 현장이자 삶의 현장이죠. 그래서 인권 친화적이고 복지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창밖을 보았다. 어두워져 있었다. 이 센터장이 건넨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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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10-10 07:37:33
마음이 무겁다. 자살충동과 시도 2번. 입원했었다. 아버지도 술한병 드시고 자살한게 아닐까? 난 알콜니코틴중독자였다. 사회적 두들김에 난타당하다 우우롸자기애적인격장애로 입원치료했다.

자살충동 우울은 내게 진행형. 충동땜에 주거시설입소거부당하고. 지금도 임대에 외로움과 사투한다. 수치심죄의식만큼 자존감무너짐이 원인. 친구가 존심 땜에 죽어갔다.

살리는 말 보이스오브라이프 중요하다 복지사들도 살리는말하자. 무심결에 죽이는말 한다.

양가감정에 살자희망에 집중하자. 신앙극복자랑 과시말아야겠다 난 여전히 진행중.
버킷리스트 5개만이라도 실천하자 내삶에 내가울어서는 안되지.

죽자보다는 살자를 권면하자. 과시교만말자. 죽음 의식의 가벼움버리고 진중하자. 정한이많은 민족 애환에굴레쓴 민족성 알콜에관대함 벗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