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포스트 창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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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18.06.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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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기호
사진=권기호

창간사

 

오늘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정신장애인 인권 옹호를 위한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 창간을 선언한다.

오랜 시간 광기로 표상되는 정신장애는 사회의 청결과 안전을 위해 병원이라는 폭압적 장소로 강제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우리는 우리를 표현할 언어가 없었으며 의료권력의 진단명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였다. 침묵은 당연했으며 예속에 대한 저항은 폭력적 법과 제도에 의해 억압당했다.

국가는 정신장애인이 공동체에서 인간의 존엄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기 보다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정신장애인을 병원이나 시설로 몰아넣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미친 자들의 헛소리였으며 우리의 몸짓은 실성한 이들의 비틀거림이었다.

정신장애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는 희생양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우리의 존엄을 침범해버렸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면서 정신병원은 급격히 늘어났고 병원은 국가가 지급하는 급여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동물처럼 병원 안에서 사육되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인권도 없는 사육장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했다. 우리의 소리는 병원 안에서부터 억압당해 공동체로 나가지 못했다.

그 공간에서 먼저 치료된 이들이 자기존엄과 인권, 권리의 보장을 위해 투쟁을 했다. 그러나 제도적 폭력은 그 저항을 넘어섰고 우리는 다시 좌절했다. 와중에 누군가는 자살을 했고 누군가는 끌려가듯 재입원을 해야 했다.

생각해보라. 한 인간이 죄 없이 정신병원에 들어가 30년 이상을 지내는 게 타당한 윤리인지. 치료를 위해 들어간 곳이 폭력과 억압, 권위주의의 틀 안에 묶여 더 깊은 상처를 입고 그 안에서 병들어가야 하는지. 자유로운 활동 대신 수용소 같은 병원 철망 안에서 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20년 이상의 싸움이 있었다.

그 싸움의 이유는 우리를 가두지 말라는 절규였다. 또 우리가 인간임을 공동체에 선언하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들은 우리의 외침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여전히 예측불가능하고 무서운 타자였으며 격리되어야 할 소수자였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의 언어로 된 대안언론을 창간하게 되었다.

이제 정신과 약물과 진단명 아래 침묵했던 우리가 더 이상의 예속을 거부하며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삶의 방식을 주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를 가두고 사육했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의 모든 부조리함을 고발할 것이며 이들 기관들이 폐지되는 날까지 문제의식을 던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살아남은 ‘생존자’로 불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담론화해 국가와 사회의 억압에 맞서 저항할 것이다.

우리의 대안 언론은 마침내 우리가 인간임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상징적 발화점이 될 것이다.

우리를 가두지 말라. 우리를 빼고 우리를 이야기하지 말라. 우리의 존엄을 침범하지 말라.

여기, 마인드포스트가 그 요구안을 들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우리는 우리의 존엄이 실현되는 때까지 사회와 공동체를 향해 끝없이 말할 것이다. 모든 떨림은 사랑이다. 그리고 모든 해방은 온몸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이제 마인드포스트는 낙인과 예속에 저항하는 정신장애인의 떨림을 안고 인간 해방을 위해 온몸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창간사이자 선포식이다.

 

2018년 6월 11일

마인드포스트 편집국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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